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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베리가 지은 [어린 왕자]는 어린이가 읽어야 할 세계적인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수준을 깔보고 최근까지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교계의 수도승이요 저명한 문필가인 법정의 글을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는 불교경전의 꽃인 [화엄경] 다음으로 가장 자주 읽고 소중히 여기는 책으로서 바로 [어린 왕자]를 들었다. 그리고 건축학 박사인 내 동생이 읽어보라고 사주어서, 작년 겨울에야 비로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가 읽기에는 수준이 꽤 높은 책이다. 이 책은 비행기 조종사였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졌지만, 상상과 환상으로 가득한 작은 동화책이다. 그리고 갈피 사이에 삽입된 저자의 예쁜 그림들은 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해 준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 어떤 책들 못지 않게 풍부한 지혜와 철학, 종교적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은 수많은 종교의 경전들, 지혜서들과 더불어 찬란한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어른이 된 인간들이 얼마나 유치하게 살아가는가를 통쾌하게 꼬집어주며, 어린이처럼 순수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지고한 종교적인 경지일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특히 우주 만물을 아우르는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침으로써,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인상깊게 심어준다. 그리고 삶의 의미가 돈, 권력, 지식, 명예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적인 사랑에 있음을 크게 깨우쳐 준다. 책임적인 사랑만이 순수하고 영원하며 풍요한 삶의 샘이라는 저자의 웅변이 책 곳곳마다 샘처럼 조용히, 그러나 폭포처럼 웅장하게 터져 나온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이제 나도 밤하늘을 자주 쳐다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으며, 저 하늘 어디엔가 살고 있을 어린 왕자가 불현듯 내 곁에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물론 내 마음의 진정한 어린 왕자는 어린이를 가장 크게 높이신 만물의 왕자, 즉 아기 예수이시다. 이리하여 나에게 [어린 왕자]는 [성경책]과 함께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가 되었다. 특히 외롭고 울적할 때, 나는 종종 어린 왕자에게 두 손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