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7세기 영국 베드포드(Bedford)에 한 야금사(冶金師)가 있었으니 무식한 불량자 존 번연(John Bunyuan)이었다. 하루는 은은하게 어떤 소리가 귀에 들렸다. "네가 회개하고 구원 얻는 것이 좋으냐? 죄를 그냥 짓고 지옥에 빠지는 것이 좋으냐?"하는 그 소리를 듣고 회개하였다.

후에 순박하고 영민한 그 심령은 인생의 신성과 존귀를 깨닫는 것에 힘을 다하여 심중의 마력(魔力)을 멸하고자 한즉 회개의 눈물은 그치지 않고 애걸의 호소는 듣는 자로 하여금 저로 불쌍히 여길 만큼 되었다. 위로 하늘을 쳐다본즉 태양은 그 광선을 저 같은 죄인에게 발휘하는 것이 참으로 가석(可惜)하며 굽어 땅을 바라본즉 산천초목(山川草木), 금수어별(禽獸魚鼈)은 그의 의식(衣食)을 제공함이 참말로 황송하게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야심없는 금수를 부러워하였다. 이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순례자의 고통이었다.

그러나 미구에 십자가 밑에 나아가서 등에 있는 무거운 짐이 떨어짐을 느꼈다. 그 눈에는 감사의 눈물이 흐르고 그 가슴에는 하늘의 평강이 충만하였다. 그는 후일 이 경험을 "아! 그리스도, 아! 그리스도, 나의 눈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제하고는 나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였다.

나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피, 그의 매장, 그의 부활, 귀중한 사실을 이것저것 하나하나 나의 마음에 다 실험시켰다. 나의 몸에 받은 은혜는 마치 부귀한 사람이 많은 금전을 은행에 저축하고 그 주머니에는 용돈만 조금 가지고 가는 것 같은 것이다. 아! 나의 전재산은 예수께 저축하였다.

주께서 내가 하나님과 합체되는 깊은 뜻을 나에게 알게 하자, 나는 그에게 속하여 그의 육체의 육이 되었나니 만일 그와 나와 일체 되면 그의 의, 그의 공, 그의 승리는 다 나의 것이다. 할렐루야!

"나는 나의 그리스도 안에서 천국에 있는 자요, 나의 육체로서 땅에 있는 자이다. 나는 그를 의지하여 의로워지고 그의 죽음과 부활 승리를 항상 찬미하노라"고 외쳤다.

이러한 구원의 경험이 철두철미한 존 번연이 불타는 가슴으로 복음을 전하다가 정부의 박해를 받아 12년간 옥중 생활을 하면서 얻은 단순한 복음의 진수가 천로역정이다.

본서의 내용은 장망성(將亡城)에 살던 기독도(基督徒)가 천성(天城)을 향해 가는 길에 갈래 길이 많으므로 때에 따라 쓰러지고 때로는 곁길로 어려운 산, 험한 골짜기를 지날 때에 여러 가지 희노애락을 돌파하고 마지막 사하(死河)를 건너 천성에 들어가는 인생의 일로요 신앙의 노선이다. 본서에는 인명(人名)과 지명(地名)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신구약의 진리요, 우리 신앙 생활에서 적절한 비유로 되어 있다. 그러나 천로역정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수백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각자 보는 책에 따라 혹 다른 점도 있을 것이고, 또한 원문에서도 가감하여 대지 요령만 들어서 내 은혜 되는대로 자유로 강설한 것이니, 독자들도 취사 선택하여 더 많은 새로운 진리가 발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참고서로는 일문역과 게일(J. S. Gale)박사 역과 오천영(吳天泳) 목사의 전역 초역을 주로 하였으며, 인생일로(人生一路)란 책자에서 얻음도 많았다. 본 강화 중에 종종 노래가 나오는데 곡조는 대개 합동 찬송가 456장(통일 찬송가 278장)의 곡으로 부르면 좋을 것이다.

장망성을 떠난 객이 천성을 향해 가는 길에

갈래 길이 많으므로 그릇 들기 쉬웁도다

그러하나 우리 구주 천성 가는 길이 되고

성신 우리 인도하니 안심하고 따라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