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 5:14-16

2003년 10월 15일, 현풍제일교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소금처럼 빛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제일 먼저 창조하신 것은 빛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어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1:3-4). 소금처럼 빛이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한다. 빛은 만물에 생명을 준다. 빛은 어둠을 밝히고 어둠을 몰아낸다. 빛은 등대와 지하실의 등처럼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빛은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빛은 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화력을 낸다. 빛은 영광을 나타낸다. 그리고 빛은 기쁨을 가져다준다. 빛은 생명, 광명, 인도, 치료, 두려움, 영광, 기쁨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예수는 교회를 향하여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도 예수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교회는 이미 어둠에서 불러내어 빛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회는 죄악으로 죽어 가는 세상을 살리고,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고 밝히며, 혼돈과 무지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을 진리로 인도하며, 그들을 기쁘게 하는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빛이 존재하는 것은 오직 빛을 내기 위함인데, 불행히도 빛이 빛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등불은 당연히 빛을 내기 때문에 집안의 높은 곳에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 산 위의 동네가 환히 드러나 보이듯이, 등불은 환히 비치는 곳에 두어야 한다. 소금이 맛을 잃는 것은 교회의 세속화 때문이라면, 교회가 빛을 잃는 것은 교회의 성역화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더럽고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교회는 세상을 도피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세상의 빛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당연히 세상 속에 있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과 구별하여 부름을 받은 것은 교회만이 홀로 구원과 영광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다시 세상으로 들어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함이다.

교회가 빛을 잃는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교회는 달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 교회는 빛이신 하나님(시 18:29, 미가 7:8, 사 61:1-3), 빛으로 오신 예수(마 4:16, 요 1:4-9)를 반사하는 거울이다. 그런데도 교회는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교회는 빛의 근원으로부터 이탈하여 자신을 찬양하고, 자신을 미화하기 시작한다. 교회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비추어야 할 자신의 사명을 잃어버리고 만다. 스스로 거룩하고 배타적인 집단이 되고 만다. 하나님의 빛을 자기만을 위해 간직하고, 아니 때로는 스스로 빛인 것처럼 교만에 빠지고, 그리하여 이 세상을 위한 사명을 망각하게 된다. 그래서 본회퍼는 세상을 위한 사명을 망각한 교회를 항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는 오직 세상을 위해 존재할 때에만 진정한 교회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어야 한다. 선한 행위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빛의 자녀다운 삶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선한 일을 하는 것은 교회의 영광을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다. 교회는 오직 자신의 선한 행위를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이를 보고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항상 보이는 교회, 순종하는 교회, 오직 하나님에게만 영광을 돌리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함으로써 교회는 이미 그 자체로서 하나님 나라의 징조가 되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어떻게 해야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가? 소금은 녹아야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름이나 초는 자신을 녹여야 만 빛을 낼 수 있다. 이처럼 교회는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 교회는 생명을 얻기 위해 생명을 내어주어야 한다. 에수처럼 자신의 생명을 내어줌으로써 부활의 생명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