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행동의 순교자, 본회퍼의 명저)

 

그리스도인의 문화를 가장 크게 지배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책일 것이다. 요즘은 신문과 잡지, 영화와 비디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점차 책을 대신해 가는 듯이 보이지만, 단언컨대 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단 "성경 읽기"가 바로 그 구체적 증거가 아닌가? 성경만큼 인류의 영원한 베스트 셀러,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을 크게 지배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성경 다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그리스도인이 가장 애독한 책은 아마도 "천로역정"(존 번연)일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무얼까? "죽으면 죽으리라"(안이숙), "낮은 데로 임하소서"(이청준), "새벽을 깨우리다"(김진홍) 등과 같은 간증류의 소설이리라.

그러나 "신학적으로 무게가 있고 신앙적으로도 깊은 감명을 주는 책이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신학대학교 앞의 한 서점을 조사해 보았다. 일단 출판한 횟수가 많은 것을 기준으로 찾아보니,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인홀드 니버)가 30쇄를 넘었고, 그 다음으로 "나를 따르라"(디트리히 본회퍼)가 29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앞의 책은 미국의 윤리신학자가 쓴 것으로서 사회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저이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으나, 사회구조는 결코 도덕적일 수 없음을 설파한 이 책의 내용은, 작금의 옷로비 사건 등을 볼 때, 더욱 수긍이 간다. 비도덕적 사회의 구제를 위해 니버는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였다.

본회퍼의 책 "나를 따르라"(산상설교 해설)는 70-80년대의 한국의 독재 치하에서 그리스도인의 행동의 지표를 제시한 책으로 크게 호응을 받았다. 순종과 행함이 없는 "싸구려 신앙"을 비판하고 십자가를 지는 그리스도의 제자의 값비싼 삶을 강조한 내용도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지만, 이런 화려한 말보다 히틀러 정권에 저항하다 젊은 나이(39세)로 형장에서 사라진 천재적인 신학자의 행동하는 모범적 신앙은 우리를 더 숙연케 한다.

형장에서 죽기 전에 기도한 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것은 나에게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전해진다. 그런 탓인지, 그리스도인의 신앙 양심을 일깨우는 책갈피 사이마다 그가 다시 되살아나 새로운 역사를 일으키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여러 저서들 중에서 이 책만큼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을 감동시킨 책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최근에 이 책을 틈틈이 읽어보는 나의 감격은 너무나 커서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오래된 서체와 문체 때문에 조금은 답답한 느낌도 주지만, 이 책은 정말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주옥과 같은 작품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삶의 무게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끼리라! 왜, 누가, 일찍이, 나에게 이 책의 정독을 권하지 않았는지, 새삼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부디, 이 책이여, 성경 다음으로 영원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