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직신학의 방법으로서의 구조적 텍스트 분석

(방법론적 원칙들)

 

 

(1) 공시성(共時性)의 우위

구조적 텍스트 분석의 첫째가는 근본적 특징으로서 들 수 있는 것은 통시성에 대한 공시성의 우위이다. 다시 말하면, 일차적 관심은 텍스트 혹은 텍스트의 요소들의 전역사(前歷史)와 후역사(後歷史)가 아니라, 텍스트의 동시대성(同時代性) 안에서 주어진 복합적인 의미의 통일성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텍스트를 그 자체 안에서 기능하는 전체(全體)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바로 그런 후에야 비로소 텍스트의 구조를 비교하고 그 합치점과 차이점을 지적해 내는 통시적 관점도 흥미의 대상이 된다. 실로 텍스트는 "단자(單子)", 그 자체 안에서 응집성(Kohärenz)을 갖는 단위로 취급된다. 주어진 텍스트를 넘어가서는 안되고, 텍스트의 한정된 현상에 온전히, 전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전통적인 역사-비판적 방법이 텍스트를 그 역사적 기원과 환경, 조건들과 관련시키는 반면, 구조적 텍스트 분석은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런 의미에서 양자의 인식론적 관심을 서로 차이가 난다. 구조적 텍스트 분석은 해석학적 원을 우선 무시한다. 청자/독자는 점진적인 이해 과정의 순환적인 과정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텍스트를 수용자의 관심과 조건으로부터 분명히 떼어놓는다. 관심의 전면으로 등장하는 것은 텍스트 내재적인 반향(反響)이지, 변화무상한 청자/독자에 대한 텍스트의 반향이 아니다.

(2) 어의론적 응집성(語義論的 凝集性: Semantische Kohärenz)

구조적 텍스트 분석은 연구할 텍스트가 그 자체 안에서 상대적으로 닫혀 있는, 그 어떤 요소도 무의미하지 않는 의미의 총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텍스트의 어의론적 응집성이 전제된다. 이 전제는 단지 작은 텍스트(비유, 시, 이야기 등)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큰 텍스트(복음서, 서신)에도, 그리고 더 큰 텍스트 복합체(바울서신 묶음, 오경, 어거스틴의 저서들)에도 적용된다. 물론 여기서 역사-비판적 방법에 대한 관계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한 텍스트가 통일체로 다룰 수 있는 하나의 텍스트 복합체라는 것이 텍스트 외적인 정보를 통해 증명된다면, 그 텍스트를 어의론적으로 통일된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서와 신학사의 많은 텍스트들처럼 텍스트의 통일성 혹은 한계가 불분명하거나 논쟁이 되는 경우는 더 어려워진다. 여기서는 역사적 방법과 구조적 방법의 관계가 뒤집어진다. 만약 텍스트들 사이의, 혹은 텍스트와 전체 사이의 어의론적 긴장이 너무 강하다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텍스트가 형성되었는지 검증할 필요가 생긴다. 그러므로 구조적 분석과 역사적 연구는 철저히 상호 의존해 있다.

(3) 텍스트의 재구성

텍스트의 어의론적 응집성은 구조적 방법에서 가설로서 전제된다. 그리고 구조적 분석은 이 가설을 입증하는 것, 즉 텍스트의 어의론적 통일성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텍스트를 어의론적인 단위로 분해하고 그 상관성을 보여줌으로써, 목표를 추구한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재구성이다. 이 규칙에 따라서 텍스트는 합성되고 기능한다. 이것은 텍스트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인과론적인 설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텍스트의 내적인 어의론적 구성이다.

(4) 텍스트의 "세계"

어의론적인 재구성에서 텍스트는 현실이 특별한 방식으로 모델화되고 구성되는 "세계", "소우주"와 같은 것처럼 간주된다. 예를 들어, 이야기 텍스트가 하나의 세계와 그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을 모델화하고 구성하듯이, 현실의 모델 그 자체, 그 설명, 그 고정화, 그 재구성 등을 추구하는 텍스트도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5) 통시적 비교-변증법

통시성에 대한 공시성의 우위가 구조적 텍스트 분석의 근본 특징으로 지적되었다. 중요한 것은 우위이지, 통시적 요소의 제거는 아니다. 오히려 테스트의 "세계"를 다른 "세계"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있고 필요하다. 단지 구조적 방법의 관심사는 구조와 모델을 서로 관련짓고 서로 비교하는 것에 있을 뿐이다. 분리된 요소들(개별적인 언어들이나 문장들)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한 텍스트의 "세계"는 그 시대 혹은 현재의 사회문화적 "세계" 안으로 수용될 수 있다. 여기서 구조주의적 문화이론, 구조주의적 사회이론, 구조주의적 지식사회학 등의 전제들이 등장한다. 이 전제들은 또한 그 이전이나 그 이후의 텍스트들의 "세계"와 조직적으로 비교될 수 있다. 여기서 서로 일치점과 차이점이 나타나는데, 이것들은 단순히 역사적 발전 도상의 피상적 요인으로만 고려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대안(代案)의 조직적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대안들을 적당히 설명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현재적 의미를 획득하려고 한다면, 그 대안들은 서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장점과 단점을 드러낸다. 모델의 변증법 안에서 의미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조직신학의 모델이론적 방법은 고린도전서 13장 9-13절의 "인식론적"인 과정을 따르게 되리라.

고린도전서 13장 9-13절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나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