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교회론(니젤)

 

    

 

[비교교회론]은 1953년 독일에서 출판된 니젤의 [복음과 교회]를 번역한 것이다. 본서의 저자인 니젤은 독일 베를린 태생의 개혁파 교회 목사요, 신학자요 에큐메니칼 운동가였다. 그는 저명한 칼빈 연구가이며 독일 개혁교회 총회장,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 그리고 세계 개혁교회의 연맹의장을 역임한 활동가였다. 그의 저서로는 본서 이 외에도, [칼빈의 성찬론], [개혁파 교회란 무엇인가], [칼빈의 신학] 등이 있다.
    [비교교회론]은 니젤이 세계교회협의회 신앙과 직제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얻은 각 교파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토대로 독일의 부퍼탈신학대학에서 강의했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그가 본서를 저술한 목적은 교파에 대한 편람이나 신조학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전달했는가를 해명하려는데 있었다.  따라서 니젤은 본서에서 복음에 대한 가톨릭교회, 정교회, 개신교 여러 교파들의 태도와 관계성 그리고 그들의 복음 전달 방법에 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본서에서 주로 각 교파의 기독론, 성서관, 교회론, 구원론, 및 성례전론을 토의한 사실이나, 본서의 원 제목을 [복음과 교회], 부제목을 [가톨릭교회, 정교회 및 개신교의 비교]라고 붙인 것은 자신의 그러한 의도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니젤은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바르멘 신학 선언을 출발점으로 여러 교파를 비교 연구했다. 바르멘 신학 선언은 1934년 5월 독일 바르멘에서 루터파, 개혁파, 연합교회, 자유교회, 교회회의 및 교회협의회 대표들이 회집하여 독일 복음주의 교회의 현 위치에 대해 신학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근 이 선언을 기초로 하여 개혁교회 입장에서 여러 교파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 같이 저자가 자신의 신학적 입장에 근거하여 여러 교파를 다룬 것은 교파에 대한 공정한 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본서는 서론과 세 개의 장 및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상으로 본서 전체는 물론, 각 장에서도 서론은 있으나 결론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자료만 제시하고, 판단은 독자가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니젤은 서론에서 기독교 교파에 대한 기존의 연구 방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방법론을 밝히고 있다.  기존의 방법은 신조들을 유일한 근거로 하여 각 교파의 교리적 입장을 비교하는 것으로, 그는 이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신조의 개념은 그 자체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신조에 나타난 교리들은 생명력을 상실한 채 형식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형식화된 신조가 아닌, 살아 역사하는 복음 자체를 중시했다. 이것은 그가 바르멘 선언을 연구의 시발점으로 삼는 것에 의해 입증된다.  바르멘 선언은 성서 자체를 최고의 권위로 인정하며, 궁극적인 판결권을 보유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으로 증거하고 있다. 따라서 니젤은 바르멘 선언을 규범으로 각 교파를 고찰하고자 했다. 니젤은 서론에서 이 선언의 명제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접근 방법을 정당화하고 있다.
    제1장은 교리의 원천, 교회론, 인간론, 의인론, 성례전론 및 마리아론에 근거하여, 로마 가톨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했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로마 교회는 성서를 최고의 권위로 생각하지 않았다. 교리의 원천인 성서나 전승보다 오히려 교회의 권위를 더 강조했다. 성서와 전승은 오직 교회의 교도권을 통해서만 접근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는 교회에 있으며, 교회의 교도권을 소유한 교황이 최고의 권위자라는 것이다.
    또한 로마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교회라고 고백했던 바르멘 선언과는 달리, 제도로서의 교회를 더 강조했다. 교회는 구원을 위한 제사장적이며 성례전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구원은 복음이 선포되고 경청되는 곳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마교회의 제도 안에서 발견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로마교회가 일곱 가지 성사와 미사 제도를 강조하는 것에 의해서도 입증된다.
    이러한 로마교회의 입장에 대한 니젤의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로마교회가 복음으로부터 이탈되어 다른 복음을 증거해왔다고 보았다.
    제2장은 희랍 정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했는지를 로마 가톨릭교회와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정교회는 성서와 전승을 진리의 원천과 기반으로 인정하고 양자를 동등한 것으로 보았다. 교회를 하나의 법적인 제도로 보는 로마교회와는 달리, 정교회는 교회란 그리스도를 유일한 머리로 하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간주했다. 교회의 의무는 그리tm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며, 이것은 성례전의 사역 안에서 완성된다고 하였다. 또한 정교회의 신학에는 로마교회 신학의 특징인 공로사상이 발견되지 않는 반면, 그리스도가 인간 구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니젤은 정교회를 긍정적으로 취급했으며, 로마교회에서 듣지 못햇던 성서적 음성들이 정교회에서 발견된다고 평했다. 그러나 정교회가 무오한 가르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무오한 것은 전체로서의 교회뿐이라고 본 것, 선지자들이나 사도들의 말씀을 지키기보다는 교회 전체 집단에 의존한 것, 성령을 말할 때, 계시의 중보자를 무시하고 신자와 하나님간의 직접적 관계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준 것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종교개혁 시대의 교회들이 복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전했는지를 제시한 제3장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 니젤은 종교개혁의 두 줄기인 루터파 교회와 개혁파 장로교회의 교리적인 관점들을 비교했다. 니젤은 양 교회의 성서관, 구원론, 교회론, 성례전론, 기독론 등을 검토하고, 양자의 교리에 현저한 차이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루터는 성서를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로 보고, 그리스도를 성서의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성서 가운데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책은 사도적이라 했고, 그리스도를 전파하지 않는 책은 비사도적이라 했다. 반면, 개혁파교회는 성서가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 때문에 저자와 관계 없이 그 자체로서 충분한 권위를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루터파 교회와 개혁파 교회 사이의 그러한 교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니젤은 양 교회가 개혁주의의 기본 교리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즉 그들은 구원의 방법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 중심적인 해답을 제시했으며, 그리스도는 말씀 안에서 우리와 만나며,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 교회 모두가 바르멘 신학 선언에서 일치된 신앙고백을 했다는 것에 의해서도 입증된다. 그러므로 니젤은 루터파 교회와 개혁파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체에 대한 진리를 위하여 “단일 신학의 그림자가 아닌 ”이중적인 신학 학파“로 공존해야 한다는 칼 바르트의 견해에 동의했다.
    제2부는 영국 성공회, 회중교회, 침례교회, 감리교회 및 신우회와 같은 영국의 개혁주의 교회들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복음을 이해하고 전파했는가를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다.
    [비교교회론]은 교회가 복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전했는가 하는 실제적이고 본질적 문제에 근거하여 기독교의 여러 교파를 서술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동방교회와 서방교회, 신교와 구교, 그리고 개신교의 여러 교파들의 성서관, 교회론, 성례전론 등 핵심 교리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제1차 자료로부터 풍부한 직접 인용, 세밀하고 정확한 각주, 부록으로 첨부된 뒤셀도르프 선언문과 바르멘 신학 선언문 그리고 독문판과 영문판 참고문헌 목록은 복음과 교회 문제뿐 아니라 기독교파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비교교회론]이 각 교회의 입장에 대한 비교에 치중한 나머지, 자료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 점이다. 따라서 저자의 결론이 명시되지 않은 자료집이 된 감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