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현대인의 인간이해

 

1. 이성적 인간(Homosapiens)

 

오늘날까지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인간에 관한 이념은 '이성적 인간'의 이념이다. 이 이념은 그리스인의 구상으로서 인류의 자기평가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발견의 하나이다. 이 이념은 Anaxagoras, Platon, Aristoteles에 의해서 개념적·철학적으로 최초의 모습을 갖게 되었으며, 이 이념은 인간을 신들이나 동물, 자연물로부터 구별하려고 했다. 이 구별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정신적인 기능인 이성(理性)이다.

Anaxagoras(주전 500년경 출생)는 아테네에 처음으로 하나의 추상적인 철학적 원리인 누우스(Nous)를 도입했다. 누우스는 합리적이고 전능하며 비인격적인, 사유하는 정신의 원리이고, 세계가 합목적적 질서를 갖도록 한 기계적 원인이다.

Platon(주전 427년 출생)은 '동굴의 비유'에서 우리의 일상적 존재를 감옥에 갇힌 것으로 설명하고, 더 높은 곳에 실재하는 이념(Idea)의 세계로 상승·탈출할 것을 가르쳤다. 이념(Idea)이란 완벽한 실재성을 지니는 참다운 유일의 불멸의 원형이다.

Aristoteles(주전 384년 출생)도 인간의 영혼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정신(Nous)에 관해 말했다. 또 그는 순수사유이자 순수정신으로서의 신(神)에 관해 말했다. 신은 오직 지고한 것, 가장 완전한 것만을 사유하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궁극의 완성자이다.

이러한 사상은 스토아(Stoa) 학파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정신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는데, 이러한 사상의 특징을 네 가지 설명하면 : ① 인간은 어떠한 자연도 갖지 않는 신적인 동인(動因)인 이성을 소유하고 있다. ② 이 이성은 영원히 동일한 것으로서 세계의 인식을 참으로 가능케 한다. ③ 이 이성의 동인은 충동이나 감성(지각)이 없이도 자신의 이상적인 내용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정신의 위력, 이념의 힘). ④ 이 이성의 동인은 역사적·민족적·신분적으로 절대 불변한다.

이러한 사상은 몇 가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 ① 이 이념은 기독교의 창조교리와 연결되어서 서양정신사에서 특색있는 인간관을 형성했다. 따라서 사람의 위치는 더 높아졌다. ② 인간의 이성이 우주이성과 밀접히 관련됨으로써, 이성은 사람과 형이상학의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었다. ③ 자연의 합법적인 법칙인 이성의 발견은 서양의 합리주의적 문명의 뿌리가 되었다.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의 이론은 합리주의(Descartes : 사람의 영혼이 바로 이성이다. 사람은 이성에 의한 합리적 판단을 통해서 진정한 인식에 이를 수 있다.)와 경험주의(J. Locke) 그리고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최고의 승리를 거두었고, Kant Hegel에 의해 크나큰 철학적 체계로 발전되었다.

Kant는 오성(Verstand : 감각과 더불어 인식에 도달하게 하는 좁은 의미의 이성)과 이성(Vernunft)을 구분했다. 이성은 본질상 감각의 영역(aposteriori)을 초월한다(aporiori, 선험적 원리). 우리의 이성은 영원한 신, 영혼, 세계의 통일성을 지향한다. 물론 이것은 순수(이론)이성의 대상이 아니고 실천이성의 요청이다. 이로써 칸트는 실천이성의 우위를 주장한 셈이다.

Hegel은 독일관념철학의 완성자로서 이성의 지위를 최고로 높였다. 그에 의하면 우주의 본질은 이성이다. "이성적인 것은 모두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모두 이성적인 것이다." 역사는 절대정신인 영원한 신의 보편적 이념이 인간 속에서 자신을 의식하는 역사이며, 이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역사의 비이성적 사실(충동, 정열 등)도 이성의 종으로서, '이성의 간계(奸計)'(List der Vernunft)로서 작용한다. 그에게서 인간의 이성은 신격화되었고, 이 이성의 뜻을 실현하는 영웅의 활동이 기대되었다.



(평가)

M. Scheler: "이성이란 그리스인의 고안에 불과하다. 이러한 대규모적인 종교적·형이상학적인 배경은 이제는 더 이상 자명한 것이 아니다. 사유를 통해 붙잡으려는 이러한 이성의 능력은 가설이나 요청이다."

Pascal: "이성의 위대성은 이성의 한계를 아는 데 있다."

* 소위 비이성적이라는 것(자연, 약자, 여성)에 대한 학대의 결과는 인간에게 무엇을 초래하였는가? 이성이 극도로 발달한 20세기는 바로 광기(폭력)가 가장 난무한 시기가 아니었는가? 인간 결코 이성에 의해서만 지배받지는 않는다. 의도, 의지, 욕구, 감정 등으로부터 자유한 이성이 과연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