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고통



어린이는 현실을 위로부터 주어진 것으로서 받아들인다. 그러한 한, 어린이는 그에 게 다가오는 세상에 아무런 방비나 보호도 없이 내맡겨져 있다. 이는 곧 어린이가 세상이 그에게 입히는 상처와 세상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똑같이 내맡겨져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악과 그것이 가져오는 고통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는 이 세상에서, 그리고 이 세상으로부터 행복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받는다.

그러나 어린이가 자기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을 피해 달아나지 않는 한, 그는 그럴 수록 위를 향해 더 깊이 자기를 열며, 이로써 현실을 향해서도 더 깊이 자기를 연다. 어린이는 빛을 더욱 간절히 동경하면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빛의 자취들을 알아차리며, 그에게 다가오는 세상 가운데서 빛의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현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이렇게 하여 어린이는 더 진실되게 현실 가운데 서 있게 된다. 즉 어린이는 현실과 부딪침으로써 모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분을 바라볼 수 있는 준비를 갖춘다.

사람이 어린이다운 마음을 버리면, 그는 현실이 가져오는 고통의 깊이로부터 자신을 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방어막이 두꺼워지면 질수록, 그리고 사람이 이 두꺼운 방어막 때문에 이 세상 안에서 이 세상에 대해 덜 고통스러워할수록,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현실을 보는 그의 눈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사람이 어린이답지 않으면 않을수록 그의 내면과 그가 세우는 세상 안에는 현실이 그만큼 더 적다. 오늘날 완벽에 다다른 경제기적 위주의 세상은 거의가 하나의 비현실적인 세계이다. 그런 세계에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더 이상 없다. 이런 세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어린이가 어린이일 가능성은 점점 더 적어진다. 영혼의 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숫자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하늘을 알지도 인정하지도 않으려는 세상, 그러면서도 그 어떤 고통도 당하지 않으려 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는 세상은 "생수가 솟아오르는 샘"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