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식(Initiation)

 

활천 1999년 8월

 

들어가는 말

현대인의 갈증을 유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의례의 부재, 혹은 개인의 변화와 성숙을 위한 전인 입사식(initiation)의 부재라는 것을 지난 6월호에서 지적했다. 이번에 씨랜드 수련장에서 23명의 고귀한 어린 생명이 참변을 당했다. 안전시설도 제대로 못 갖춘 상업화된 수련장, 아이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술과 고기 파티 좌석에서 흥청거리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로버트 블라이가 밧남자만의 고독방(Iron John)에서 제시한 철의 한스 ― 변화와 성숙을 이끌어갈 메지션(the magician)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들을 비난하고 매도하는 우리 자신 역시 가정이나 사회 속에서 자녀나 젊은이들을 성숙한 차원으로 이끌어가는 멘토(the mentor)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멀치아 일리아데(Mircea Elliade)가 말한 것처럼, 현 시대의 젊은이들 ― 소년, 소녀를 포함하여 ― 은 성(聖, the sacred)에 대한 경험 없이 자아 해체라는 정신적 무덤 속으로 함몰되어가고 있다. 의례에 대한 그들의 욕구는 비정상적이고 병리적 현상, 곧 마약, 섹스, 도박, 폭력 등의 현상으로 표출되어 사회의 병리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는 사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해 가고 있다. 헨리 나우웬(Henry Nowen)이 지적한 것처럼, 그들은 역사와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한 채 현실적 욕구 충족이라는 물신(物神)의 마술에 걸려 있다.

 

왜 입사가 필요한가?

요한 웨스터호프(John Westerhoff)는 말한다:

“일련의 고된 시련을 통하여 사람들은 성인 공동체의 방식과 이해를 배우며, 성(聖)을 직면하며, 죽음과 재출생을 경험하며, 새로운 존재로 출현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뚜렷이 변형된다. 역사적으로 입사식(initiation rites)은 모든 종교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감당한다. 실상, 우리는 개인적 신앙행동이나 의례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극화되는 회심에 의해 공동체에 입사하는 한에서 종교적 진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에 헌신한다. 정교한 입사식은 1세기 그리스도교회 시대의 특징이었다”(이기승역, “예배와 교육” 밧두란노 목회자료 큰 백과방 v.27).

요한 웨스터호프에 의하면 1세기 기독교회는 나름대로의 정교한 입사식이 있었다. 초기 사회(primordial society)에서 시행되었던 것과 같은 입사식, 즉 일정 기간 캄캄한 동굴 같은 곳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함으로써 상징적인 죽음과 재생을 통해 성인사회에 편입되었던 입사식과는 다른 형태와 내용의 입사 의례가 존재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짧은 기간의 성경공부(보통은 4~5주)와 물을 뿌리는 세례의식을 통해 한 개인을 공동체에 편입시키는 현행의 입사과정은, 초기 교회의 독특한 입사성례에 견준다면 형식이나 내용, 그리고 결과 면에서 감히 비교되지 않는다. 초기 사회의 입사식의 형태와 내용을 직접 모방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겠지만, 교회는 한 개인의 진정한 변화와 성숙을 위해 초기 교회의 입사성례를 알고 따라가야 할 줄 믿는다.

 

초기교회의 입사 - 세례예식 과정

요한 웨스터호프는 초기 교회의 입사 과정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그리고 있다:

제1세기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한 성인이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회심하였을 때, 신앙을 갖고자 하는 후보자의 욕구의 신실성을 증언하였던 후견인에 의해 회중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래서 교리문답자의 도덕적 삶이 검증되었다. 만일 가치가 있었다면, 그 사람은 안수와 십자가를 긋는 성호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으로 선포되었다. 향후 2년간 교리 문답자는 그리스도인다운 방식에 따라 자신의 삶을 형성하기 위하여 준비 기간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도덕 교육에 참여함으로 단지 의례의 처음 절반 부분이었지만 회심자는 공동체가 행하는 주간(週間) 의례에 참여하게 되어 있었고, 주의 만찬을 증언하거나 그 만찬에 참여하지 않고 되돌아갔다.

이 준비 기간에 회심자들은 정기적으로 회중 앞으로 인도되어 검증을 받았다. 누군가 준비되었을 때, 사순절 첫 주일에 그는 교회의 등록부에 올랐고 곧 뒤이은 부활절에 세례를 받게 되었다. 이 기간에 영적인 삶과 교회의 교리(도그마)를 강조하는 더욱 엄격한 학습이 이루어졌다. 성 고난주간 의례에 참여하는 것은 교리문답자가 신앙공동체에 입사되는 것이었다. 세족식 목요일은 축귀(逐鬼)로 축하되었다. 그런 뒤 부활주일 저녁에 최후의 의례가 시작되었다. 교리문답자에게 다시 한번 축귀가 시행되었는데, 눈, 귀, 코에 기름을 발랐다. 그는 귀신을 추방하고 신앙을 고백하였다. 구원 이야기(salvation story)가 진술되었다. 후보자의 옷이 벗겨지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기 위해 널통 모양의 세례 통에 들어갔다. 다른 한쪽으로 가서 그는 기름 부음을 받고 흰옷을 입었다. 제단 앞으로 나아가서 주의 만찬에 참여하였다. 세례식 옷을 오순절까지 입었다. 교리문답자는 주의 만찬을 기념하고 자기들이 참여했던 의례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 매일 교회에 출석했다. 그렇게 해서 입사식은 종결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초기 교회의 입사의례는 세례와 견신례 그리고 성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입문자들(catechumen)은 1년 내지 3년 기간의 교육과 시험이라는 ‘카테큐메네이트’(catechumenate) 과정에 들어가야 했다. 이 기간에 입문자는 이교도적 배경의 고리를 단절하고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살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입사 이전에 갖는 최후의 사순절은 마치 40일간의 퇴수회와 같아서 기도, 금식, 자기 통제가 이뤄졌다. 그리고 입사 전의 이 마지막 사순절에는 치유의 기도의례(scrutinies)가 있었다. 지속적인 회개 그리고 성숙한 신앙을 향한 여정의 길을 걸으면서 악을 이길 힘을 얻고 죄에서 깨끗하게 되기 위해 공동체가 하는 치유기도였다. 부활절 전야는 입사 성례가 거행되었다. 입문자들은 파스칼 축제(the pascal feast)인 부활절 전야에 이 파스칼 신비가 주는 구원에 초대되었다. 수세(受洗) 이후에도 입문자들은 다른 교육 기간에 참여해야 했다.

둘째로, 세례과정에는 세 차례의 기름 부음이 이뤄졌다. 첫번째 기름 부음은 축귀를 위한 기름 부음(anointing for exorcism), 두번째 기름 부음은 침례 직전의 죄사함을 위한 기름 부음(anointing for forgiveness) 마지막 세번째는 물 속에서 나온 후 부어지는 축복을 위한 기름 부음(anoionting for blessing)이었다.

셋째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카테큐네이트 과정과 세례를 통한 입사 과정이 끝난 입문자들은 지속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견신례(confirmation)를 통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간다. 이것은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를 인식하고 확증하는 의례인 바, 하나님의 성령을 받아 부르심의 소명을 가지고 헌신하는 사역자가 되는 과정이다.

 

나가는 말

현 시대는 ― 특히 교회는 ― 초기 사회에서 행하던 방식의 입사의례를 그대로 모방하기 힘든 시대이지만, 신앙의 성숙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초기 교회의 입사 과정과 의례를 주목하고 배우는 일이라 믿는다. 편한 방식과 기간을 거친 입교식은 과연 한 개인 ― 입문자 ― 을 어느 정도 성숙시켜 공동체의 일원을 삼고 있으며, 그 공동체는 어느 정도의 영성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줄 믿는다. 교회, 특히 지도자들은 인류 초기부터 시행해온 입사 의례, 초기 교회가 시행한 입사 성례에 관심을 갖고 배워야 할 줄 믿는다. 만일 전인성장을 지향하는 목회와 교회가 되려고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