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성령이여, 오소서!

행 2:17-21

2006년 3월 26일 : 현풍제일교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에게 주님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주일에 우리는 예수님이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심판하려고 다시 오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에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이 어떻게 심판을 받는다는 말입니까? 죽음으로써 이 땅의 모든 수고와 고통이 끝났고, 그래서 죽은 사람에 대한 심판도 이미 끝나지 않았습니까? 더욱이 우리 나라에서는 흉악한 살인자들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아무도 그를 심판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화성에서 여성을 연쇄적으로 살인한 범인이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는데, 머잖아 공소시효가 만료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설령 그가 잡힌다고 해도, 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살아 있는 죄인들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유의 몸이 되는데, 하나님은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을 어찌 다시 심판하신다는 말입니까? 더욱이 죄를 끝까지 물으시는 하나님은 너무 지독한, 너무 무자비한 분이 아닙니까?

세상 법으로는 공소시효가 있을 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법에는 공소 시효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죄인이 도망가고 숨어 있을 곳이 많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도망가거나 숨을 곳이 전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죄인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무죄 방면을 받을 수 있지만, 공의로운 하나님 앞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은 재판할 수 없고, 이미 죽은 사람들에게는 벌을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죽음도 결코 피난처가 되지 못합니다. 죽은 사람도 하나님의 얼굴을 보아야 하며, 죽은 사람도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합니다. 죄인이 죽은 후에 하나님의 심판을 어떻게 받는지는 살아 있는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지만, 하나님은 죽은 자들을 다시 살리신 다음에 그들을 심판하신다고 사도신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마지막 심판'이라고 말합니다.

마태복음 25장 31-46절을 보면, 인자(人子)가 되신 예수님이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 모든 민족을 모으신 후에 목자가 양과 염소를 나누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오른편과 왼편으로 나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는 창조 전부터 준비된 하나님의 나라를 주시고,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는 마귀와 그의 사자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에 던져 넣으신다고 합니다.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고, 악인은 영원한 형벌에 처하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심판대 앞에 선 사람들은 얼마나 떨리게 되겠습니까?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영원히 사느냐, 영원히 죽느냐?", 아니 "영원한 행복이냐, 영원한 고통이냐?"를 판가름하는 이 순간에 우리 모두는 얼마나 두렵고 떨리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마지막 심판의 장면을 아주 무섭게 그렸습니다. 화가들은 최후의 심판 날에 날카로운 칼을 입에 물고 앉아 계신 그리스도 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덜덜덜 떨도록, 무섭고 으스스한 그림을 자주 그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시험도 사람을 떨게 만드는데, 그리고 세상의 재판도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데, 마지막 심판은 사람을 얼마나 떨게 만들겠습니까?

그렇지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들에게는 결코 심판이 없습니다(롬 8:1). 하나님이 택하신 우리들을 누가 심판하겠습니까?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하셨는데, 누가 우리를 심판하겠습니까?(롬 8:33-3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우리에게 심판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는 이미 방면과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최후의 심판대 앞에서 우리는 두렵고 떨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최후 심판의 날은 공포의 날이 아니라 기쁨과 축제, 승리의 날이 될 것입니다. 오직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지 않는 자들에게만 이 날은 공포와 심판의 날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악인들이 영원한 저주를 받고 영원한 고통을 받도록 하실 만큼 그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분이십니까?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했습니다(요일 4:8).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신다고 했습니다(딤전 2:4).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합니다(고전 15:22). 모든 사람을 불순종 가운데 가두어 두신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실 것이라고 합니다(롬 11:32). 그리스도가 만물의 통치자가 되실 때, 모든 원수가 그분 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합니다(고전 15:25). 때가 차면, 하나님은 하늘에 있는 것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시키실 것이라고 합니다(엡 1:10),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로써 화평을 이루신 하나님은 만물을 자기와 화해시키실 것이라고 합니다(골 1:20).

그렇다면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막 16:16)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앞에서 말씀을 드린 대로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형벌로 나누는 양과 염소의 심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마가복음 9장 48절은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은 지옥을 말합니다. 누가복음 16장 23절도 음부(지옥)에서 고통을 받는 부자에 대해 말합니다. 요한복음 3장 36절은 그리스도에게 순종하지 않은 자들은 영생을 보지 못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바울도 여러 곳(빌 3:19, 고전 1:18, 고후 2:15)에서 멸망에 대해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편을 택해야 합니까? 만물의 화해입니까, 아니면 영원한 이중 운명입니까? 만인 구원입니까, 아니면 영원한 이중 심판입니까? 마지막 심판대 앞에서 누가 구원을 받고 누가 멸망을 받을지도 미리 판단하기도 어렵지만, 이 둘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는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못 판단하면, 사람들에게 무수한 몰매를 맞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정쩡한 자세, "나 몰라"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비겁한 자세로 마냥 살아가야만 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의 판단이 아니라 성경의 판단입니다. 우리의 기분과 감정대로 판단하기보다는 성경 말씀에 비추어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둘 다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말씀에도 모순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언제까지 마냥 방치할 수 없으므로 이 모순을 슬기롭게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만물의 화해와 이중 심판 중에서 하나만을 택하면, 마음은 편할 지 모르겠지만 성경의 모순을 풀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둘을 다 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스도 밖에 있는 자들, 그리스도를 믿지 않은 자들에게는 분명히 심판이 있습니다. 형벌의 목적이든 정화의 목적이든, 그들은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불신자들에게 내려질 형벌이 반드시 영원한 형벌이라고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에서 '영원'이라는 말은 반드시 영원한 시간, 끝도 없는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영원을 뜻하는 히브리어 '올람'과 헬라어 '아이오니오스'는 절대적인 영원이 아니라 끝이 있는 긴 시간을 의미합니다.

영원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해당되는 말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영원하십니다. 그러므로 불신자들이 받을 형벌은 오랜 기간 동안 교육과 정화를 위해 받는 고통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시편 30편 5절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노염은 잠깐이지만, 하나님의 은총은 평생입니다. 어거스틴의 말대로 하나님은 죄는 미워하시지만, 죄인은 미워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죄는 사랑하시지 않지만, 죄인은 사랑하십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심판은 모든 자들에게 공의로운 심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자들을 공의롭게 만드는 심판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심판은 의인들에게는 축복을 주고 죄인들에게는 형벌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만물을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종말에 하나님은 사랑으로 만물을 완성하시게 될 것입니다. 만물이 하나님과 화해될 것이고, 만물 사이에도 화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만물 안에서 만물이 되실 것이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영원히 빛나게 될 것입니다. 모든 만물은 하나님 안에서 새롭게 창조될 것입니다. 더 이상 죄와 죽음이 없고, 더 이상 한숨과 고통이 없는 '새 하늘과 새 땅'(계 21:1)을 하나님은 창조하실 것입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만물이 한 목소리로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를 길이 찬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능력으로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고 만물을 회복하십니까? 바로 성령의 능력으로 그리하십니다. 성령은 살리는 영이요, 사랑의 영입니다. 태초에 천지 만물을 창조하실 때에 함께 활동하셨던 성령은 지금도 만물을 지탱하시고, 만물을 새롭게 하십니다. 생명의 영이신 성령이 오시면, 시들어가고 메말라 가는 만물이 새로운 활기를 얻습니다. 요엘의 예언대로 하나님이 만물 위에 성령을 부어주시면, 자녀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며, 늙은이들은 꿈을 꾸게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신 성령이 오시면, 죽어 가는 자들과 이미 죽은 자들이 소생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처음 익은 열매를 받은 우리는 몸의 구원, 만물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립니다(롬 8:23).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초대교회에 충만히 오셨던 성령이 다시 충만히 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날에 성령이 만물을 새롭게 하시도록,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시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만물이 새롭게 소생하는 봄입니다. 만물이 성령 안에서 다시 약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오는 봄을 즐겁게 맞이합시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뛰쳐나와 만물이 소생하는 들로 나가봅시다. 체념과 푸념과 탄식을 박차고 나와, 희망과 기쁨의 봄을 맞이합시다. 봄의 기운 속에서 우리에게 가까이 오시는 성령의 기운을 마음껏 누려 봅시다. 다시는 시들고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으로, 영원한 소망으로 우리를 거듭나게 하신 성령의 능력을 맛보십시다. 그리고 매일 이렇게 기도합시다. 창조의 영, 생명의 영, 사랑의 영, 부활의 영, 소망의 영이신 성령이여, 오소서! 충만히 오시고, 더 가까이 오셔서, 우리를 새롭게 하소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