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12)

내가 기도하지 않는 이유
  (2016년 2월 19일)

 

요즘 나는 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남을 위해서도 거의 기도하지 않는다.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대표기도를 하게 되면, 특히 식사 기도에서 적당히 기도한다. 왜냐하면 요즘 나는 하나님께 기도할 자격이 있는지 깊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먼저 나는 하나님께 뭘 도와달라고 기도할 자격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지 않은 위선자요, 하나님의 은혜를 빙자하여 온갖 죄를 짓는 범죄자다. 나의 죄 항목에는 교만, 태만, 기만(칼 바르트의 죄론)과 함께 온갖 폭언과 폭행, 방임과 무책임, 이기심과 야망과 허영 등 ... 이루 열거할 수 없는 것들이 꽉 들어 차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날 벌해달라고 기도할 자격조차 없다. 이런 나를 벌하시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도 고마워서 이제는 뭘 달라고, 뭘 해달라고 빌지 못한다. 더욱이 내가 더 겸손해지고 온전해지려면, 내 소원을 들어달라고 기도하기보다는 내 소원대로 응답해 주지 마시고 내 욕심과 재산을 조금 뺏어가 달라고 기도해야 합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 기도마저 드리지 못하니 나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들기는커녕 고개를 숙일 자격조차 없다. 하나님이 이런 나를 보시면, 얼마나 웃으실까, 아니 얼마나 슬퍼하실까? 하나님은 나에게 아마도 이렇게 반문하실 것 같다. "그렇게 많이 줬는데, 또 달라고 하냐? 내 은혜가 아직도 부족하냐?"

그래서 나는 기도하면 할수록 죄를 더 많이 쌓아올리는 것 같아서 요즘은 전혀 기도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도 남이 강제로 부탁하면, 거절하다가도 안 되면 전혀 기도 같지 않는 기도를 드리게 된다.

"하나님, 우리가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도와 주게 해 주소서. 하나님, 아버지,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