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 시대의 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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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규 목사
(내쉬빌연합교회)

 

과거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의 급격한 사회변동이 진행되던 70-80년대에 한국의 기독교는 세계 198개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개종률을 보이면서 급성장의 가도를 달려 왔다(World Christian Encyclopedia, Barrett, 1982). 이렇게 급격한 사회변동과 함께 급성장한 종교는 그 기간의 변화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 탄력적인 모습으로 변모하지만 변동의 폭이 완만해질 때에는 적잖은 문제점들과 후유증을 드러낸다. 즉, 복음의 본질이 왜곡되게 나타난다거나, 교회의 정체성이 변질되거나, 성과 속의 가치가 전도되는 등 세속화(securalization) 현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한다. 세속화의 거대한 탁류에 휘말린 기독교는 내적으로 부패와 변질을 초래하고, 외적으로는 기독교의 사회적 중요성이 감소되거나 영향력이 쇠퇴하는 등의 경향을 보인다. 다음과 같은 세속화 현상은 후기산업사회까지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내려오면서 그 반성적 개진이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믿음 체계(belief system)의 붕괴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생성된 자본주의 생산력과 배금주의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돈과 상품, 자본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게 만들었고, 이러한 가치관이 기독교인들의 신앙세계에까지 침투하여 물신화(物神化)된 예수론을 등장시켰다. 즉 산업화로 말미암은 한국사회의 급진적인 환경의 변화가 정상태(正常態)의 믿음체계를 이상태(異常態)로 만들어, 성서의 세계관을 왜곡시키고 현세적, 기복적 믿음체계와 물질적 영성으로 구조화되는 경향을 띠게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초월적인 영역과 세상적인 영역 사이의 이분법적 개념이 배격되고 개인주의적 신앙관이 발달되면서 믿음의 본질적 궤도에서 이탈해 종교적 기능이 마비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금 성결교회의 믿음체계도 성결교인들이 표상하는 신앙관, 세계관을 교단의 이상이나 목표와 관련하여 한곳으로 응집시킨다거나 사회현장으로 발산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세속화의 물결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규범적 윤리체계와 에토스의 붕괴

근대화의 여세를 몰아 경제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사회경제 구조는 전통적 가치관을 와해시키고 다원화된 삶의 방식과 다질성의 부정적 가치관을 대치시켰다. 이러한 경향은 마침내 규범적 윤리체계가 무너지고 극단적 이기심, 불법과 부도덕, 사치와 향락, 과소비 등,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적 관습(ethos)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규범윤리 체계는 옳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행하게 하거나 혹은 나쁘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적(prescriptive)인 당위의 체계이다. 한국사회의 규범적 윤리체계가 붕괴되어 사회질서가 흐트러지는 문제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기독교의 윤리적 가치는 새로운 가치기준의 제시와 사회질서 통합에 기여하지 못한다. 이미 자기규제적 질서를 상실한 기독교가 사회치료의 기능을 감당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러한 사회현상을 해석하거나 예방할 자기방어적인 메커니즘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특히 한국교회가 기독교의 표면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자신의 지위추구와 물질적 탐욕, 윤리적 일탈에 빠짐으로써 총체적인 기독교의 위기와 교회의 침체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교회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신도들의 도덕적 행위가 사회의 지표가 되어 일반 국민을 도덕체계 속으로 유인할 수 있을 때이다.

누미노제의 붕괴

종교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종교는 성(聖)의 세계를 속(俗)의 세계로 끌어내리는 과정"이라고 언명하면서 종교의 본질인 누미노제(Numinose; 성스러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오토의 전망으로 볼 때, 종교의 핵심적 가치를 표방하는 성결교회는 성(聖)의 세계를 속(俗)의 세계로 끌어내릴 수 있는 전형적인 종교이다. 성결교단에는 성-속을 걸러내는 명백한 준거틀과 분명한 필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성결교회가 세속화시대 한복판에 서서 역사를 짊어지고 끌고 가는 시대적 요청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빛의 세력만이 어두움을 내몰듯이, '성결'을 교회 안에만 묶어두지 말고 세속으로 끌어내서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의 빛으로 체현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오늘날 우리교단의 칼라가 퇴색하게 된 그 신앙양태를 세밀하게 관찰해 보면, 목회자들이나 신도들이나 '성결'과 '거룩함'에 대해 무관심하든지, 관심은 있어도 성-속에 대한 신앙적 분별 능력과 대처 방식에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샘물이 막히면 샘의 근원을 뚫든가 아니면 샘을 다시 파야 하는 것처럼, 성결의 근원을 끊임없이 추적하며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급속한 사회변동과 세속화 현상의 만연, 그리고 대체종교의 확산으로 인해 교회의 구성원들이 신앙의 영역과 통제를 벗어나려는 경향은 오늘날 우리교단과 한국교회의 딜레마이다. 교회는 항시 그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적 사실과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사회가 상항태(常恒態)가 아닌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다면, 성결교회가 세속화 시대에 설득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단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활관성화된 성결성을 주지시키고 변화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설득력과 영향력을 잃어 자기 정당화가 약화된 종교의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사회와 대자적인 입장에 놓여 있는 성결교회는 차제에 문제의식과 상황인식과 현실인식을 갖고 자기혁신과 영적 갱신, 그리고 성결의 초탈적인 실천적 모색에 궁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활천 200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