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구별하기

 

 

 

 

어린이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어린이는 그 목소리 안에 담겨 있는 사랑의 소리를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는 신뢰하는 가운데 그 목소리에 순종한다. 그는 그를 가르치는 말씀에 응하고 또 이 말씀을 받아들인다. 그가 사랑하는 목소리가 그를 그 말씀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이 목소리와 일치한다. 이 목소리 안에는 그의 생명의 들어 있으며, 모든 의문을 앞에 섰을 때도 그 안에 확신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의문들이 언젠가 한번은 올바로 대답되리라는 보증도 그 목소리 안에 들어 있다. 

어떤 사람이 어린이다운 마음을 버리면, 그에게는 자기에게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그 상대방보다도 자기에게 말해진 것의 내용이 더 중요하게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존재보다도 문장이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즉 뛰어난 진리보다는 그를 남보다 우월하게 만들어 주는 듯한 지식이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사람이 진리보다 지식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그에게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이의 음성을 더 이상 유심히 듣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음성과도 구별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것은 곧 유혹자, 궁극적인 근원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지성, 그리고 ‘거짓말의 아비(요 8:44)'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자기의 어린이다움을 간직한 이들은 거짓말이 아무리 권력의 절정에 달하고 또 그 세력이 아무리 널리 퍼진다 해도 결코 이 거짓말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리의 목소리와 하나됨을 바탕으로 하여 그 목소리를 다른 목소리로부터 구별할 줄 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승리이다. 그들이 가진 원초적인 신뢰는 예수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그들 안에서 더욱 깊어지며 새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