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그리스도 신앙의 사회적 차원

(게르하르트 로핑크, 정한교 옮김, 분도출판사)

 

이신건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신학적 주제는 '하나님의 나라'다. 왜냐하면 주님은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분의 공의를 구하라"고 명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는 어떻게 임한다는 말인가? 사람들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나는 "교회를 통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교회 밖에도, 아니 어쩌면 교회를 부정하는 곳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강력하게 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인간의 사고와 실천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곳은 바로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현대신학의 거장 '칼 바르트의 교회론'을 연구하려고 독일 유학의 문을 두드렸다.

상당히 많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내세적, 초월적, 개인적 소망인 천당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교회에 관한 생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대개 교회는 천당행 열차를 타기 위한 대합실로 오해되거나, 신앙은 열차표 정도로 축소되는 전통이 아직도 뚜렷하다. 그러므로 교인은 하나의 사회(공동체)라기보다는 교회당 안으로 우르르 몰려온 모래알과 같아서, 교회당 문을 나서자 말자 즉시 콩가루처럼 흩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교회와 그리고 교인이 사회 속에서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뿔뿔이 흩어진 교인은 이미 교인이 아니다. 더욱이 사회 속에서 교인이라는 이름은 대개 출세의 도구로 악용되기 십상이다.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는 교인, 사회와 전혀 대비되지 않는 교회를 만든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이겠는가?

여러분처럼 이런 고민을 안고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에 나는 카톨릭 신학부에서 우연히 게하르트 로핑크(Gerhard Lohfink)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분의 강의는 나의 고민을 일시에 풀어주려는 듯이 명쾌하였다. 귀국해 보니, 그분이 쓴 책 한 권이 이미 번역되어 있지 않은가! 바로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인데, 그분의 강의 내용이 잘 반영된 책으로 보였다. 그래서 몰트만의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와 한스 큉의 '교회란 무엇인가?'와 함께 나는 이 책도 매우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신학생들에게 이 책을 필독서로 자주 추천한다.

이 책은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교회와 뗄 수 없는 상관성을 지니며, 교회는 새로운 이스라엘로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을 아주 명쾌하고, 매우 설득력 있게 변증한다. 예수가 원한 것은 영혼의 위로와 구원이 아니라 종말론적인 하나님의 백성의 소집이며, 교회는 '산 위의 도시'로서 만인의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하나님의 백성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의 사회적 차원이 인간들에 의해 표출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지상에 도래할 수 있겠는가! 예수의 제자 공동체, 새로운 가정, 새로운 이스라엘 공동체는 하나의 이상 사회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사회적 실재라는 것이다. 이 사회 안에서는 일체의 사회적 장벽들이 무너지고, 일체의 지배가 단념되며, 진정한 형제애가 실천된다.

이런 사회를 로핑크는 대조사회(對照社會: Contrastgesellschaft) 혹은 대척사회(對蹠社會:Gegengesellschaft)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이 용어는 교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로서 한국 교회에 널리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종종 이를 대안사회(對岸社會 혹은 代案社會)로 고쳐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세상과 마주보는 다른 세상을 만든다"는 부정적인 의미와 함께 "세상 안에서 다른 세상을 만든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갖는다. 로핑크의 생각에도 이 두 가지 관점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

간디는 "나는 예수는 원하지만, 예수쟁이는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예수쟁이를 꼬집은 말이다. 기독교를 욕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는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본다. 신자와 불신자를 가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교회가 위기에 빠진 진정한 원인은 교세의 감소와 대형 교회의 추태, 그로 인한 사회적 신뢰도의 추락 등과 같은 표면적인 현상보다는 이보다 더 근원적으로 교회가 자신의 본질 혹은 방향을 잃어버린 사실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은 기독교인의 필독서가 될 만하다.

물론 교회는 대조사회로서 언제나 세상 사람의 존경만을 받을 순 없다. 왜냐하면 어둠은 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대안사회로서 세상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빛은 밝은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원하신 참 교회,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찾고 계신 분들은 이 책을 통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