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미쇼 데이(Missio Dei)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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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의 사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런 질문에 대하여 교회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변함이 없는 구원의 사건을 선교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항상 변함이 없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함이 없다는 말은 시간과 관계없는 영원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옛날 희랍 세계에서는 진리란 불변적인 영원한 세계에 속한 것이고 가변적인 시간의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이해해왔다. 고로 희랍 철학자들의 관심은 시간에 속하는 세계가 아니고 영원에 속하는 세계였다. 그러나 희부리 사람들의 신관은 시간과 무관계한 신이 아니고 천지 창조와 더불어 시간을 만들고 시간 속에 개입해서 역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이다. 그래서 신약성서는 하나님의 시간화, 즉 말씀이 육신이 된 화육(化肉)을 강조하였다. 이 화육의 사건은 무시간적 진리가 아니라 역사적 진리를 표시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교회의 선교의 중심이고 그리스도의 화육은 변하는 시간 속에 역사의 주인으로 임재하시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주님은 사두개인과의 논쟁에서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산자의 하나님이다. 즉 그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하나님은 인도하신다는 뜻이다. 그런 고로 복음의 불변성과 세계의 가변성은 서로 대립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 교회는 이런 불변의 진리에 근거한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변하는 세대의 과제를 추구하게 된다. 이렇게 영원한 시간 불변과 변화의 세계를 하나의 원 속에서 생각할 때, 교회의 사명에 대한 개념이 새로워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를 선교하기 위한 교회로만 생각해왔다. 이러한 이해는 선교를 교회에 종속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선교를 교회의 한 기능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선교는 교회를 위한 선교가 된다. 그렇게 되면, 선교의 목적은 교회형성이 된다. 그러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는 교회를 선교에 종속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교회를 선교의 기능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교회는 선교를 위한 교회이며, 교회가 역사 속에 부름 받은 목적이 선교가 된다. 선교를 위하는 교회라고 할 때, 엄밀히 말해서 선교는 하나님이 주체이며 교회는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존립의 목적을 달성한다. 교회론적 선교는 현대에 있어서의 교회의 사명은 교회에 맡기어진 불변의 복음을 변하는 시대에 전한다고 하는 적합성의 문제로 이해되며, 선교론적 이해는 현대에 있어서 교회의 사명은 변화하는 세대에 항상 주권자로서 성령을 통하여 일을 수행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참가성의 문제로 이해된다.

또 교회론적 이해는 하나님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교회는 하나의 매개자로서의 위치를 점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회는 자연히 하나님과 가까운 위치에 서게되고 세계는 하나님과 거래가 아주 먼 속된 곳으로만 생각하게 되며 자연히 교회와 세계를 이원론적으로 생각하여 교회는 거룩한 곳이고 세계는 속된 곳이라는 성속의 개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선교론적 이해는 하나님, 세계, 교회라는 순서의 이해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는 하나님이 세계에 대해서 활동하실 때 반드시 교회만을 매개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직접 성령을 통해서 역사 하시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세계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되고, 하나님이 지배하시고 그 독생자를 보내서 인류를 구속하시려는 구속극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고로 이 세계는 사탄이 지배하는 세계도 아니요, 허무의 세계도 아니다. 하나님이 친히 지배하시며 사랑하시는 세계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세계에 대하여 하나님이 자유로 역사하심은 당연한 일이다.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서 역사하심 같이, 직접 세계에 대해서 활동에 깊이 참여하여 나아갈 때에 비로소 교회는 참된 교회로 형성되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이방인과 하나님을 반항하는 자를 통해서도 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하여 전도, 교육, 봉사를 통하여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에 있어서 교회의 사명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며 신의 선교인 그리스도의 임재를 증거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주권을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현실 상황 속에서 발견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교회당 안에서만 찾으려는 신자가 많으나, 그리스도가 없는 교회당도 많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임재를 찾듯이, 교회 밖에서도 그의 임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세상에 입증해야 된다. 교회 밖으로 향해 나간다는 말은 결코 중심에서 변두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이 계시는 중심으로 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