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뜻풀이

 

권력 넘긴 노무현의 독재권력

한겨레(2006.5.25)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백이다. 대통령에게 과연 권력이 있는가. 묻는 사람도 무장 늘어간다. 기실 그는 오래전에 권위를 잃었다. ‘비판언론’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을 시들방귀로 여기기는 유행이다.

'개혁'이란 말도 조롱받는다. 대체 집권 종반을 맞기까지 뭘 했는가. 비판이 쏟아진다. 집권세력 일각에선 원인을 헌법에서 찾는다.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있느냐고 되술래잡는다.

과연 그러한가. 천만의 말씀이다. 현행 헌법으로 그의 전임자들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일을 하나씩은 했다. 김대중 정권은 6·15 공동선언을 내왔다. 노 대통령과 여러모로 닮은꼴인 김영삼 정권조차 '하나회'를 숙정하는 '위대한 결단'을 내렸다. 더러는 권력기관 민주화를 노 정권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아니다. 권력기관은 물론 관료사회를 개혁해야 마땅한 순간에 손을 놓았을 뿐이다. 아니, 놓쳤다.

정작 문제는 권력을 놓친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반대다. 바로 그 지점에서 노무현의 독재는 시작한다. '노무현의 독재'란 말은 결코 형용모순이 아니다. 대통령 노무현은 지금 이 순간 독재자의 길로 뚜벅뚜벅 걷고 있다.

청와대가 발끈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대통령은 저 오월의 민주투사들을 기리며 말했다. "생각과 행동이 아직도 반독재 투쟁의 시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과시라도 하듯 까닭까지 밝혔다. 지금은 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다. "그것은 무소불위의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란다.

곧추 보기 바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어떻게 강행되고 있는지를. 대통령의 '정치적 감'으로 공화국의 운명을 욜랑욜랑 결정했다. 그뿐인가. 오월의 평택에서 군인이 민간인에게 곤봉을 휘두르며 추격했다. 그것이 독재가 아니라면 무엇이 독재인가. 오월의 투사를 폭도로 몰아친 그 언론이 살천스레 을러댄다. 피투성이로 얻어맞은 시민을 '반미 좌파'란다. 더 '엄단'하란다. 심지어 발포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를 훌닦는 자칭 '우익'도 있다.

기막힌 일이되 한국 민주주의의 엄연한 현주소다. 노 대통령은 두 김씨를 거치며 정착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마치 자신의 치적처럼 생색낸다. 게다가 국가운명을 좌우할 결정에 대통령 자신이 절차를 무시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다. 대안이 있느냐고 되레 눈 홉뜬다. 대안?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한-미 관계는 지금 상황도 하나의 대안이다. 굳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언죽번죽 충고도 했다. “아직도 권력자의 얼굴만 쳐다보는 그 시대의 낡은 사고가 남아 있다면 이제 버려야 한다.” 옳다. 권력자의 얼굴만 쳐다볼 때가 아니다. 권력의 잘못을 바로잡을 때다

 

 

무장: <부사> 갈수록 더

시들방귀: <사> 시들한 사물을 우습게 여기는 말.

되술래잡다: <타동사> 마땅히 사죄해야 할 자리에서 도리어 남을 나무라다.

곧추 : 굽히거나 구부리지 않고 곧게.

훌닦다 : <타동사> ① 휘몰아서 대강 닦다. 비에 젖은 몸을 훌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② 휘몰아서 몹시 나무라다.

살천스럽다 : <형용사> 쌀쌀하고 매서운 데가 있다.

<부사> 살천스레

홉뜬다: 눈을 회동그랗게 치뜨다.

언죽번죽: <부사> 언죽번죽한 모양. 어린 계집애가 - 비위도 좋고 말도 잘한다.

언죽번죽하다: <형용사>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비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