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 경험

 

활천 2000년 1월

 

 

들어가는 말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생 동안 갖는 여러 경험 가운데는 꼭 했어야 할 경험들이 있는가 하면, 갖지 말아야 할 경험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가 갖는 경험에 의해 사람 됨이 형성된다. 성숙한 사람은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잘 통합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성숙한 사람이 되는 과정에 꼭 필요한 경험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문지방 경험(liminal experience)이라 한다. 사람이 문지방을 넘지 않고서는 요즘 같이 추운 바깥에서 따뜻한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듯이, 문지방 경험 없이는 성숙한 차원에 들어갈 수 없다.


문지방 경험

문지방 경험은 한 개인의 인성 변화와 그에 따른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험이다. 여기서 삶의 변화라는 것은 통전성 혹은 전일성을 말한다.

문지방을 넘기 이전의 인성과 삶에 대해서 로버트 무어(Robert Moore)는 그의 저서 밧내면의 왕방 밧내면의 전사방 밧내면의 메지션방 밧내면의 연인방에서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전

이후

왕/여왕

The King within

·신성한 아이(divine child)-미성숙한 남성성과 여성성 소유, 숨겨진 권력 욕구, 무질서한 자기애적 인성, 과장된 자기체계

·높은 의자 폭군(The Highchair Tyrant)-다른 사람을 자신의 욕구와 필요만을 위해 관계 맺음, 교만, 유치한 언어와 행동, 무책임감, 완전주의자

·연약한 왕(The Weakling prince)-삶에 대해 무열정, 비창의적, 우울증

·내면의 질서/통합된 인성 안정성, 조화, 균형, 내면적 구조(inner energy), 축복하는 자.

※예수 그리스도가 모형

전사

The Warrior within

·세디스트(Sadist)-잔인, 폭력적 정서

·메조키스트(Masochist)-무기력,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가학하도록 허용 또는 방치

·과대망상자-자기팽창이 주목적, 주변세계를 자신을 중심으로 재조직

·명철한 사고, 인생의 약함과 죽음의 한계를 인식하고 수용, 자기위주의 의식 회피, 용기, 자기훈련, 고통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힘, 자비심

메지션

The Magician within

·기만자(Trickster)-다른 사람을 조종, 거짓위장, 자신을 재림 예수로 확신,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지배, 우산 콤플렉스(umbrella

complex)

·의례(Ritual)를 통해 사람들의 변화와 성숙 이끔, 문지방 경험을 체험한 자로서 문지방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성숙으로 인도

연인

The Lover

·마마보이(Mama Boy)-어머니의 치마에 매어달림, 정신적 이유가 없음, 어머니와의 일치를 추구, 어떤 여성에게서도 만족을 얻지 못함, 자기색정적, 자신의 남성기(男性器)를 전능한 것으로 믿고 세상의 모든 여자를 소유하려함.

·꿈꾸는 자(the dreamer)-항상 소외감을 가짐.

·외부세계에 대한 감각, 생생한 각성

※진정한 사랑


위의 도표에서 문지방 경험 이전과 이후의 인성과 삶의 길 혹은 특성을 몇 가지만 추려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면 문지방 경험 이전의 이런 인성들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 주요한 한 가지는 융(C.G.Jung)에 의하면 원형적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보편적으로 물려받은 것, 원죄의 영향이다. 다른 한 가지는 출생 이전과 출생 후의 성장 과정에서 받는 상처 때문이다. 나쁜 경험들과 기억들은 억압한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무의식의 방대한 영역에서 집단화하여 한 개인의 의식과 행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야곱의 문지방 경험

얍복 강의 처절한 기도와 천사와의 씨름, 그리고 변화된 그의 이름 등은 야곱의 문지방 경험의 면모를 말해준다. 여기서 천사는 야곱의 변화를 이끌어준 ‘메지션’(the magician)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신의 욕망 성취를 위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아버지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는 삶을 살았던 ‘야곱’은 ‘이스라엘’로 바뀌고, 아직 완전히 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성취의 길을 걷는다. 노년에 바로와 자기 자식들을 축복하는 성숙하고 성화된 족장의 모습을 우리는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얍복 강은 야곱에게 문지방(liminal space)이었고, 그의 변화는 문지방 경험이었다.


문지방 경험 없는 목회자는 성도에게 상처를 입힌다

상처를 입히는 자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처의 치유가 없다면 그 또는 그녀는 계속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성도를 이용하며 상처를 입힌다. 무어(Moore)가 분석한 네 가지 원형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전인적인 목회를 위한다면, 목회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중생을 체험하고 나름대로의 소명을 가지고 헌신한 주님의 종들 가운데 아직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사모를 구타하고, 폭력적으로 대하고, 자녀들을 억압하고 성도들을 지배하려는 자들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리치료는 비단 목회자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교회의 지도자들 가운데도 받아야 할 자들이 많이 있다.


나가는 말

문지방 경험을 한 목회자가 성도들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얍복강을 찾든지, 심리치료를 받든지 좌우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이다. 교회가 성장해 간다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이는 오해이다. 문제가 많은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어와 잘 산다고 가정에 문제가 없어지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인성의 치유, 변화, 성숙에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규모는 크나 허약한 교회보다는 규모는 적으나 건강한 교회를 주님은 원하신다. 문지방 경험은 전인에 이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