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축구에 열광하는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대회가 드디어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 많은 스포츠 중에서 유독 축구에 대해서만은 온 세계인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어령 교수의 탁월한 해석을 들어보자. 축구는 손을 꽁꽁 묶어놓고 오직 발과 몸으로만 공을 다루게 하는 경기다. 인간의 문명은 특히 손을 사용함으로써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원시인들은 먹이를 구하거나 사냥을 하기 위해 땀흘려 뛰어 다녀야만 했고, 그래서 오래 동안 발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축구는 문명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인류의 옛 생활을 가장 생생하게 되살리는 원시적인 형태의 놀이로서 사람들을 매우 흥분시킬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참으로 기발한 해석이다.

축구에 문외한인 나는 조금 다른 해석을 덧붙이고 싶다. 축구는 어느 경기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고, 오래 동안 퇴화된 발도 신체 중에서 매우 무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는 엄밀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고, 발도 매우 정교하게 놀려야만 공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이처럼 공의 불규칙한 운동과 발의 규칙적인 기교가 엮어져서 멋진 골인을 연출하는 것은 짜릿한 마술과 같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때로는 어지러운 삶을 싫어하여 안정과 질서를 추구하면서도, 때로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삶에 만족하지 못하여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쓴다. 그런 탓에 역사는 언제나 질서와 혼돈, 노동과 휴식, 창조와 파괴, 보수(안정)와 진보(개혁)로 점철된다. 그런데 축구장은 질서와 혼돈, 우연과 법칙을 가장 정교하게 배합할 뿐만 아니라 놀이와 시합, 스포츠와 상업, 선수와 청중을 가장 효과적으로 섞어놓는 절묘한 마당이 된다. 고로 사람들은 축구에 가장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잠깐 축구를 즐길 뿐만 아니라, 축구로부터 삶의 지혜를 터득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역사 동안 인간은 손보다 발을 훨씬 더 오래 사용해 왔기 때문에 발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몸과 정신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정교한 손동작을 통한 문명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무심코 발을 내딛는 자연스러움도 필요하다. 전투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은총을 신뢰하는 삶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게 공존, 공영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임을 축구로부터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