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라가 오게 하소서

 마 6:10

 2004년 2월 25일, 현풍제일교회  

나라이 임하옵시며...

 

예수가 이 땅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성도, 아니 온 인류의 소망은 무엇인가? 복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다. 하나님의 나라는 복음의 핵심, 아니 복음 그 자체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면서 공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예수께서 비로소 전파하여 가라사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하시더라"(마 4:17).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가라사대,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막 1:14-15).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의 말씀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예수의 생애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왜냐하면 예수는 자신의 말씀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의 죽음을 올바로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죽기 직전에도 제자들과 함께 나눈 만찬에서 하나님 나라의 소망에 관해 말했다.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이제부터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 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까지 마시지 아니하리라"(마 25:29). 그리고 사도행전은 예수가 승천하기 전에 40일 동안도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행 1:3). 그러므로 예수는 온통 하나님의 나라만을 위해 살고 죽었다고 할 수 있다. 바울은 자신을 예수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에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1) 그러면 '하나님의 나라'란 무엇인가? 구약성서에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의 다스림, 하나님의 왕 되심에 관해 자주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 고백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어째서 하나님은 왕이 되시는가? 바로 천지 만물을 홀로 창조하시고 보존하시고 심판하시기 때문이요, 하나님의 백성을 선택하시고 보호하시며 그에게 약속의 땅을 주셨기 때문이요, 하나님의 백성을 괴롭히고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악한 세력을 물리치시고 이 땅을 온전히 다스리시기 위해 장차 오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나라가 곧 오게 되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애타게 기다리던 하나님의 나라가 예수 안에서 드디어 "가까이 다가왔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떤 곳인가?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를 자주 '혼인 잔치'(막 2:22)와 비교하였다. 하나님의 나라는 혼인 잔치처럼 기쁨과 웃음이 가득한 곳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해방과 구원과 치유와 평화와 광명과 자유와 정의와 사랑과 생명과 기쁨이 가득한 곳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는 기쁜 소식, 즉 '복음'이다.

(2) 하나님의 나라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선물이다. 그래서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를 쟁취하자"고 선동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가 오소서"라고 기도하였고, "우리가 힘있는 사람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차지하자"고 말하지 않고, "작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 12:32)고 말하였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기대하고 소망할 수 있는 하나님의 선물이지, 사람이 스스로 성취하고 확장하고 심지어는 탈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는 누구에게 선물로 주어지는가? 누가 하나님의 나라를 받을 수 있는가? 자칭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회개하는 죄인이다. 세상을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사람이다. 자칭 의인, 부자, 권력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심히 어렵다. 이들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회개해야 한다. '회개'란 문자 그대로 180도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회개란 자신과 세상과 우상을 섬기는 삶으로부터 하나님을 섬기는 삶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아버지의 품을 떠나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탕자의 생활로부터 사랑과 양식이 풍성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끝까지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구원에서 제외된다.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이를 갈고 슬피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방향을 전환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임하기 시작한다(눅 17:21). 겨자씨와 누룩처럼 우리 가운데서 커지기 시작한다(마 13:31-33). 하나님 나라는 제 힘으로 자란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고, 촉진할 수 있다. 우리도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 우리도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는 세상 끝까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받았다. 그리고 예수는 복음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우리와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한다고 약속하였다(마 28:20).

 (3) 우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해야 한다"(마 6:33). 자신의 행복과 가정의 평안과 국가의 번영과 교회의 성장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해야 한다. 공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즉 "자신을 먼저 수양하고 가정을 구제한 후에 국가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예수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다른 모든 것들은 당연히 주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앉으나 서나, 자나깨나, 먹으나 굶으나, 사나 죽으나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구해야 한다. 오직 이것이야말로 성도의 거룩한 특권과 가장 큰 의무이다. 다른 한편으로 성도는 오직 하나님의 나라만을 위해서만 근심해야 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는 핍박도 달게 받아야 하며,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위해 날마다 해산의 고통을 앓아야 한다. 이런 자야말로 예수가 산 위에서 축복한 사람, 즉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