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구원자를 기다리며

(고전 연속극 "허준" 감상기)

 

 

지금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고전 연속극 "허준"은 시청자의 가슴에서 잔잔하고 깊숙한 감동을 길러내며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SBS의 "사랑의 전설"은 "허준"에 밀려 조기 종영될 방침이라 하며, 이 시간에는 인터넷 접속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본인도 "허준"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며, 혹시 급한 일로 놓치면 꼬박꼬박 녹화시켜 보고 있다. 두 아들 녀석도 "허준"에 푹 빠져서 녹화 장면을 여러 번 돌려본다. "허준" 때문에 한의사의 주가가 새삼 치솟고 있다고 하며, 다른 방송국도 "허준"의 인기에 편승하여 갑자기 "정약용"을 내어놓았다. "허준"에 관한 방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해 전에 이미 "동의보감"이라는 제목으로 "허준"의 일대기가 방송된 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였다.

왜 "허준"이 새삼 이토록 큰 사랑을 받는 걸까? "예진"의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짝사랑, 극중 라이벌의 끈질긴 대결(유의태와 양혜수, 허준과 유도지) 등과 같이 비사실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탓이기도 하다. "허준"의 훌륭한 스승으로 나온 "유의태"는 실제로 "허준"의 스승이 아니라 후대의 사람이고, 오히려 "허준"을 시샘하는 어의 "양혜수"가 가 실제의 스승이라는 학설도 있다. 더욱이 "허준"이 스승의 시체를 해부한 적도 없거니와, 과거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시청자가 보기 원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이 시대의 구원자의 모습이다. 불우한 출신에도 불구하고 온갖 역경을 딛고 우뚝 서가는 인간 승리는 언제나 진한 감동을 일으킨다. 더욱이 의술의 핑계로 명리(명예와 이익)를 탐하기보다는 인간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며 의술을 베푸느라 과거 시험조차 미루는 "허준"의 모습은 참으로 거룩하기조차 하다. 인심이 날로 각박해지고 영악해지는 세파 속에서 시청자들은 존재하지도 않을 법하지만 꼭 존재하길 바라는 구원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아, 지금도 "허준"과 같은 목사님과 선생님이 우리 곁에 계시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스승의 날이 올 때마다 나는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