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저녁에 시작된다

 

슈패만


 

어린이의 하루는 성서의 하루와 마찬가지로 하루가 동터오기를 기다리는 저녁에 시작된다. 모든 다가오는 빛은 우선 기다려져야 한다. 그리고 꼴을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 그 기다림의 열매이다. 저녁, 저녁에 나누는 이야기, 저녁에 부르는 노래, 저녁에 올리는 기도는 휴식과 잠 그리고 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린이의 아침은 새로운 얼굴로 밤의 품으로부터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성서가 보기에 밤은 사람의 삶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리고 밤의 결과로서 생겨나는 새로운 삶은 그 밤이 되기 이전의 저녁 몇 시간 동안에 이미 결정된다. 저녁이 가지는 안식일과 같은 성격은 밤의 평온을 가져오고, 이 평온이 참된 평온이게 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씨앗을 이 밤 가운데 뿌려 밤이 지닌 감추어진 삶으로 하여금 꼴을 지니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오직 하나님의 손에만 맡겨진 밤이 가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더 이상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 자신의 지식과 노력 그리고 의지로부터 더 이상 거리를 둘 수 없다면, 그 때문에 저녁 시간에 안식일과 같은 성격을 부여하는 일에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는다면, 이는 사람이 지닌 원초적인 지식과 계시된 신앙을 우리가 잃어버렸음을 드러내준다.

저녁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평온함도 없이 지나가 버리면, 그 뒤에 오는 밤도 역시 열매를 맺지 못하며 다가오는 하루도 특징이 없게 된다. 오늘날 사람들이 보내는 많은 날들에는 실체가 없고 무의미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은 밤이 가진 가치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자에게 잘 때에 모든 것을 주신다"는 격언과 같은 말씀은 우리가 언뜻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훨씬 더 진지하고 더 많은 약속을 담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신뢰하는 가운데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쉬는 것을 기뻐하신다. 우리가 그렇게 쉴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하는 모든 수고에 오래오래 변하지 않는 가치가 주어지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뿌리라고 맡기신 씨앗도 생명의 힘을 얻고 또 자라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영원히 남을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