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음욕을 품지 말라

마 5:27-30

2003년 12월 3일, 현풍제일교회

또 간음치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만일 네 오른눈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이방인의 행동과 풍습을 좇지 말 것을 엄하게 명령하셨는데, 그 이유는 이방인들이 대개 성적으로 문란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바알 종교는 성적으로 대단히 음란하였다. 바알 종교는 제도적으로 신전 안에 창기들을 두었다. 신전 창기들은 바알 신과 여신 아세라 신 사이의 성적인 관계를 모방하여 음행을 하였고, 이스라엘 백성도 그렇게 하도록 강하게 유혹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결혼의 신성함을 강조하시기 위해 간음 금지의 계명을 주셨다. "간음하지 말라"(제7계명). 하나님은 결혼의 신성함을 더럽히거나 부부의 정절을 범하는 행위를 엄하게 징계하셨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결혼한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간음을 범하는 사람들은 돌로 맞아 죽는 사형에 처해졌다(신 22:22). 유대인의 탈무드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세 가지 죄로서 우상 숭배, 살인과 함께 간음의 죄를 지목한다. 간음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범하지 말아야 할 중대한 죄로 여겨졌다.   

하지만 예수는 음란한 행위만이 아니라 음란한 마음마저도 품지 말라고 명한다. 화를 내거나 욕하는 행위가 이미 살인과 같은 비중을 지닌 것처럼 음란한 생각을 품고 남의 아내를 바라보는 행위도 이미 간음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예수 이전의 유대인들도 이처럼 생각했다. 유대인들도 몸만이 아니라 시선과 마음으로도 남의 혼인을 파괴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경건하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들은 여자가 다가올 때에 눈을 감았으며, 인사하거나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유대교의 혼인제도는 가부장사회의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남자의 위험성보다는 여자의 위험성을 더 강조하였다. 그리고 결혼한 여자가 독신 남자와 성적인 관계를 맺으면 간음을 범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혼인한 남자가 독신 여자와 성적인 관계를 맺어도 간음을 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런 경우에는 여자가 남편에게 따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유대인들도 일부다처제를 허용하였기 때문이다(신 21:15). 이것은 혼인제도가 완전히 남자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하지만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는 다른 여자의 혼인을 파괴할 수 있는 남자의 범죄와 여자의 혼인을 보호해야 할 남자의 책임을 엄중하게 지적한다. 남자의 음란한 욕망 때문에 여자의 권리와 생활을 위협하거나 망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예수와의 완전한 결합과 자기 부정을 뜻한다. 그러므로 예수의 제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유롭게 향락적인 욕구를 추구할 수 없다. 쾌락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려는 사람은 마치 장자의 권리를 팥죽 한 그릇으로 팔아먹는 행위처럼 예수를 배신하는 행위가 된다. 여기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도저히 질 수 없는 멍에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복음으로 도우려고 한다. 예수는 정욕과 음란에서 제자들을 구하려고 한다. 예수는 이기적이고 그릇된 욕망으로부터 부부의 생활을 지키려고 한다(본회퍼).

"만일 네 오른눈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형벌을 가하라는 말이 아니다. 3세기의 신학자 오리겐(Origen)은 이 말씀을 문자대로 해석하여 실제로 거세하였다고 하며, 심지어는 재산과 음식과 수면까지 거부하면서 극단적인 금욕주의에 빠졌다고 한다. 이 말은 극도의 각성을 요구하며, 유혹의 통로가 되는 것과의 단호한 단절을 호소한다(슈트렉커).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신체적인 불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차없는 도덕적 자기부인을 요구한다(스토트).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여기서 '지옥'으로 번역된 말(게헨나)은 본래 예루살렘의 남쪽에 위치한 골짜기(힌놈)를 말한다(수 15:8, 18:16), 이곳은 이방인이 몰록 우상에게 자녀를 제물로 바치던 곳이었기 때문에 예언자들은 이곳에 장차 하나님의 심판이 내려질 것을 예고했다(렘 7:32). 여기서 예수는 육신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음란한 사람들에게 임할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경고한다.

심판은 종말에 가서야 비로소 이루어지지 않고 역사 속에서도 일어난다. 음란한 소돔과 고모라 성이 유황불로 심판을 받은 사실을 기억하자. 이탈리아의 음란한 도시 폼페이가 화산 폭발로 완전히 멸망한 사건을 기억하자. 미국인의 약 10 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무절제한 성생활로 인해 완치하기 어려운 성병 헤르페스(Herpes)에 걸려 있다고 하며,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벧전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