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

(The Green Mile)



 

러시아에 가느라 잠시 헤어진 아내와 데이트를 하려는 뜻으로 오래 간만에 영화 나들이를 하였다. 주말인지라 극장가에는 많은 관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예매를 하지 않았지만,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기를 원했다. 인기를 끄는 한국 영화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아직도 외국 영화에 먼저 시선이 끌리는 것은 무슨 탓일까?

간판을 보니, [그린 마일]이라고 하는 제목의 영화 간판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간판 속에 서는 교도관의 복장을 한 [톰 행크스]가 꼭 영화를 보란 듯이 그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재 감독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명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주연으로 나온 행크스는 전쟁에서 두 형제를 잃어버린 한 젊은 병사의 목숨을 구하는 장교의 역할을 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 적이 있었다. 더욱이 [그린 마일]은 스필버그를 네 번이나 울린 영화라고 간판에 쓰여 있다.

감옥생활을 배경으로 한 듯한 이 영화는 [쇼생크 탈출]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비디오로 보았던 그 영화도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그린 마일]은 감옥 속의 처참한 생활과 추악한 범죄, 극적인 탈출 등의 주제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서, 3시간이 넘는 장면을 쳐다보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은혜스럽다"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 를 본 느낌이 아니라 감동적인 설교를 들은 느낌이었다. 제목과 줄거리에서 전혀 기독교적 인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가장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벤허]나 [쿠오바 디스]처럼 기독교적인 영화임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볼 수 있는 은혜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감옥의 바닥이 푸르다는 이유로 [그린] 마일이라고 불리 는 사형수 감옥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기적적인 사건들은 인생의 본질을 매우 투명하게 조명한다. 순진하고도 육중한 한 흑인 죄수의 행동을 통하여 우리는 자신의 삶과 세상을 냉철히 되돌아 볼 은혜로운 시간을 갖는다. 단지 기적을 너무 인위적으로 묘사하거나 청소년이 보기에 좀 민망한 장면은 이 영화가 갖는 작은 흠이랄 수 있다. 이것을 제외한다면, 아니 이것을 좀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이 영화는 기독교인들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우수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각박한 세상에서 시달리는 우리는 가끔 이런 영화를 통해서도 대단한 감동과 희망을 얻게 된다. 기독교적인 문화의 가치를 새삼 절감하게 하는 이 영화를, 성도 여러분,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꼭 한번 감상하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