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향한 기대가 있습니다

 

김재곤 목사
(
전주태평교회)


제 아들이 어렸을 적 성탄축하의 밤에 있었던 얘기입니다. 그날 밤 제 아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교회학교 부서의 어린이들과 함께 율동과 찬양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두어 주 전부터 엄마를 졸라대며 의상도 준비하고 또 매일 교회에 나가 연습도 하고 그랬기에, 사실 저는 그날 밤 그 아이가 보여줄 멋진 모습에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 아들이 1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함께 나온 아이들을 훑어보니 제 아들만큼 잘 생긴 아이는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음악에 맞춰 다른 아이들은 팔을 허리에 대고 무릎을 굽혀가며 움직이기를 시작하는데 유독 제 아들만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홀로 그냥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무리 인사를 하고 단에서 내려올 때까지 제 아들은 지조 있게(?) 그 모습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약도 오르고 창피하기도 해서 고개를 숙인 채 순서지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그때, 제 귀에 뒤에서 신자들끼리 나누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쟤가 목사님 아들이래!”그로부터 1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저는 그 아이가 보낸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아빠, 목사님의 아들답게 아빠가 기대하는 멋진 아들이 될께요!”

사람이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성숙해졌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인식한다는 것이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려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성장하게 되면 그리고 사람이 성숙한 의식을 갖게 되면 사람은 늘 자기를 지켜보는 눈들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 눈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게 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그 큰 뜻에 의해 오늘이라고 하는 역사의 현장에 존재하는 모임이고, 크리스천 역시 하나님에 의해 부름받아 오늘이라는 시대의 무대 위에 서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과 오늘을 살고 있는 세인들은 교회나 크리스천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어떤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벌써 120년이라는 연륜을 쌓아왔고, 한국성결교회도 교회창립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세계 교회사에 내어놓을 만한 성장의 모습을 이루어도 냈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숙의 내용에 있어서는 빈약함이 보입니다. 그래서 왜 교회가 그 모양이냐, 왜 크리스천들이 그러냐는 말들이 난무합니다. 사람들의 소리가 그럴진대 불꽃같은 눈으로 지켜보고 계시는 하나님은 뭐라 하실까요?

그러나 이런 저런 비난과 실망의 소리를 우리에게 쏟아놓는 것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늘에 우리를 향한 하나님과 이 땅의 역사와 사람들의 기대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조니 캐시라는 미국의 컨츄리송 가수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그의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의 피곤하고 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알콜과 마약에 중독되어 삶을 방황하다가 결국 마약을 다시 소지한 죄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를 좋아했던 많은 미국인들이 크게 실망했습니다. 얼마 후 그는 감옥에서 나왔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그에게 랠프 존스라는 한 경찰관이 다가왔습니다. “당신이 감옥에 들어가던 날 나와 내 아내는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합니다. 우리들의 이 기대를 저버리지 마십시오.”이 말이 그의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후 그는 가스펠송을 부르며 미국인들의 영혼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그런 역사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한국교회와 한국성결교회,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에게 큰 기대를 갖고 계십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 땅과 이 땅의 사람들도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대가 무엇입니까? 오늘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또 오늘을 사는 작은 예수로서의 삶, 하늘 어르신의 뜻에 내 욕심과 내 고집을 꺾어내고, 이 땅의 낮은 자를 섬기는 가운데 시대와 역사의 징표를 분별하여 이 민족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삶을 기대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활천 2005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