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의 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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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막강한 힘 앞에서 한국의 영화를 지키려는 영화인들의 싸움은 처절하기만 하다. <서편제>처럼 어쩌다 한번 불어오는 복고풍을 다시 일으킬 능력도 없고 미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도 없는 한국은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서나마 목숨을 부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외로운 싸움에 한국의 공룡이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용가리>가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쉬리>마저도 저격하면서 약진하고 있다니, "한국 공룡 만세", 아니 "신지식인 심형래 만세"를 외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 용가리>가 <쥬라기 공원>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이고도 이만한 흥행을 일으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영화에 대한 동정심과 막연한 호기심도 작용하였겠지만,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으니까 못한다"는 감독 심형래 씨의 말대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줄거리도 단순하고 연기도 좀 어색하다. 예를 들면, 남자 주인공은 위기 앞에서 늘 장난하듯이 씩씩 웃고 있다. 한국적 배경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한국인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인이 만든 영화면서도 영어로 듣고 번역된 문장을 읽어야 하는 거북함 외에도 미국인만이 역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미국적 영웅주의도 식상하다.

하지만 <용가리>는 이전의 한국 영화가 보여줄 수 없었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 주었다. 아직은 많다고 할 수 없는 작은 자본과 미천한 기술력으로도 이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니, 역시 작은 고추도 매울 수 있나 보다. 비록 영화의 내용은 중학생 이하의 수준이지만, 어른도 더위를 잊고 한번 즐겨볼 만하다. 방학을 맞이한 꼬마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라도, 아니 왜소한 우리 자신들을 다시 추스리기 위해서 꼭 감상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거인 골리앗을 넘어뜨린 꼬마 다윗,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