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종교에 관한 관심의 실체

(비움과 채움의 차이)

 

최근에 TV에 방영된 김용옥 교수의 노자(老子)에 관한 강의 "노자와 21세기"는 시청자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방송(EBS)의 역사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였으며, 그의 책은 곧바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밖에도 "무소유"(無所有)를 비롯한 여러 책을 통하여 독서계에 잘 알려진 불교계의 문필가 법정(法定)의 "산에는 꽃이 피네"(류시화 엮음)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국의 일류대학(하바드 대학)을 다니고 기독교를 충실히 믿던 한 젊은이(賢覺)가 불교로 개종하여 한국까지 오게된 사연을 묶은 책 "만행"(萬行)도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왜 갑자기 동양 종교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을까? 왜 동양종교에 관한 책이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만이 아니라 기독교인의 관심까지 끌고 있을까? 본인은 어느 목사의 서재에서 위의 책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책을 빌려 대충 읽어보았다.

기독교 선교는 겨우 200여 년을 헤아리는 반면, 동양 종교는 그보다 훨씬 오래 동안 우리 민족의 심성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이것만이 독서의 인기를 설명하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위의 책을 쓴 저자들은 대개 자기 종교만을 절대시하지 않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 열려 있고, 더욱이 다른 종교로부터 겸허하게 배우려고 한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종교적인 교리와 전통에 갇혀서 다른 종교를 편협하게 비방하는 일을 일삼지 않으며, 자신의 종교만을 설교하거나 강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글은 종교의 보편적인 진리에 강력히 호소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주로 설교와 전도에 열을 올리는 기독교 서적들 중에는 세상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베스트 셀러가 거의(전혀?) 없다.

하지만 본인은 동양 종교의 매력이 이보다 더 본질적인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양 종교의 책들은 대개 "비움"을 강조한다. 이 종교는 대개 인간의 집착과 욕심, 아니 일체를 상대화하고 철저히 비울 것을 강조한다. "비울수록 충만해진다"고 가르친다(텅빈 충만). 이런 가르침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살벌한 경쟁 대열에서 지치고 실패한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독교는 "채움"만을 너무 강조해 왔다. 기복신앙은 비단 기독교만의 특성은 아니지만, 한국의 기독교는 유별나게 "예수를 믿으면 복을 받는다"고 강조하는 식으로 "채움"을 강조하여 왔다. 물론 채움(복)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복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한계를 모른다. 인간은 채울수록 더 채우고 싶은 기갈에 허덕인다. 아니 지나친 욕심은 하나님과 이웃, 자연에 눈이 멀게 한다.

실로 많이 채우는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많이 나누는 사람이 부자가 아닌가? 예수님도 "생명은 물질에 있지 않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예수님은 얼마나 비움을 강조하셨고, 스스로 이를 실천하셨는가? 환경파괴와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는 절망적인 이 시대에 이제는 채움보다 비움을 더 강조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회는 많은 영혼들을 건질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영혼도 진정한 행복과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