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여기 계시는 하나님

 

창 28:10-19

 2004년 2월 22일, 현풍제일교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기쁜 일도 있었지만, 괴로운 일도 있었겠지요? 자랑하고 싶은 일도 있었지만, 창피한 일도 있었겠지요? 만나서 좋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만나서 괴로운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혹시 그 중에 하나님은 만나보셨는지요? 그리고 하나님과 자주 대화하셨는지요?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셨는지요? 지난 주일에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가는 곳마다 마치 하나님께서 제 옆에 계신 것처럼 하나님께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하나님! 저는 지금 하나님을 보지 못해도, 하나님께서는 저를 보고 계시지요? 지금 운전하고 있는데, 저와 동행하고 계시지요? 제 마음이 조금 슬픈데, 이 슬픔 속에서도 함께 계시지요? 하나님, 좋은 일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슬픈 일을 통해서도 저는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쁘든지 슬프든지, 살든지 죽든지, 오직 하나님의 뜻만이 저를 통해 이루어지게 해 주십시오!" 지난 한 주간 동안은 특별히 제가 설교한 대로 살아보려고, 순진한 어린이처럼 자주 이런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 보았습니다. 이런 기도가 저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잘 모릅니다. 좌우간 고백하고 싶은 점은, 여러 가지 걱정에 눌려 있던 제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더 평안해졌다는 사실이요, 남이 보기에도 제 얼굴이 더 밝아 보였는지, 한 친구가 "얼굴이 참 좋아 보인다"고 격려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아지면 좋으시겠지요? 실직한 자녀들이 새 직장을 갖는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아픈 몸이 나았으면 좋겠지요? 진실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신다면, 좋으신 우리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의 소원을 분명히 만족케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쉬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 기도하시기를 바랍니다. 때가 되면,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의 소원을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살림살이라는 것은 금방 좋아졌다가도 금방 또 나빠질 수 있습니다. 요즘엔 평생 직장도 사라졌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언젠가 아플 수 있습니다. 땅의 것들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늘 요동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도 이에 따라 늘 요동해야 합니까? 시소처럼, 그네처럼 마음이 왔다 갔다 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슬픈 짐승입니까?

그러므로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이런 것들을 먼저 구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니 "이런 것들은 아예 구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먼저, 아니 항상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입니까? 슬픔과 죽음이 없고, 기쁨과 찬양이 넘치는 곳이라구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천국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우리가 하나님의 얼굴을 늘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늘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복중의 복,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생은 아무리 잘 사는 것 같아도 못 사는 것이요, 하나님과 함께 사는 인생은 아무리 못 사는 것 같아도 잘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향하신다는 것은 곧 구원이요, 축복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얼굴을 돌리신다는 것은 곧 심판이요, 저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나 같이 못난 사람과도 함께 하시는가?" 의심이 들겠지요? 아픈 손가락에 신경이 더 쓰이듯이, 부모가 못난 자식을 더 걱정하듯이, 하나님께서도 잘난 사람보다는 못난 사람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신다는 사실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부모가 우는 자식에게 더 빨리 달려오듯이, 하나님께서도 부족한 우리를 더 안타깝게 바라보시고, 더 신속히 도우신다는 사실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야곱과 같이 비열하고 악하고 못난 사람과도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야곱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쌍둥이 형 에서와 싸웠습니다. 형보다 먼저 나오려고 발꿈치를 잡고 늘어졌습니다. 야곱이라는 이름도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왜 형보다 먼저 나오려고 했습니까? 장자가 되려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옛날에 장자는 굉장한 특권을 누렸습니다. 태어난 후로도 야곱은 늘 형과 다투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부모는 야곱을 에서보다 더 귀여워했습니다. 형제들끼리  서로 싸우고 등지는 비극이 왜 일어납니까? 성격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부모의 편애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제발 자녀들을 편애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제발 한 자식을 다른 자식과 비교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좌우간 한 발치 차이로 장자로 태어나지 못한 야곱은 억지로 장자의 권한을 차지하려고 속임수를 썼습니다. 그는 장자의 명분을 차지하려고 형을 속이고, 눈먼 아버지를 속였습니다.

어느 날 야곱은 사냥하다 돌아온 배고픈 형을 속입니다.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이 가지고 있는 장자의 명분을 사 버립니다. 야곱은 아버지로부터 장자가 받을 축복을 빼앗아 버립니다. 배고픈 것도 서러운데, 배고픈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사람입니다. 배고픈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배고픈 사람의 처지를 악용하여 그의 재산을 뺏는 이런 일은 오늘날에도 공공연히 일어납니다. 부자는 돈으로 사람과 정보를 사서 더 큰 부자가 됩니다. 그런데 사정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빵을 더 작게 만듭니다. 아니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작은 빵마저도 빼앗아 갑니다. 최근에 보도된 대로, 전 재산이 단돈 29만원이라고 거짓 신고한 전두환 씨의 재산이 지금 들통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감춘 수 천억 원의 돈은 그가 땀흘려 번 돈이 아니라 나라의 돈, 아니 백성의 돈을 도둑질한 것입니다.

야곱도 바로 이같이 사악한 일을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해낸, 비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야곱은 눈먼 아버지까지 속였습니다. 앞 못보는 맹인을 속인다는 것도 용서받을 수 없는 사악한 일입니다. 사람의 신체적인 약점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긴다는 것은 비열하고 파렴치한 일입니다. 요즘 어린 아이 자주 실종되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납치 된 후에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당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남의 자식을 납치해서 앵벌이를 시키다가 구속된 사람이 보도되었는데, 그는 심지어 그런 짓을 하는 동안 가짜 중노릇까지 했다고 합니다. 야곱도 바로 이 사람처럼 비열하고 파렴치한 짓을 하였습니다. 야곱은 어머니와 공모하여, 눈 먼 아버지 앞에서 형인 것처럼 연극을 한 후에 장자의 축복을 가로챕니다. 이렇게 야곱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야곱은 속임수로 아버지의 축복을 받아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축복을 받아내기만 하면, 평생 축복을 누리며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야곱은 그 때부터 형의 복수를 피해 일평생 도망을 다니며 살아야 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갑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바로 그 파란만장한 나그네 생활이 시작되던 시절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야곱은 황량하기 그지없는 허허벌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벌판을 헤매면서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한 지친 상태가 되었으며, 정신적으로는 그를 위로해 줄 사람이 전혀 없는 적막강산이 되었습니다. 이토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야곱은 저녁이 되어 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베던 푹신한 솜 베개 대신에 울퉁불퉁한 돌을 베개로 삼아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사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닥다리 환상을 통하여 야곱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본문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야곱은 하나님을 찾았을 겁니다. 이제는 부모도 소용이 없고, 친구도 소용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 때에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면, 누구를 찾겠습니까? 야곱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품에서 들었던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묵묵부답이셨습니다. 야곱도 자기처럼 나쁜 놈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단지 외로움과 괴로움, 배고픔과 추위를 잊으려고, 아니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을 향해 큰 소리를 쳤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묵묵부답이셨습니다. 나쁜 사람만이 아니라 신실한 신앙의 사람도 극심한 고통 중에 하나님의 침묵을 견디기 어려운 나머지,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디에 계십니까?" 하나님의 아들마저도 십자가 위의 극심한 고통과 고독 속에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나님께서는 죄인의 기도만이 아니라 의인의 기도조차 외면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오해하지 마십시오. 비록 하나님께서는 당장 나타나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상황을 분명히 보고 계십니다. 눈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시지 못하겠습니까? 더욱이 하나님께서는 은밀한 가운데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속히 달려오십니다.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의 은밀한 모습을 야곱은 꿈에서 분명히 보았습니다.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야곱이 잠깨어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우리 나라 사람은 전화할 때, "거기가 어디야?"라고 묻습니다. 야곱이 있는 곳이 어디입니까? 황량하기 그지없는 허허벌판입니다. 그런데 "거기야 어디야?"라고 묻는 것은 단지 장소가 궁금해서가 아닙니다.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가 궁금해서 그렇게 묻습니다. 지금 야곱은 어디에 있습니까? 야곱은 불안과 피곤, 고독과 허기, 추위와 공포 속에 있습니다. 더욱이 그는 형과 아버지를 속인 죄책감 속에 빠져 있습니다.

이 같은 사람에게도 하나님께서는 찾아 오셨습니다. 찾아오신 것만으로도 대단한 위로가 될 텐데, 하나님께서는 두 가지 약속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누운 땅을 야곱과 자손에게 주실 것이며, 자손은 땅의 티끌과 같이 많게 할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약속을 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늘 그와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찌라. 내가 네가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도 어쩌면 야곱처럼 이익을 위해 형제와 부모를 속이는 야비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큰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도 아버지의 집을 떠난 불효 자식입니다. 자기 재산을 챙겨 자유롭게 살려고 아버지의 집을 떠난 탕자입니다. 선한 사람의 앞길도 그렇지만, 이렇게 형편없는 우리의 삶이 순탄할 리가 없습니다. 더욱이 이 세상은 야수와 도적이 들끓는 벌판이요, 갈 길을 몰라 헤매는 광야의 길이요, 아직도 갈 길이 까마득히 먼 순례의 길입니다. 외롭고 괴롭고 삭막한 나그네의 길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바로 여기에도 계십니다. 야곱은 "아, 하나님이 여기도 계시는구나!"하고 놀라 소리쳤듯이, 여러분도 여러분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지 여러분은 야곱처럼 "하나님이 여기에 계시는 줄을 잘 모를 따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계시고, 여러분을 향한 계획과 약속을 가지고 계시는데, 여러분은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야곱은 깨달았습니다."아, 하나님이 여기도 계시는구나!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는 이 황량한 광야에도 하나님이 계시는구나! 하나님은 특별한 곳에만 계시는 줄 알았는데, 여기도 계시는구나! 나를 도와주고 나에게 힘이 되어줄 자가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나와 함께 하시는구나!" 이와 같은 깨달음 때문에 야곱은 험한 종살이의 삶을 잘 견디어 내었고, 많은 아내와 가축과 재산을 얻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형과 극적인 화해를 하면서 힘들게 번 재산을 나누는 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삶도 얼마나 고달프십니까? 얼마나 답답하십니까?  더욱이 여러분은 자신이 한없이 못 나 보일 때가 많으시죠? 그럴수록 절망하고 자살하는 더 못 난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그래도 하나님을 찾는다면, 여러분은 최고의 행운을 차지하시는 겁니다. 왜냐하면 재물과 건강과 행운과 친구와 부모는 언젠가 여러분을 떠날지언정,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죄인이라고 해서,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떠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죄인인 여러분을 한없이 용서하시고, 고쳐 크게 쓰십니다.

형편이 좋을 때에는 신앙 생활을 잘 하는 사람도 형편이 어려워질 때에는 그만 교회를 떠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려울수록 오히려 하나님을 더 간절히 찾아야 할 텐데, 잘 될 때에는 마치 자랑이나 하려는 듯이 교회에 잘 다니다가, 시험과 실패가 오면 그만 발을 뚝 끊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저들이 과연 하나님을 믿었던 사람인가?"하고 의심이 들곤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이 어려울 때는 오히려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만날 만한 때입니다. 은혜를 더 많이 받을 때입니다. 하지만 어려울 때만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을 찾으십시오. 늘 하나님을 만나십시오. 늘 하나님의 약속을 들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사랑하시고, 여러분을 향한 위대한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을 분명히 깨닫고 실천함으로써, 여러분도 야곱처럼 자손 대대로 하나님의 큰 축복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