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의 영향과 한국교회의 마귀론

 

 

Ⅰ. 마귀론의 흐름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은 특유의 귀신 개념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대표적인 것이 드라큘라라면, 중국에는 강시, 일본에는 여우귀신 그리고 한국에는 도깨비가 있다.

 과학시대에 사는 현대인들 가운데는 이들의 존재를 의심하여 망상이나 심리적 미혹 또는 미신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그들에 의존하여 마술적인 신앙에 빠지거나 귀신 신앙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마귀를 섬기는 사단의 교회(The Church  of Satan)가 있어 그 회중이 만명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마귀나 귀신론이 인기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학문적으로 연구된 적이 거의 없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구약성경은 마귀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그 기원과 정체에 대해 거의 침묵하고 있다. 단지 세곳만이 마귀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있다(대상21:1, 욥1:~2:, 슥 3:1~2). 구약성경에는 마귀를 타락한 천사로 해석할 수 있는 간접적인 표현과 암시가 있을 뿐이다(사 14:12~13, 겔28:15). 이에 비해 신약성경은 마귀에 대해 여러 곳에서 취급하고 있다. 천사 가운데 일부가 본래의 지위를 보존하지 못하고 타락하여 흑암에 갇혔다고 함으로써(벧후2:4, 유 1:6) 타락한 천사가 마귀라는 전통적인 해석의 근거를 제시해 준다. 뿐만 아니라 타락한 천사의 수가 전체의 삼분의 일이나 된다고 함으로써(계12:4) 마귀의 세력이 다수라는 것, 즉 그 우두머리는 마귀 또는 사단이며 귀신들이 그 부하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도시대나 교부시대는 이러한 성경의 견해를 받아들였으며 이 문제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반면 중세에는 신플라톤 철학의 신비주의에 영향을 받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마귀는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대적이 될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하였다. 종교 개혁자들은 천사 가운데 일부가 타락하여 마귀와 귀신이 되었다는 견해를 이의 없이받아들였다.

 그러나 근대와 현대 신학계는 바르트(Karl Barth) 등 몇몇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마귀 문제를 거의 무시했다. 바르트는 천사가 타락하여 마귀가 되었다는 전통적인 견해를 부정하고 색다른 해석을 했다. 마귀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천사는 죄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귀는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이 아니라 무(無)에서 온 것이다.

그기원과 본질은 무, 즉 카오스에 있다. 마귀나 악은 창조주와 피조물이 아닌 제3의 방식, 즉 무적(無的)인 것으로 존재한다. 이것은 악을 존재의 결여로 보는 플라톤 사상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인 마귀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한국교회사에는 마귀론과 마귀의 역사에 관한 특별한 기록이 나타나 있지 않다. 단지 인간의 타락을 사탄과 이브의 성적인 결합으로 보는 통일교의 타락론과 피가름의 교리를 통한 마귀 이해가 단편적으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통일교는 창세기 인간의 타락기사에 나오는 뱀을 타락한 천사장 루시엘이라 주장한다. 루시엘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에 질투하여 인간의 창조에 불만을 가졌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여 천사 위에 만물을 주관하는 자로 세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브를 유혹하여 타락하게 했다. 통일교는 선악과를 따먹은 것을 루시엘과 이브의 성적인 관계로 해석한다. 따라서 인간은 마귀의 후손이 되었다고 한다. 루시엘과 이브의 간음으로 가인을 비롯한 전 인류에 마귀의 더러운 피가 흐른다. 이 더러운 피를 제거하기 위한 종교의식이 성신시대인 오늘날에는 영체의 의식, 즉 피가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재림주와의 접붙임을 통해 악의 피를 거룩한 피로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통일교는 하나님과 마귀를 대등한 것으로 봄으로써 이원론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마귀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배상금을 마귀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사탄 배상설을 주장한다.

 한국교회사가들은 이러한 견해를 통일교 독창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1920년대 평양의 교회들을 혼란하게 했던 원산의 입신파의 유명화, 백남주, 한준명 그리고 황국주 등에서 기원을 찾으며 김백문이 이것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인간의 타락을 마귀와 이브 사이의 불륜관계로 해석하거나 하나님을 남성과 여성의 양성 성상(性相)의 중화체로 주장하는 통일교는 동양의 음양사상과 신비주의에 근거한 잘못된 토착화 현상이다.

 한편 한국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민간신앙에는 무속신앙 또는 무교(Shamanism)가 있다. 이것은 신령과의 접촉을 통해 복을 빌고 재앙을물리침으로써 인간의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주술적인 종교현상이다.(주1) 귀신의 존재가 무속신앙의 중심을 이루며, 그것은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의 영혼으로 인간의 길흉을 좌우한다. 이것은 한국 기독교인의 신앙 행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어왔다. 귀신을 내어쫓는다하여 환자를 복숭아 나무 가지로 때리다가 죽게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귀신은 불신자의 사후 존재이며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는 마귀론과 함께 공개적으로 직접 귀신을 쫓아내는 현상이 80년대부터 한국교회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귀신 쫓아내는 목사로 유명한 성락침례교회의 김기동, 서울대 교수요 부활교회 목사인 한만영, 내가 본 천국의 저자 펄시 콜레와 연합집회를 인도하여 화제가 되었던 한국 예루살렘 교회의 이초석 목사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김기동은 마귀론 상.중.하 세권과 성서적 신학적 현상적 마귀론을 출판하는 등 이론과 실제 면에서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마귀론은 한국 전래의 무속신앙과 기독교 신앙의 혼합 산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성경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러한 오해와 미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속신앙, 특히 귀신 개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우리는 마귀와 관련된 두 가지 잘못된 흐름, 즉 통일교적 해석과 김기동식 해석을 살펴보았다. 이 가운데 우리는 마귀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후자를 한국무속신앙의 조명을 통해 검토하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속신앙이란 어떠한 것이며, 그것이 기독교 신앙에 어떤 영향을 주어왔는지 또 어떻게 오염시켰는지를 살펴보는 동시에, 김기동식의 귀신론이 무속신앙에 근거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Ⅱ. 한국 무속신앙

무속신앙은 정확한 기원과 역사적 발전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종교현상으로 아프리카와 유럽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세계에 퍼져있다. 무속신앙은 무당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나는 원시적 자연종교 현상으로 영매, 주술적 치료, 예언, 점복, 강신술, 노래, 춤 등을 그 기능으로 한다. 학자들은 시베리아의 퉁그스족에서 그 전형적인 것을 찾으며 한국의 것을 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본다.

 한국 무속신앙은 민간신앙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이다. 이는 선사시대부터 한민족의 정신생활을 지배했으며 불교와 유교같은 외래 종교가 전래된 뒤에도 그들 종교의 저변에 서식하거나 혹은 민간 신앙의 형태로 존속하여 오늘날 까지 끈덕지게 살아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중의 각계 각층에 깊숙히 스며들어 기복종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주2)

 한국 무속신앙의 가장 큰 특징은 현세주의이다. 타계와 내세가 아닌 현실과 현세가 신앙과 삶의 중심이 된다. 현세의 삶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복을 빌고 재앙을 쫓아내는 기복과 양재를 그 근본 목적으로 한다.

 무속신앙은 무당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영계와 인간 사이를 중재하는 사람이 무당이다. 무당에는 세 종류가 있다. 신이 내림으로 무당이 된 강신무,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무당이 된 세습무, 무당일을 배워 무당이 된 학습무가 그것이다. 무당의 기능은 기복, 양재, 점복 및 오락 네가지다. 기복은 사제적 기능으로 신령에게 제사하고 복을 비는 것이다. 양재는 무의(巫醫)적 기능으로 악령을 쫓아냄으로 병을 고치고 재앙을 물리치는 것이다. 점복은 예언적 기능으로 길흉을 점치는 것이다. 오락은 한국 무당 특유의 기능으로 가무를 통해 신령과 인간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무속신앙은 모든 물체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상은 신령들과 혼귀들로 가 득차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신령들이 한국 무속의 신앙대상들이다. 신령들은 천신, 지신, 인신, 잡귀 등으로 분류된다. 천신(天神)은 곧 하느님이다. 전체를 지배하는 최고의 신이며 우주와 운명의 창조자요 주재자이다. 산에 강림하여 은거하는 이가 하느님의 아들인 산신(山神)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선령이나 악령이 되며, 이것이 인신(人神)이다. 선령을 신명(神明)이라 하고 악령을 귀신이라 한다.

 현세에서 착하게 살거나 한 없이 죽은 사람은 선령이 된다. 악령에는 조령과 원귀가 있다. 조령은 현세에서 순조롭게 살다간 사람의 영혼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악령이 된 것이다. 반면 원귀는 요절, 횡사, 객사한 사람, 악행을 하거나 억울하게 죽어 원한을 지닌 사람의 영혼이며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방황하며 원한이 풀릴 때까지 인간을 괴롭힌다.

 이러한 귀신은 형체는 없으나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이나 할 수 있으며 어느 곳이든지 들어갈 수 있다. 무당을 통해 그 소망을 말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초인적인 행위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귀신은 영속적인 존재가 아닌 일시적인 존재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져 버린다.

 무속신앙에 있어서 선령과 악령 사이의 구분은 분명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통칭하여 귀신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령들의 선악은 인간의 대접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에 따라 복을 베풀기도 하고 재앙을 내리기도 한다. 특히 질병은 귀신의 인체 침입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재앙을 제거하고 복을 비는 무속의 의식이 굿이다. 굿은 신령과의 교섭행위이며 이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조정하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내어 원한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옮기게 하는 사령제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진오기굿 또는 씨김굿이 있다.

 이밖에 한국 민속에서 귀신을 퇴치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은 대접법, 복종법, 의타법, 기교법 등이다. 대적법은 질병의 원인인 귀신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그것을 격퇴하는 것이다. 환자의 신체에 고통을 주면 귀신이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나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를 온돌방에 가두어 놓고 2, 3일간 연속 송경을 한뒤 뽕나무 가지나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리면 낫는다고 한다. 경압법은 소리를 질러 귀신을 놀라게 하고 위협함으로 환자에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는 것이다. 복종법은 귀신을 달래거나 무엇을 바쳐 귀신의 재화로 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Ⅲ. 기독교에 대한 무속신앙의 영향

한국 무속신앙은 외래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외래의 것을 표면에 내세우고 자기는 내면으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소멸되지 않고 내면에 살아있어 외래 종교까지도 무속신앙화한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의 팔관회는 외형은 불교 법회였으나 내용은 전통적인 무속신앙이었다. 이와 같이 무속신앙은 한국의 종교적 바탕을 이루면서 외래 종교를 토착화시켰으며 오늘날도 여러 종교의 내면에 스며들어 융합작용을 하고 있다.(주3) 무속 신앙은 운명신앙, 요행주의, 귀신신앙, 주술신앙을 조장한다.

 무속신앙은 한국인이 기독교의 하나님과 영적 세계를 쉽게 이해하고 이질감없이 받아들이게 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무속신앙과 기독교는 유사한 신관을 가지고 있다. 무속신앙은 많은 귀신과 함께 하느님을 최고의 신으로 믿는다. 물론 이 하느님은 기독교의 하나님과 같이 유일한 인격신도 절대적인 존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무속신앙의 하느님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외관상으로 유사한 기독교의 하나님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교회의 경이적인 양적 성장은 이러한 요인에 힘 입은바 적지 않다.

 한편 무속신앙을 가졌던 사람들이나 그런 토양에서 성장했던 사람들이 기독교로 개종함에 따라 일종의 혼합주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기존의 무속신앙을 포기하지 않은채 기독교를 수용한 것이다. 무속신앙은 신앙의 형태와 양식에서 한국 교회에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현실주의적 기복신앙이나 개인 위주의 즉흥적인 신앙, 입신, 진동, 투시 등 개인적인 신비체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광신주의 현상, 질병에 걸리는 것을 귀신의 소행으로 간주하거나 병 고치는 것을 기독교의 주된 임무로 생각하는 것 등은 기독교에 침투된 무속신앙의 요소들이다.

 특히 귀신과 질병에 대한 무속신앙적 이해가 교회를 혼란시키며 신자들은 미혹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성락 침례교회의 김기동목사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김기동은 마귀론에 관하여 여러권의 책을 저술하는 동시에 1988년 까지 약 40만명의 귀신을 쫓아 냈다고 주장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입장을 연구한 논문이 몇편 한국교회에 소개된바 있다. 강성진의 연세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사귀 현상에 관한 실험적 연구(1979), 신태웅, 강춘오 등이 월간 현대목회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출판한 한국의 귀신, 성서의 귀신(1986), 최근까지 월간 현대종교에 연재되었던 홍성철의 베뢰아 귀신론에 대한 성경적 비판(1989~1990)등이 그것이다.

 김기동은 한국 무속신앙의 귀신론과 성서의 귀신론을 혼합하여 독자적인 해석을 하고있다. 물론 그가 자신의 해석을 혼합주의의 결과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서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가 무속신앙의 귀신론에 기초하고 있음을 다음 몇가지 사실이 입증해준다.

 첫째 김기동은 천사가 타락하여 마귀 또는 사단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했으나 귀신 역시 타락한 천사라는 기독교 전통적인 입장을 부정했다. 귀신은 불신자의 사후 존재라는것이다. 그는 성서적 측면과 실험적 측면에서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성서적인 증거로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점하는 귀신들린 여종(행16:16), 이방인의 제사는 귀신에 하는 것이라는 바울의 증거(고전 10:20~22), 헤롯왕이나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은 세례 요한, 또는 엘리야가 살아난 것으로 말했다는 것(마16:13~14, 막6:14~16)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김기동이 더욱 역점을 두는 것은 실험적인 증거이다. 귀신들린 자 8,000명을 조사한 결과 7,995명이 불신자의 영혼이었다는 것이다. 귀신이 죽은 불신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생전 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등 귀신이 불신자의 사후 존재라는 증거로 30여 가지를 제시했다(주5). 김기동은 귀신은 육체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기독교의 견해와 무속신앙의 혼합이다. 마귀의 기원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천사타락설을, 그리고 귀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제명대로 살지 못한 원혼이라는 무속신앙의 귀신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성경이 아닌 귀신들의 주장에 기초한 것이다.

 김기동이 제시한 성서적 증거들은 불신자의 사후 존재가 귀신임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는 성경을 임의적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오히려 예수님은 거지 나사로와 부자의 비유를 통해 불신자의 사후존재는 음부에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세상을 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눅16:19~31). 결국 귀신은 사단과 함께 타락한 천사 들이라는 기독교 전통적인 입장이 성경의 교훈에 일치한다(마25:41, 벧후2:4, 1:6).

 둘째 김기동은 귀신은 수명이 제한된 존재이며 그 처소는 주로 자기 집안 식구들이라고 주장한다. 귀신은 영적 존재이나 그 활동범위와 수명은 제한적이라고 한다. 즉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었을 때 그 사후 존재는 귀신이 되어 본래의 수명이 차기 까지 활동한다. 그 후에는 무저갱에 들어가 활동을 그친다. 귀신과 귀신 들린 자는 대부분 가족, 친척, 친지의 관계에 있다.

 귀신은 사람의 영혼과 육체의 중간인 신경계통에 거한다. 김기동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누가복음 4장 33절 을 들고 있으나, 이 구절이 그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입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사단과 그 세력들인 귀신들이 세상 끝날까지 활동하다 최후 심판시 무저갱에 갇힌다고 말하고 있다(마25:41, 계20:1~3, 7~10). 따라서 그의 주장은 귀신에게 수명이 있다고 보는 무속신앙과 기독교의 입장을 혼합한 것이다.

 셋째 김기동은 모든 질병의 원인을 귀신이라고 주장한다.(주6) 병에 걸리는 것은 귀신이 사람 몸에 침입하는 것이며, 병 고치는 것은 귀신을 내어쫓는 것이다. 약은 병을 고치지 못하고 오히려 병을 첨부할 뿐이라고 말한다. 귀신을 내쫓아 병을 고치는 것이 김기동 목사의 성락침례교회의 특징이며 그 교회 부흥의 핵심 요인이다.

 한편 성경 역시 귀신으로 말미암아 병에 걸릴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수께서 귀신들려 벙어리된 자로 부터 귀신을 쫓아냄으로 말하게 하신 것(마9:31~34, 막9:17~27)이나 귀신들려 눈멀고 벙어리된자를 고치신 것(마12:22), 일곱 귀신들린 막달라 마리아를 고치신 것(눅8:2)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질병의 원인이 귀신이냐 하는 것이다. 성경은 질병이 마귀나 귀신뿐만 아니라(욥 2:6~7), 죄(창12:17, 마9:1~8), 불경건한 생활(고전11:27~30), 과로나 부주의(빌2:25~30)로 말미암거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요11:4) 등으로 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병은 자연적인 인과율에 의한 것이지 마귀의 장난이나 귀신의 저주 때문이 아니라는 불트 만(주7)(Rudolf Bultman)이나 모든 질병의 원인이 사탄 또는 귀신이라는 제암즈 칼라스(주8)(James Kalles), 오스본9(T. L. Osborn), 김기동등의 두 극단적인 견해는 성경적이 아니다. 특히 그의 주장은 모든 질병을 귀신의 인체 침입으로 간주하는 무속신앙에 기인된 것이다.

 넷째 귀신을 쫓아내는 김기동의 축사 방법은 무속신앙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교에서는 귀신들린 사람을 때리거나 꼬집는 등 고통을 주거나 또는 빌거나 무엇을 바치거나 달래므로 귀신을 쫓아냈다. 한국 무속신앙도 그러하다. 대표적으로 대적법과 복종법등을 사용했다. 복종법은 귀신을 달래거나 무엇을 바쳐 쫓아내는 것이며, 대적법은 귀신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물리치는 것이다. 대적법으로는 구타법과 경압법 등이 있다. 구타법은 환자의 몸에 폭력을 가하여, 그리고 경압법은 놀라게하고 위협하여 나가게하는 것이다.

 한편 예수님은 말씀으로 명하여 귀신을 쫓아냈다. 권위와 능력에 귀신이 복종한 것이다. 제자들도 예수의 이름과 성령의 능력을 통해 귀신을 쫓아냈다. 이에 비해 김기동의 귀신 쫓는 방법은 대화법이다. 그는 귀신과의 대화를 통해 귀신 스스로 정체를 밝히게 한다. 귀신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을 무기로 삼으므로 정체가 밝혀지면, 꾸짖음과 호통에 무서워서 나간다. 그러나 김기동의 마귀론 하권에 기록된 귀신쫓음 사례 68가지를 검토해 보면, 귀신들은 그의 '가' 또는 '나가' 라는 호통소리에 나간 것으로,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 쫓는 형식이 전혀 없다. 이 밖에도 김기동은 귀신의 고찰이란 글에서 적대법, 복종법, 구타법, 경압법 등 무속 신앙이 방법과 동일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서광선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그의 귀신론은 무속적인 축사현상이나 무속적인 정령주의(animism)에 그 무의식적인근거를 두고 있다.(주10)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김기동의 귀신론은 한국 무속신앙에 적지 않게 기초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것이 한국 사람들의 의식속에 잠재해 있는 전통적인 귀신관과 잘 조화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받아들이고 있다.

 

Ⅳ. 맺는말

교회는 마귀와 귀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그 최대 원수인 마귀와 그의 세력을 정확히 알지 않고는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오히려 미혹될 우려마저 있다. 열심있는 신자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이단이나 사이비종파에 희생되는 것이 그 예이다. 신앙과 열심이 성경말씀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기초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한국교회의 역사에도 마귀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많았다. 인간의 타락을 이브와 사탄과의 불륜관게로 해석하는 통일교의 문선명과 귀신을 불신자의 사후존재로 보는 성락침례교회의 김기동 목사 등을 대표로 들어보았다. 전자가 동양의 음양사상에 근거한 것이라면, 후자는 한국 무속신앙에 근거했다. 양자 모두 잘못된 토착화 현상이라 하겠다.

 특히 한국교회는 무속신앙의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 무속신앙은 외래종교를 받아들여 표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내면에서 그것을 융합하여 결국은 무속신앙화한다. 한국 종교사에 나타난 불교, 유교, 도교가 그것을 입증한다. 한국 교회는 기나긴 역사변천에도 소멸되지 않고 지금까지 존속해온 무속신앙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겉은 기독교이나 속은 무속신앙인 기독교인의 옷을 입은 무속신앙인이 부쩍 눈에 띄고 일부 교회가 현실주의적 기복신앙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의 영향이라 하겠다. 이것이 조직화되고 운동화된 것이 최근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김기동목사의 마귀론이다.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무속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마귀의 가장 큰 무기는 속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註)]

1. 문상희, 무속신앙의 윤리문제, 한국교회와 신학의 과제, p. 218.

2. 문상희, 샤머니즘이 현대한국종교에 미치는 영향, 샤머니즘의 현대적 의미, p. 115.

3. 유동식, 한국 무교의 역사와 구조, pp. 129, 141~142.

4. 김기동, 성서적 신학적 현상적 마귀론, p. 19.

5. Ibid., pp. 216~218.

6. Ibid., p. 233.

7. Rudolf Bultmann, Kerygma and Myth, pp. 4~5.

8. James Kallas, 사탄의 생태, p. 5

9. T. L. Osborn, 그리스도의 신유, p. 17.

10. 서광선, 성령운동과 부흥운동의 신학적 이해, 한국의 귀신 성서의 귀신, p. 183.

목창균철학박사(미국 드루대학교). 서울신대교수(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