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신학적 해석을

안겨주는

칼 바르트의 묵상

 

R. 그루노브 엮음

이신건/오성현/이길용/정용섭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2009년

 

김명용(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매우 귀중한 책이고 이 책의 한국어 번역문의 출간은 한국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하늘로부터 주어진 은총의 선물이다. 이 책은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칼 바르트의 글에서 발췌한 글들을 교회력에 맞추어 365일의 신학적 묵상을 위해 편집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발췌와 편집은 리하르트 그르노브(Richard Grunow)가 한 것인데, 교회력에 맞추어 바르트의 글에서 매우 중요하고 대표가 될 만한 내용들을 잘 발췌했고 적절한 성경 본문과 제목을 붙였다.

「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이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하늘로부터 주어진 은총의 선물인 이유를 꼽으라면, 이 책을 능가할만한 영적 묵상을 위한 책이 현재 한국에 없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성도들은 매일 영적 묵상과 기도를 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영적 묵상과 기도를 위한 책은 매우 단순한 큐티 자료집이 대부분이다. 이 큐티 자료집은 영적 묵상과 기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의 깊이가 단순해서 성도들을 깊은 영적인 차원으로 인도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많은 성도들이 성경 공부를 하고, 또한 매일 영적 묵상과 기도를 함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신학 정신과 사회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는 한국 교회의 성경 공부와 영적 묵상을 위한 큐티 자료집이 매우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세기 최고의 신학의 교부인 칼 바르트의 매우 수준 높은 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으로 1년간 계속 신학적 묵상을 하면 틀림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높은 영적 수준에 도달하게 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깊이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신학적 묵상은 묵상하는 성도들의 삶이 수준 높은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변화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1년 365일을 위대한 신학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매일 매일의 삶을 시작하게 만들기 때문에 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다.

「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이 갖고 있는 크고 매우 귀중한 점은 이 책을 읽고 묵상하는 사람들을 기쁨으로 가득 찬 사람들로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으로 신학 묵상을 하고 기도하면서 영적 삶을 시작해보라. 불과 1주일이 지나지 않아서 가슴에 기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칼 바르트의 글들은 흘러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 찬 글들이다. 이 책은 매일 매일의 삶을 흘러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 채울 것이다. 비록 주일의 예배당의 설교에서 은혜를 느끼지 못했다 할지라도 이 책으로 기도하고 묵상하면 메마른 가슴이 은혜의 단비로 적셔질 것이다. 이 신학 묵상서는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 찬 은혜의 묵상서이다.

또한「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우리로 하여금 고난을 이길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책이다. 칼 바르트의 글들은 불굴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글들로 가득 차 있는데,「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속에 이와 같은 바르트의 글들이 많이 발췌되어 있다. 칼 바르트에 의하면 죽음의 세력과 마귀의 세력은 이미 패배한 끝장난 세력이다. 칼 바르트가 이것을 무(Das Nichtige)로 칭한 이유는 그것이 그림자처럼 사라질 운명에 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당하는 고난의 현실 속에서 위로부터 떨어지는 하나님의 음성을 잘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성도들로 하여금 참으로 기도하도록 돕고 있다. 칼 바르트의 글들은 읽을 때마다 구원의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하고 기도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칼 바르트의 귀한 글들이「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속에 잘 발췌되어 있다. 칼 바르트의 글들은 인간과 세상이 처한 곤경과 저주와 비참이 잘 설명되어 있고, 그 위에 비취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구원의 하나님이 정확히 해설되어 있어 성도들을 기도하게 하고 구원의 하나님을 만나게 만드는 귀중한 책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가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신학적 해석을 가르쳐주는 점에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과 결혼, 노동, 시험과 고난, 계시와 종교 등의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깊은 신학적 가르침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와 같은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은 성도들의 삶에 꼭 필요한 주제들이지만 통상의 큐티 자료집 등에서는 깊이 있는 가르침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성도들의 바른 삶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기도하게 만드는 점에 큰 장점이 있다. 칼 바르트는 이 책을 통해 교회의 본질과 사명 및 사회적 정치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자 하고 있다.

종교개혁이 있는 10월에 많은 내용이 수록된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신학적 가르침과 독일의 바르멘(Barmen) 고백교회(Bekennende Kirche) 총회의 신학 선언 5월 30~31 및 7월과 8월에 많이 수록된 교회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에 대한 묵상의 자료들은 세계 역사에 길이 남는 귀중한 글들로 모든 성도들이 당연히 묵상해야 할 귀중한 글들이다.‘바르멘 신학선언’은 1934년 5월 31일에 독일의 고백 교회가 히틀러(Adolf Hitler)와 그의 추종세력이었던 독일 그리스도인 연맹(Deutsche Christen)에 대항해서 발표한 신학성명인데 어두운 역사 속에서 바른 길을 걸었던 독일의 고백 교회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묵상하면, 한국 교히의 바른 정치적 책임을 위한 귀중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바르멘 고백교회에 동참했던 수많은 교회지도자들이 파직되고,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죽음을 당한 역사는 교회가 어떤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함을 가르치는 역사의 교훈이다.

 

이 바르멘 신학선언문을 작성한 칼 바르트 역시 독일의 본(Bonn) 대학교의 교수직에서 파직되었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칼 바르트의 강연, 논문, 설교 및 여러 저술에서 발췌한 글이지만 특히 그의 주 저서라고 할 수 있는「교회 교의학」(Kirchliche Dogmatik)에서 가장 많이 발췌했다. 칼 바르트의「교회 교의학」은 20세기의 신학 대전으로 칭송을 받는 책이지만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포기하는 책이기도 하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이 20세기의 신학대전에 접근할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글이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으로 묵상하는 성도들은 칼 바르트의「교회 교의학」에서 떨어지는 주옥같은 가르침을 묵상하게 되고 칼 바르트의 글을 읽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이 기쁨은 궁극적으로는 그의「교회 교의학」을 찾게 되는 용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이 하늘로부터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은총의 선물이라면 이 귀중한 글을 번역한 번역자들은 하늘의 은총의 선물의 통로이다. 칼 바르트의 글은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그대로 번역이 지극히 어렵다. 칼 바르트의 글을 한 페이지 번역하는 고통은 다른 신학자의 글 다섯 페이지를 번역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힘이 드는 이유는 우선 칼 바르트의 사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정확히 이해해도 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것 역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칼 바르트가 세계적 신학자이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기 위해 시도한 사람들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읽다가 포기하는 이유는 첫째는 그의 글의 복잡함 때문이고, 둘째는 번역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너무나도 놀랍게도 이 어려운 칼 바르트의 글을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는 데 큰 공헌이 있다. 이는 이 글을 번역한 네 분의 학문적 능력과 독일어 능력이 탁월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칼 바르트에 대한 학문적 이해가 부족하다든지 독일어에 대한 능력이 부족했다면 이와 같은 좋은 번역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신학적 대한 차원을 넘어 어쩌면 칼 바르트의 신학과 글을 사랑하게 만드는 입문서가 될지 모른다. 칼 바르트의 글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상적 가치 때문에 마력처럼 사람을 끌고 들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독일과 스위스의 신학자들과 필자 역시 칼 바르트가 쓴「교회 교의학」을 읽으며 감격해하고 눈물을 흘리고 가슴으로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바르트의 글이 갖고 있는 이 엄청난 힘 때문이다. 물론 이 엄청난 힘은 칼 바르트에게서 온 것이기는 하지만, 성령께서 칼 바르트의 글을 사용하시는 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첫째는 편집자가 매우 세심하게 교회력에 따라 주제를 정하고 필요한 글을 칼 바르트의 유명한 글에서 발췌해왔지만, 발췌한 글은 발췌한 글이지 글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편집자가 발췌한 부분은 칼 바르트의 글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이를 발췌한 편집자의 노고는 매우 크다. 그러나 칼 바르트의 글은 한 주제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이 여러 곳에 걸쳐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발췌된 부분은 주어진 주제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인 것뿐이지 발췌된 부분이 주어진 주제에 대한 바르트의 시각 전부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교회는 정치적 처방전을 갖고 있지 않다는 7월 27일 글을 읽을 때 국가와 교회와의 차이를 언급하는 맥락에서 언급된 것인데, 잘못 읽으면 교회의 정치적 책임의 중요성을 희석시키는 언급으로 읽을 가능성이 있다. 칼 바르트의 신학에서 교회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강조는 그 어떤 신학자의 강조보다 더 강하게 존재한다. 칼 바르트는 기독교 민주당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가와 교회 사이의 근본적 목적의 차이에 대한 시각에서 반대했지만, 사회민주주의는 하나님 나라의 유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찬성했다. 또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묵상 8월 6일~9일의 경우 전쟁에 대한 강력한 거부가 바르트의 일관된 가르침임에는 틀림없지만, 히틀러와 독일의 나치 군대에 대해서는 싸워야 함을 강조했다고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칼 바르트는 나치에 대항해서 스위스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방위대에 자원입대해서 라인 강변을 총을 들고 지켰다는 역사적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하는 둘째는 칼 바르트는 다른 신학자와는 달리 전기의 신학과 후기의 신학에 큰 변화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편집자가 발췌된 각 글의 출처와 발표된 연대를 기록해 두었는데, 이는 매우 귀중하다. 칼 바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전기의 바르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후기의 바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후기의 바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기의 바르트를 아직 성장도상의 바르트라고 생각하고, 전기의 바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후기의 바르트는 부분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발췌한 모든 글이 위대한 칼 바르트의 한 측면들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을 읽는 사람들은 전기의 바르트인지 후기의 바르트인지를 기억하면서 묵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전기의 바르트와 후기의 바르트는 일치하는 점도 매우 많지만 서로 다른 시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수준 높은 신앙생활과 영적 묵상을 필요로 하는 성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의 교회와 성도들의 영적 수준을 높일 것이고 교회의 바른 세상적 책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칼 바르트의 신학 묵상」은 이 책으로 묵상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늘의 큰 기쁨을 전달할 것이고 무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 목회와 신학 2009년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