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과 운명 I - II

  

<라인홀드 니버, 오희천 옮김, 2014/2015 종문화사>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직후인 1939년에 라이홀드 니버가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행한 기포드 강연을 책으로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다. 그의 강연은 많은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리처드 폭스는 그의 강연이 청중들에게 끼친 영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청중은 강연에 빠지지 않았다. 그의 세 번째 강연 도중에 에딘버러 시가 폭격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니버는 강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폭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니버는 그가 말했던 어떤 것에 관해 청중들이 어색한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존 바일리는 청중들이 나머지 강연들을 듣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그들이 강연을 끝까지 들은 것은 아마도 그 강연들이 기존의 기포드 강연들과는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니버의 강연들은 인간의 운명에 관한 기독교적 견해를 영감 있게 - 난해한 부분들이 더러 있긴 했지만 - 제시해 주는 설교였기 때문이다. 폭격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극을 능가하는 감동적인 강연들을 듣기 위해 시간을 서둘러 일주일에 사흘간 오후에 강연을 계속한 것은 잘 한 일이었다."

니버는 한편에서는 사회의 변화와 갈등에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모든 현실적 요소들에 주목하는 "기독교현실주의자"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덕적 이념들과 신앙고백도 역시 실제적이며 현실의 사건들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역사에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경제적 힘과 정치적 힘의 구조를 분석한다. 그는 현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계층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해법은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안정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자유와 질서 또는 필요와 가치 사이에 효과적인 균형상태가 확립되어 있어야 함을 주목하였다. 그는 모든 종류의 악과 갈등은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교만이나 권력욕이라는 더 근본적인 형식과 관련되어 있음을 통찰하였다. 그에 의하면 폭력과 지배, 창조성과 비극, 도덕성, 이기주의, 냉소주의, 어리석음, 희망과 같은 모든 문제들은 자아의 표현이거나 아니면 왜곡된 자아의 표현이다.

니버의 위대한 업적은 정치적 대립에서 부침하는 권력을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더 깊고 더 지속적인 성향과 관련시켜 생각하는 그의 도덕현실주의 사상에 있다. 많은 다른 주석가들도 개인적인 동기와 그 결과로 나타나는 행위들 사이의 관계들을 추론할 수 있었으며, 사건들을 한 나라와 그 국민의 고유한 성격과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유럽의 위기는 히틀러의 무제약적인 야심이나 독일 국민의 완고한 민족적 자만심 때문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니버는 그런 해석들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해석들의 토대가 되는 더 미묘하고 보편적인 형식을 통찰하였다. 따라서 그는 행위의 동기와 그 결과 나타나는 행위는 결코 선이나 악의 단순한 표출이 아님을 발견했으며, 모든 종류의 악과 다툼은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교만이나 권력욕이라는 더 근본적인 형식과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