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학의 최근 동향

 

윤 철 원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신약학)

 

필자는 지면의 제한을 의식하면서 목회자들이 현장에서 적용하기 용이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으로 본 글의 목적을 삼을 것이며, 신약성서의 본문 해석과 관련된 최근 동향만을 간단히 알아볼 것이다.

신약성서 해석 방법의 새로운 변화

성서 해석의 풍향은 20세기 말에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오늘날 신약신학을 연구하는 모든 학자, 목회자, 신학도들은 1970년대까지의 기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특징짓기 위한 전문용어가 있다면 바로 다양성이다. 1970년대까지 신약성서의 연구는 역사비평이라는 단 하나의 포괄적인 모델에서 비롯된 전문 지식에만 의존해왔다.

그렇지만 그 이후의 신약성서의 해석 방법은 신문학비평으로 불리는 새로운 방법론의 출현을 맞았다. 특히 영미권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신약성서의 본문들에 대한 전통적인 역사비평 방법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1970년대 중반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에는 주요 방법론으로, 그리고 1990년대에는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그 결과는 위기의 시대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 지배적인 포괄적 모델로서의 역사비평의 쇠락(衰落)과 또 다른 상이한 포괄적 모델들의 부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셰필드대학교 성서학과를 주축으로 하여 영미권의 학자들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신문학비평의 역사비평에 대한 불만은 대개 다음과 같다: 조각내기 좋아하고(본문의 단절에 대한 강조) 발굴하는 듯한 이미지(본문이 문서로 옮겨지기 전 단계에 대한 강조) 그리고 파편적(구절-구절 분석에 대한 강조)인 경향으로 본문을 읽어내는 입장. 그러나 신문학비평은 본문을 하나의 완성된 것으로 간주하므로 본문 자체에 대한 분석으로의 방향 전환을 강조한다. 이처럼 통전적이고 공시적인 성서 읽기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성서를 수용하고 선포하는 현장의 설교자들이 신속하게 배워서 적용해야 할 방법론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되어 한국에 소개된 책들을 몇 권 소개한다(J.D. Kingsbury, 좬이야기 마태복음좭, 2000; D. Roads, J. Dewey, D. Michie, 좬이야기 마가좭, 2003; 윤철원, 좬누가복음서 다시 읽기좭, 2001; A. Culpepper, 좬요한복음 해부좭, 2000).

그렇지만 신문학비평의 읽기 방식도 여전히 해석자들을 전적으로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역사비평과 신문학비평에 대한 통합적 관심이 부상하게 되는데, 더 안전한 기반과 전략을 찾음으로 역사비평의 효력을 능가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즉 신문학비평의 관점에서 통일된 목소리와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개념들이 과연 가능한가의 문제가 그 중 하나이다. 이것은 본문의 다의성과 독자들의 해석 작업으로 인한 수많은 읽기를 점차 더 강조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선 연구자들이 인식할 내용은 하나의 포괄적인 모델로부터 다양한 모델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목격했음을 인식하는 것이고, 해석학의 지평이 개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두 말할 것 없이, 이 두 개의 포괄적 모델에 대한 지식은 오늘의 성서해석에서 필수적이다. 21세기에 신약성서를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본문에 접근해서 그 배경을 다루는데 대한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문학과 사회적 연구의 광범위한 전통에 대한 전문 지식을 함양하는 것과 관련된다.

역사적 예수 탐구의 재론

최근 2-30년 동안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한 저서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왔고 그들은 예수에 대하여 상이한 모습을 제안한다. 이는 제3의 탐구(Third Quest)로 불린다. 최근 학계에서 예수는 자유주의자 바리새인(Robert Funk), 갈릴리의 성자(Geza Vermes), 신비주의자(M. Borg), 재건을 꿈꾸는 예언자(E.P. Sanders), 카리스마적 종말론자(Martin Hengel), 전복을 일삼는 현자(R. Horsley) 그리고 유대 견유학자(J.D. Crossan, B. Mack)로 묘사되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은 기독교의 역사에서 전통적으로 고백되는 예수가 초자연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수에 대한 다양한 설명의 대표적 모델들은 수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1) 예수의 종말론이 분명한 문제로 취급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긴박하고 극적인 개입으로 촉발되는 세계사의 변화를 기대했는지. (2) 하나님의 왕국(그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언제 기대되었는지 간에)으로 상징되는 변화의 주요한 장소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은 더 넓은 차원에서 이스라엘 또는 다른 더 큰 실체와 관련된 것인지(이것과 관련된 문제는 예수의 ‘하나님의 왕국’을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거기에 소속된 사람들의 삶인 사회, 정치 그리고 경제의 변화라는 구조에서 표현되어야 하는지). (3) 그리고 예수 전승에 대한 정보들이 ‘유대교’라는 배경에서 읽혀져야 하는지(그렇다면 또 어떤 유대교인지), 아니면 갈릴리 분권주의 또는 지중해 사회의 민중 문화의 특수성에서 읽혀져야 하는지.

이러한 문제를 계속 거론하다 보면 오도된 이분법에 빠지고 만다. 마지막 문제만을 놓고 보더라도 예수는 당연히 이스라엘 사람이자 갈릴리 사람 그리고 지중해 문화에서 살았던 역사적 인물이다. 명예와 수치 그리고 후원자 제도와 같은 지중해 사회의 고유한 가치관과 더불어 모든 물품(물질적이건 비물질적이건)들이 제한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토라는 이스라엘 사람의 정체성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해석학적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질문들 가운데서 해석자가 어떠한 틀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냐에 달려있다. 예수에 대한 정보들은 우리가 어떻게 재건해야 되는지를 말해주고 있지 않다. 가치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며 동시에 자명하게 올바른 구조는 없지 않은가? 위에서 제시된 많은 의견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학자를 꼽으면 영국의 라이트(N.T. Wright)를 들 수 있는데, 그의 저서(Jesus and the Victory of God, Minneapolis: Fortress, 1996)는 역사와 신학의 화해를 촉구한다. 라이트는 많은 비판적 학자들이 주장하는 초기 교회의 신학쯤으로 치부하는 복음서의 많은 부분에 역사적인 가치를 발견함으로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어떤 판단 기준을 채택하는 것은 해석학적 차원의 결정이므로 역사적 예수 탐구에서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학자들의 결정에 따른 정리되거나 확증되지 않은 예수가 아니라 기독교 역사에서 일치해서 선포된 신앙고백에 따른 구원자 예수에 대한 전적인 선택과 투신일 것이다.


바울 해석의 새로운 지평

바울서신의 연구에서 가장 돋보이는 방법론은 사회-과학 비평과 페미니스트 해석이다. 사회학적 관심 가운데 하나는 바울이 설립한 교회의 구성원들의 부류, 특히 그들의 사회적 수준, 계층 또는 신분이다. 대체로 지난 2-30년까지 바울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레꼬-로마 사회의 가난한 하류 계층이란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저지(E.A. Judge, The Social Pattern of Christian Groups in the First Century, London: Tyndale, 1960)로부터 거부당했고 소위 새로운 합의로 교체된다. 이 합의는 타이센(G. Theissen, The Social Setting of Pauline Christianity, Edinburgh: T. & T. Clark, 1982)에 의존하는데, 그는 고린도에서 바울의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수준에 관한 증거를 연구했다. 타이센은 고린도교회의 회중이 ‘내적 계층화’(internal stratification, 하류 계층 출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류 계층 출신의 영향력 있는 몇몇 구성원들과 대조를 이룬다)의 특징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타이센은 고린도 서신에 거명된 사람들을 상류 계층의 사람들로 제안하는데, 그들이 소유한 저택과 신분 그리고 여행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후원할 수 있었던 능력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바울 자신이 자신의 회중에게 가르칠 때, 그는 어떤 사회적 관계 유형을 장려하는가? 타이센은 바울 교훈의 사회적 특징에 관한 문제에 답변했는데, 바울의 정신은 ‘사랑-가부장 제도’(love-patriarchalism)로 요약된다고 주장한다. 즉 바울은 주로 사람들이 자신들이 현재 있는 사회적 위치에 머물면서, 교회의 하류 계층 사람들은 그들의 상위에 있는 자들에게 복종과 경의를 표할 것을 가르치지만, 그러한 가부장적 계급 구조는 가장 낮은 자들과 비천한 자들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기독교의 요구에 따라서 완화되는 것이다. 타이센에 의하면, 사랑-가부장 제도의 정신은 고린도전서 7:17-24, 11:2-16에서 그리고 우상들에게 바쳐진 음식을 먹는 것과 주의 만찬을 거행하는 문제들을 놓고 일어났던 분열에 관한 고린도인들을 위한 바울의 답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전 8:1-11:1, 11:17-34). 그러나 바울의 가르침이 타이센이 주장한 것만큼 보수적인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바울은 사회적인 위치를 포기하라고 가르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회중에게 공동체가 일치하도록,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향하여 희생적으로 자기 자신을 낮출 것을 끈질기게 요구한다. 또한 페미니스트 성서 해석이 바울 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여성 학자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바울서신을 해석하는 그들의 관점은 남성의 지배와 여성들의 착취에 대한 비판과 해방과 평등을 옹호하는 데 집중한다.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초기 기독교의 모습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저작은 피오렌자(E.S. Fiorenza)의 저서(In Memory of Her: A Feminist theological Reconstruction of Christian Origins, London: SCM, 1983, 새로운 서론과 함께 1995년 재판) 이다. 그녀의 목적은 여성들의 공헌과 가부장적인 지배에 반대한 평등을 위한 여성들의 투쟁을 거의 대부분 남성적인 관점에서 기록된 본문들로부터 되찾고 여성들이 흔히 침묵을 지키게 되고 소외되는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재건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성서 읽기는 여성을 부당하게 억압한 사회구조나 관념을 극복하고 여성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런 읽기는 텍스트가 생성되기 이전(Behind the text)이나 텍스트 자체에 관심을 갖기(Within the text)보다는 오히려 텍스트를 앞에 놓고 있는 독자들의 현실(In front of the text)을 더 주목하는 특징을 갖는다. 독자 자신이 서 있는 자리 즉 사회적 정황의 관점에서 텍스트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이러한 연구의 주류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면 옳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성신학적 성서해석은 독자가 자신의 해석학적 틀을 활용해서 현실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