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극장가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된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감독 마자드 마지드)은 개봉 2주째 서울 관객 9만 2,000명, 전국관객 15만여명을 극장 앞으로 불러모으며 흥행 장세에 몰입했다. 17일 이후 개봉영화 가운데 한국영화 '선물'에 이어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 특히 개봉 2주차인 지난 25일과 26일 '천국의 아이들'은 개봉 첫 주말보다 관객이 늘어나 흥행세를 증명했다.

지난 97년 국내 개봉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이란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올리브나무 사이로'가 각각 전국 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금까지 수입 개봉됐던 6편의 이란 영화가 전국적으로 평균 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것에 비교하면 '천국의 아이들'의 흥행은 괄목할만한 것. 수입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와 배급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측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흥행기록이다. 이에 따라 배급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는 서울 20곳에서 22곳으로, 전국 34곳에서 38곳으로 그 개봉관수를 확대한다.

동생의 신을 잃어버린 오빠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순수함과 가난한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을 그린 '천국의 아이들'의 흥행세는 작품성에 대한 호평과 이를 확인한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 또 어린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층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것도 흥행 성공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의 단체관람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천국의 아이들 이란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혹자는 탁월한 영상미나 인간애를 잔잔히 담은 휴머니즘적인 스토리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뭐니 뭐니 해도 상업적 영화가 담아낼 수 없는 순수함이 영화에 그대로 묻어나오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이란의 대표 감독으로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그의 페밀리를 꼽지만, 그들 뒤에 영롱한 보석이 숨어 있었다. '천국의 아이들'로 전세계 영화인들을 놀래킨 마지드 마지디 마로 주인공이다. 매스컴에선 그를 일컬어 21세기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이라고 한다. 그럼 이란을 대표하는 그가 말하는 천국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볼까?

여동생의 하나뿐인 구두를 잃어버린 오빠. 한 켤레의 운동화로 각각 학교에 등교해야 하는 남매의 아슬아슬한 이어달리기. 그리고 여동생에게 운동화를 안겨주기 위한 오빠의 감동적인 질주...

'천국의 아이들'의 가장 눈부신 매력은 남매 역을 맡은 미르 파로크 하스미안과 바하레 사디키의 순진무구한 연기다. 이란의 테헤란의 초등학교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이 소년, 소녀는 실제로 영화 속 알리와 자라처럼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평범한 어린이들. 영화 속에서 그들이 부모께 혼날까 걱정하는 순간, 선생님께 거짓말로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들 모두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장면마다 진실과 순수의 감동을 가득 채우는 그들에게 관객이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엔딩 부분이다. 운동화를 타내기 위해 1등도 2등도 아닌 3등을 해야 하는 오빠. 말끔한 추리닝과 반짝이는 스파이크로 무장한 어린이 육상 선수들 사이에서 낡은 셔츠와 바지,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은 소년의 모습은 왜소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점점 지쳐간다. 하지만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소년이 이를 악무는 순간, 영화는 상상도 못한 결말로 우리를 데려간다. 절대로 해피엔딩이 아닌, 그러나 이보다 더 따뜻할 수 없는 엔딩으로 말이다. 활짝 웃으면서 눈물을 떨굴 수 있는 진기한 경험을 이 영화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