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지마, 어린애야”

지난 30일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경찰의 총격전 틈바구니에서 `사격중지'를 외치는 팔레스타인인 부자의 모습. 12살의 자말 알-두라(왼쪽)는 몇분 뒤 총탄에 맞아 숨지고 아버지 자말도 다리 등에 총상을 입었다. 가자/AP 연합

[한겨레 신문 2000.10.2]

 

숨진 12세소년 "아랍의 순교자"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피하다 아버지의 품에서  참혹하게 숨지는 모습이 전세계에 방영된 12살 팔레스타인 소년 모하메드 알두라가 아랍권의 순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랍권은 소년의 복수를 다짐하며 성전을 외치고 있다. 2일 가자지구의 나블루스에서 거행된 소년의 장례식에는 2만명이 참석했다.

모하메드 가족은 가자지구에 강제 이주된 평범한 팔레스타인 난민. 4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난 모하메드는 팔레스타인난민촌에서 어럽지만 명랑하게 살았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했다. 모하메드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가자해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자맥질하는 것. 얼마 전에는 선생님으로부터 새를 선물로 받아 정성껏 기르고 있었다.

아버지 자말(37)은 텔아비브 교외의 부유한 이스라엘인들의 저택을 칠해주는 솜씨좋은 페인트공이었다. 소년에게 지난 30일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토요일이었다. 어머니 아말(34)이 중고차 시장으로 가는 아버지를 따라가라고 해서 나선 길이었다. 평소 어머니의 심부름을 도맡아하고 아버지를 잘 따르는 모하메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어진 시위에서 돌 하나 던지지 않은 모하메드는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부자가 걱정된 어머니는 TV 뉴스를 보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어머니는 TV를 통해 한 소년이 죽어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긴 했지만 설마 그 소년이 자신의 아들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잠시 후 이웃들이 집 주변으로 조용히 몰려드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TV 속의 소년이 아들임을 직감했다.

한편 모하메드의 죽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이스라엘군의 모세 야론 참모차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년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론은 이스라엘군이 소년과 그의 아버지를 총격전에 가담한 팔레스타인인으로 오인, 사살했을 가능성을 시인했다. 그는 소년이 팔레스타인인의 총에 맞아 죽었을 가능성과 유탄에 맞았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측은 "당시 팔레스타인측은 돌 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며 "총알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날아왔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20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