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교회는 선교의 수단이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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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역사에 있어서 처음 5세기 동안 신학적인 논쟁의 중심 과제는 그리스도의 본질을 천명하는 것이었다. 즉 그리스도가 하나님이냐? 인간이냐? 하는 그의 인격에 관한 문제였다. 그러나 중세기에 들어서면서 신학논쟁의 초점은 그리스도가 이룩하신 사업, 즉 속죄론이었다. 그리고 중세 후기와 종교개혁 당시에 와서는 신학논쟁의 초점이 예전론에로 옮겨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신학의 중심 과제는 하나님의 선교에 있어서 현대 교회의 위치를 설정하는 문제가 자각적인 신학의 과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론과 선교론의 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를 느낀다. 즉 교회는 선교의 주역이냐? 아니면 기능이냐? 하는 문제다. 우리 학교교회가 생각하던 재래의 선교 개념은 교회가 선교의 주역(主役)이며 교회 수립이 선교의 동기였다.

다시 말해서 교회의 확장과 선교의 성과를 직결시켜 생각했다. 이러한 선교 개념 속에서 우리는 '교회지향적 구심성'(交會指向的 求心性)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선교의 주역이 교회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교회는 선교의 수단으로 그 개념이 바뀌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 세계에서 구원의 임무를 수행하시기 위해서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를 불러 모으셨다. 고로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서 부름을 받았고 역사의 전선에 앞서 가시는 그리스도에게 순종함으로 끊임없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복음 선교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었다. 즉 교회는 그 자체 수립이나 형성을 위해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교회 지향적인 선교의 구심성으로부터 역사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 지향적인 원심적(遠心的) 선교에 임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과거의 고전적인 표현을 빌린다면, 교회는 수평적으로 현세와 관계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보다 수직적으로만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교회는 수직적인 동시에 기능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수직적이란 말은 성령이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는 하나의 사건으로 교회를 이해함이고, 기능적이란 말은 교회를 전도의 그릇으로 수단으로 생각하고 선교의 기능이라고 하는 데 그 존재의 의의를 찾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오늘의 교회론은 하나님의 선교라고 하는 맥박 속에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종교개혁적인 표현에 의하면 교회는 말씀이 진실되이 선포되고 성례전이 정당하게 집행되는 곳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선교론적인 관점에서는 설교나 예전 그리고 직제 외에 선교의 기능에서 교회의 존재 의의를 찾는다. 성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한다. 그 이유는 교회는 하나님의 파견자인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회는 오순절 이후 성령에 의하여 계속 인도함을 받고 마지막 때를 향하여 활동을 계속하는 형성 도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교회는 구조적인, 형이상학적인 영역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한다는 동적인 영역에서 그 존재의 의의를 찾아야 한다. 교회는 하나의 운동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의 위임을 받고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이동하는 순례의 백성(히브리 2:10, 벧전 2:9-11)이다. 고로 교회의 실체는 과거의 교회 자체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항상 앞서 가시는 머리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선교의 목표는 교회 자체의 확장이나 내실화(內實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교의 대상인 이 세계를 향해서 뻗어나가는 데 있다. 선교의 목표는 세상이지 교회 자체는 아니다. 교회는 내향적인 충실만 생각하는 선발적 특권집단(選拔的 特權集團)이 아니라 이 세상으로 흩어져 나가는 사명 공동체다.

그러면 교회를 선교를 위한 기능적인 집단이라고 볼 때, 선교의 주역이신 하나님은 그 선교수행에 있어서 교회를 유일한 수단으로 사용하시는지, 아니면 많은 수단 중의 하나로 이용하시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회를 선교의 독점 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애굽의 바로까지도 하나님의 구원의 수단으로써 이용된 예를 든다. 그러나 교회를 하나님의 선교의 여러 가지 수단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방적인 견해로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선교의 목표 자체라고 하는 의미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의 독자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의 선교는 신도의 교제인 하나님의 백성을 창조한다. 따라서 신도의 교제로서의 교회의 실체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목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된다. 교회의 생명은 참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동시에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때에 하나님의 나라는 이루어진다. 하나님 나라 건설이 선교의 최종 목표인 고로 교회는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인 동시에 그 목표 자체가 된다. 이 동시성을 가졌기 때문에 세상에서 독자적인 하나님의 선교의 위탁을 받은 소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동시성 때문에 교회를 통해서의 구원이 독자적인 것이 되며, 하나님의 선교의 유일한 기관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