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문명과 교회의 과제

 

바야흐르 영상 문명의 파고가 도도하게 밀려오고 있다. 정보 전달과 대화의 매체가 말에서 문자로, 문자에서 영상으로 바뀔 때마다 문명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TV와 컴퓨터, 영화 산업이 주도하는 영상 문명은 날이 갈수록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어릴 적에 주로 글을 읽고 자라난 우리 세대와, 눈이 뜨자마자 TV와 컴퓨터를 대하면서 자라나는 지금 세대 간의 차이는 여러 면에서 날로 커지고 있다.

지금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교실 붕괴의 현상은 바로 "19세기의 교사가 20세기의 교실에서 21세기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칼라 그림도 거의 없는 지루한 교과 내용, 칠판으로 진행되는 따분한 수업 방식은 어릴 적부터 화려한 영상을 접하고 자라난 학생들을 도저히 감동시킬 수 없다. 영상이 아니면 점점 더 집중력을 잃어 가는 요즘의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다. 컴퓨터 게임에 중복되다시피 한 나의 둘째 아들도 인터넷 과외 공부에는 꽤 흥미를 보인다. 그 녀석이 말한 대로, 교사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인터넷 공부가 교실 수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것 같이 보인다.

학교만이 위기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출판업계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인문학 관련 서적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 그나마 잘 팔리는 책들은 화려한 그림을 많이 담고 있는 게임, 컴퓨터, 패션 등과 관련된 책들이다.

물론 영상 문명이라고 해서 항상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이 곳에는 폭력과 퇴폐, 상업이 활개치고 있으며, 과도한 영상은 논리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찰나적인 감각에 호소한다. 하지만 이 문명의 파도를 외면하거나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역설적이지만 영상 문명을 슬기롭게 사용함으로써 영상 문명의 폐단을 극복, 정화할 필요가 있다. 아니 영상 문명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

사실상 내가 어릴 적에 다니던 교회도 영상 문명을 주도한 곳이었다. 시꺼먼 흑판과 백묵에 의존하던 따분한 학교보다 융판과 차트, 동화와 연극, 놀이와 사귐으로 진행되는 주일 학교가 훨씬 더 즐거운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 세상의 영상 문명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도록 낙후되어 있지 않은가? 5분 동안도 남의 말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30-40분 간의 지루한 설교는 그야말로 자장가로 들리기 십상이다.

하나님도 음성과 문자로만 말씀하시지 않고, 영상 사건(기적과 표적)을 일으키시고, 성육신을 통해 자신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시지 않았던가? 가상(사이버) 현실은 이제 실제 현실보다 더 생생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아직은 경비가 좀 많이 들어가지만, 영상 시스템의 활용은 교회에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화려한 영상 문명이 따분한 교회 생활을 등지게 하지 않도록, 아니 하나님이 창조하신 영상을 통하여 오히려 그분을 더욱 생생히 만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청자(?)를 다 빼앗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