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연구의 최근 동향

윤철원(서울신대, 신약학)

 

 

최근 신약학 연구의 핵으로 누가 문서가 부상할 것을 정확하게 지적한 반 우닉(van Unnick, 'Luke-Acts, a Storm Centre in Contemporary Scholarship,' in L.E. Keck/J.L. Martyn(eds.), Studies in Luke-Acts, London: SPCK, 1966, 15-32.)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가 신학은 최근 신약학 연구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한다. 엄청난 양의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올 뿐 아니라 명실공히 최근 신약학 연구의 귀빈(VIP) 자리를 굳히기에 충분할 정도로 학자들의 언급 또한 대단하다. 이렇게 수많은 저서들과 논문들을 어떻게 한 가지로 요약 정리해서 '이게 최신 동향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냐마는 필자가 선호하는 '그레꼬-로마적인 읽기' 방법과 '문학비평'의 흐름을 염두에 두면서 크게 세 부분으로 간략히 정리하여 신약 연구자들의 이해에 약간의 유익이 되고자 한다.


1. 문학비평의 등장

신약성서 해석에서 문학비평의 적용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성서 연구에 대한 문학비평의 적용은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서 우리 앞에 아주 가깝게 와 있다(cf. E.S. Malbon/E.V. McKnight(eds.), The New Literary Criticism and the New Testament, JSNTSS 109,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4). 소위 역사비평 방법론에 대한 끈질긴 질문과 도전은 문학비평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것은 성서학의 영역에서 먼저 시작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일반 문학 이론의 영향을 받은 성서학의 논의는 이제 급류를 타고 세계 성서학계의 중심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계몽주의 이후 지금까지 성서학 발전에 기여한 역사비평 방법을 깡그리 무시할 수도 아니 무시할 필요도 없겠지만, 문학비평의 발흥은 역사비평의 공헌과 더불어 현대 신약학의 발전에 있어서 이미 당연한 과정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역사비평과 문학비평은 이제 정당한 자리에서 협력할 시점에 있다. 이런 추세에서 먼저 살펴볼 내용은 주석들인데, 새롭게 출판되는 주석들의 논조는 문학비평적인고 흐름으로의 전향(轉向)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비평 방법을 채택한 피츠마이어(J.Fitzmyer, The Acts of the Apostles, ABC 31, New York: Doubleday, 1998)와 사도행전을 호교적인 역사로 이해하는 존슨(L.T. Johnson, The Acts of the Apostles, Sacra Pagina 5, Collegeville: Liturgical Press, 1992) 그리고 바렛(C.K. Barrett, Acts, vols. 1-2, ICC, Edinburgh: T & T Clark, 1994, 1998)의 주석들도 중요하여 연구자들의 서가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 비평적인 입장에서 사도행전 해석을 진행한 학자들은 무수히 많다. 이미 80년대 말에 탄느힐(R. Tannehill, The Narrative Unity of Luke-Acts: A Literary Interpretation, vol. 1, 2, Minneapolis: Fortress, 1986, 1990)은 누가-행전의 전체 내러티브를 문학적인 읽기 방법을 활용해서 출중한 해설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이런 작업은 수없이 많기에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에 출판된 위더링톤 3세의 주석(B. Witherington III, The Acts of the Apostles: A Socio-Rhetorical Commentary, Eerdmans, 1998)은 사도행전 연구자들이나 현장의 설교자들 모두의 구미에 맞을 뿐 아니라 그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사회-수사학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주석으로써, 사도행전 본문을 해석하는데 새로운 안목을 제공한다. 이와 덧붙여서 새로운 관점을 누가복음서 해석에 적용한 그린의 주석(J. B. Green, The Gospel of Luke, NICNT, Eerdmans, 1997)은 그레꼬-로마적인 관점과 문학비평적 요소를 치밀하게 적용하여 본문을 해석한 주석으로 탁월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위더링톤 3세와 그린의 주석은 비평적인 문제로부터 목회 현장에서 설교자들이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주석으로 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2. 유대교와 그레꼬-로마적 읽기의 전성기

문학비평과 더불어서 유대교와 그레꼬-로마 세계를 인식하고 신약 성서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은 누가 연구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하나의 흐름이다. 물론 신약성서의 연구를 위한 전제로서 유대교(Judaism)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지식을 경시해온 우리의 연구 상황에서 볼 때 유대교에 대하여 관심을 독려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까지 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동향을 호흡하는 성숙한 자리에서 우리가 더 이상 침묵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유대교에 대한 연구는 누가-행전에서 더 없이 중요한 주제가 되기에 이하에서 제시되는 저서들의 독서는 거의 필수적인 과정임이 분명하다.

사도행전의 해석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구원이나 기독론, 성령에 대한 것이라면, 여기서 유대교 문제는 그 어느 것과도 분리할 수 없는 그야말로 길목의 바위와 같다고 할 것이다. 유대인들에 대한 처리 없이 그리스도인의 구원을 말할 수 없는 것이 사도행전의 논조인 것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다. 이런 흐름과 일치하여, 많은 학자들은 유대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오고 있다. 아래서 우리는 대표적인 학자들을 거명하면서 그들의 주장에 대하여 간략히 제시할 것이다.

맨 먼저 언급할 가치있는 중심 인물은 샌더스(J.T. Sanders, The Jews in Luke-Acts, Philadelphia: Fortress, 1987)인데, 그의 책은 일대 사변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솔직히 최근 미국 성서신학의 중요 주제가 Q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제 3의 탐구가 자리 잡기 이전

샌더스는 현실적인 입장과 타협하지 않는 과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유대교와 유대인들이 사회의 가장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미국이라는 땅에서 샌더스는 신약성서의 유대교에 대한 입장을 그 반대로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누가-행전의 유대교에 대한 태도는 전적으로 반 유대적(anti-Jewish)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유대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다가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경우와는 상당히 다른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샌더스와는 정반대 주장을 하는 학자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의 신약학 명예 교수인 예르벨(J. Jervell, The Theology of the Acts of the Apostles, NTT,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6/필자의 번역으로 한들출판사에서 2000년 10월 중순 출판

예정)인데, 그 역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학자의 반열에 속할 법하다. 예르벨은 누가의 입장을 친 유대적(pro-Jewish)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의 주장은 너무나 친 유대교적이라 기독교의 시각에서도 과연 이렇게 읽을 수 있을까 의아해질 정도이다. 예를 들어보면, 교회와 회당은 별개의 집단이기보다는 오히려 유대교의 회당의 연속으로서의 교회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그의 주장의 독특성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누가 문서의 유대교 문제는 오늘 날 가장 열띤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즉 샌더스의 반 유대적 입장과 예르벨의 친 유대적 입장은 누가 문서의 거대한 논쟁에서 그 중심을 이룬다. 이런 입장을 조화라도 하듯이, 타이슨(J.B. Tyson)의 논지는 두 가지의 태도가 누가 문서에는 상존 한다는 주장이다(J.B. Tyson, Images of Judaism in Luke-Acts, Columbia, SC.: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Press, 1992).

그리고 톰슨(R.P. Thompson)과 필립스(T.E. Philips)가 공동 편집해서 타이슨에게 헌정한 책(Literary Studies in Luke-Acts: Essays in Honour of J.B. Tyson, Macon: Mercer University Press, 1998)은 유대교에 대한 최근의 비평적인 논의를 요약, 정리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데, 반-유대교와 친-유대교의 입장이 고루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처럼 유대교 문제는 아주 복잡하고 해명하기 어려운 주제로 남아 있음이 명백하다.

유대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레꼬-로마 세계에서의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에 대한 관심으로 연구자들의 초점을 이동시킨다. 초기 기독교의 기원이 유대교와 맞물린다면, 유대인들이 흩어져 살고 있는 당시의 세계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제시는 신약성서의 바른 해석을 위해서 너무나도 당연한 코스가 아닐는지? 여기서 필수적으로 언급할 연구서는 총 여섯 권으로 편집된 '1세기 상황에서의 사도행전'(The Book of Acts in Its First Century Setting)이다. 이 시리즈가 갖는 성서학적인 의미는 그 제목에서도 이미 확인할 수 있다(1권: The Book of Acts in Its Ancient Literary Setting, 2권: The Book of Acts in Its Graeco-Roman Setting, 3권: The Book of Acts and Paul in Roman Custody, 4권: The Book of Acts in Its Palestinian Setting, 5권: The Book of Acts in Its Diaspora Setting, 6권: The Book of Acts in Its Theological Setting). 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들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초기 기독교의 운명을 바르게 이해하기를 기대하는 신학도들은 여섯 권으로 구성된 본서의 독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마지막 6권은 출간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어드만스(Wm. B. Eerdmans)와 영국의 파터노스터(Paternoster)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 발행한 최근 누가 신학을 연구하는 가장 좋은 참고 도서라고 판단되어 신학도들과 사도행전 연구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이 시리즈의 출판으로 누가 문서의 연구자들은 1920년부터 영국 맥밀란 출판사(MacMillan And Co., Limited)가 편집, 출판한 5권으로 된 '기독교의 기원'(The Beginnings of Christianity, 약어는 BC)이 너무 오래된 내용일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물론, 영국에서조차도 구할 수 없는 이유로 이미 우리의 관심에서 멀리 있는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위의 여섯 권은 충분히 씻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신약성서 연구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서 그레꼬-로마적인 읽기를 시도해보기를 바라는 독자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제안을 제공하는 책이 있다. 제퍼스(J.S. Jeffers, The Greco-Roman World of the New Testament Era: Exploring the Background of Early Christianity, Downers Grove: InterVarsity Press, 1999)는 그의 책에서 신약성서의 본문과 그레꼬-로마적인 여러 동기들을 관련지어 본문을 해석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학문과 현장 모두에 적용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되어 독자들의 관심을 독려하며 소개하는 바이다.

 

3. 헬라와 로마 문학과의 비교 연구 활발

퍼보(R.I. Pervo, Profit with Delight: The Literary Genre of the Acts of the Apostles, Philadelphia: Fortress, 1987/idem, 'Early Christian Fiction,' in J.R. Morgan&R. Stoneman(eds.), Greek Fiction: The Greek Novel in Context, London: Routledge, 1994)의 사도행전 장르 연구로 촉발된 헬라 문학(소설)과의 비교 연구는 최근 로마 문학과의 비교 연구로 그 지평을 확장해가고 있다. 물론 최근까지 여러 학자들의 사도행전의 장르 문제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L.C.A. Alexander)의 주장은 새로운 안목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녀는 누가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서문에 대한 심도있는 고전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제안들을 뒤엎는 하나의 주장을 펼친다. 그녀의 책(The Preface to Luke's Gospel: Literary convention and social context in Luke 1.1-4 and Acts 1.1, SNTSMS 78, Cambridge: CUP, 1993)에서 우리는 누가-행전의 장르가 혹시 과학 전승의 연속은 아닌지 알렉산더의 견해에 동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장르에 대한 새로운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사도행전 연구의 흥미있는 하나의 주제로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리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본즈(M.P. Bonz, The Past as Legacy: Luke-Acts and Ancient Epic, Minneapolis: Fortress, 2000)의 최근 논의는 사도행전과 고대 문학과의 연구열에 하나의 촉매제로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는 로마의 시인버질(Virgil)의 서사시 에이네이드(Aeneid)와 사도행전을 비교하는 것으로 그의 논지를 이끌어간다. 버질이 그리스의 서사시--예를 들면,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Iliad)와 오딧세이(Odyssey)--의 전통적인 구성을 근거로 한 것으로 이해하는 본즈는 작품을 통해서 로마 제국의 세기를 신적인 정당성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의 저자 역시 버질의 작업이 수행한 것처럼, 유대교 디아스포라 공동체들의 성서인 70인역에서 제시된 이스라엘의 과거의 거룩한 전통을 채용하고 변형시켜서 영광스런 초기 기독교의 근거를 이루는 서사시를 만들어 냈다고 이해한다. 물론 한국 신약학의 연구 현실에서 볼 때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도 간주할 수 있겠지만, 이런 추세는 안정감있는 사도행전 연구를 위한 가치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문학과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최근 연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기에 이런 연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의미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위에서 세 가지 측면에서 사도행전 최근 연구의 간략한 동향을 짚어 보았다. 이것만으로는 물론 연구 동향을 세밀하게 분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현대적인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거론되지 못한 신학적인 연구 주제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누가 문서의 성령이라든지 선교 등에 대한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주제들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서 사도행전의 연구를 진행할 때 우리는 더 없이 중요한 해석을 시도하는 것일 줄 믿는다. 한국 신약학계가 거둬들일 풍성한 열매를 기대하면서 여기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풍성한 본문의 세계로 들어갈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