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악에서 구하소서

마 6:13

2004년 5월 12일, 현풍제일교회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주기도문은 "악에서 구해달라"는 기도로 끝을 맺는다.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예수는 주기도문의 앞부분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하였다. 그리고 예수는 제자에게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6:33)고 가르쳤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 혹은 하나님의 통치는 이를 거역하고 방해하는 힘에 노출되어 있다. 아니 악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자는 동시에 "악으로부터 구원하소서"라고 기도해야 한다.

(1) "다만에서 구하옵소서." 여기서 예수는 우리가 악에게 둘러싸여 있고 악의 공격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악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스도인은 죄로부터 돌이켜 회개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이로써 또한 하나님의 지배를 받는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마귀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그는 항상 하나님의 돌보심을 받고 있으며,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악의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다. 하나님의 나라가 완전히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악에 노출되어 있으며, 악의 공격을 받는다. 악은 현실적으로 지배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용서받은 죄인으로서 죄를 쉽게 범하기 때문에 악에게 쉽게 압도당한다. 우리는 여전히 악의 권세와 악의 저주 아래 있다. 우리는 악 때문에 괴로워하고, 악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우리는 종말이 오기까지 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악이 멸하는 날이 올 때까지 악의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하며, 악의 세력에 넘어가지 않도록 깨어서 기도해야 한다.  

(2)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구약성서에서 신약성서에 이르기까지 "악에서 구원해 달라"는 외침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스도인도 역시 이 외침을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도 악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악한 의지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피조물의 원수에게 저항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악'이란 무엇인가? 성서에서 악은 때로는 비인격적, 중성적인 힘을 의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격적인 힘, 즉 사탄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마 5:37). "아무나 천국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할 때는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린 것을 빼앗나니"(마 13:19).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마 5:39). 하지만 악과 악의 존재는 서로 분리하기 어렵다. 모든 악을 곧 사탄과 연결할 수는 없지만, 악과 사탄을 간단히 분리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사탄은 자신을 위장하고 가리는 데 능하다. 그리고 사탄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사탄의 존재를 믿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사탄은 직접적으로 경험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악의 활동을 통해 악의 세력, 사탄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성서도 사탄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 아니 성서는 종종 사탄의 존재를 언급한다. 하지만 성서는 사탄에 관해 일일이 이론적인 설명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성서의 관심은 악을 한가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악을 물리치는 데 있다. 하지만 성서는 종종 하나님의 백성을 핍박하는 강대국을 악으로 상징화하거나, 그 배후에서 활동하는 악을 지목한다. 그리고 성서에서 악은 종종 뱀이나 용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것들은 이 땅을 지배하는 악한 세력을 인격적으로 혹은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예수의 유혹 이야기는 사탄의 힘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사탄은 창조주 하나님을 부인하고 물질을 섬기려는 헛된 욕망을 통해 활동하거나, 하나님 대신에 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욕망을 통해 활동하거나,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의로워지고 영광을 얻으려는 욕망을 통해 활동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사탄의 활동을 떠나서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역사적으로 인간과 집단에 의해 자행되어온 무자비한 파괴와 살상, 구조적인 악을 통해 우리는 사탄의 힘을 여실히 경험한다.

(3)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연약한 인간이 막강한 사탄에 어떻게 맞설 수 있겠는가?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바울은 다음과 같이 권한다.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그런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띠를 띠고, 의의 흉배를 붙이고, 평안의 복음의 예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화전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엡 6:11-17). 바울이 추천하는, 마귀에 대적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마귀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마귀에 직접 맞설 수 없다. 인간은 마귀에 비해 너무나 무력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성령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늘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선한 도움을 의지해야 한다.

예수는 성령의 능력으로 병자를 고칠 때,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예수는 복음 선포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죄와 죽음과 어둠의 세력을 정복하였다. 예수는 승리하였다(블룸하르트). 그러므로 우리도 예수의 힘을 입어 악을 이길 수 있고, 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성령의 능력 안에서 예수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권능과 사랑이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원해 줄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악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 안에서 담대하게 살아가자. 왜냐하면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끊을 자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