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악한 소작인

 

마 21:33-46

2003년 3월 12일, 현풍제일교회

 

 

다시 한 비유를 들으라. 한 집 주인이 포도원을 만들고 산울로 두르고 거기 즙 짜는 구유를 파고 망대를 짓고 농부들에게 세로 주고 타국에 갔더니, 실과 때가 가까우매 그 실과를 받으려고 자기 종들을 농부들에게 보내니, 농부들이 종들을 잡아 하나는 심히 때리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로 쳤거늘, 다시 다른 종들을 처음보다 많이 보내니 저희에게도 그렇게 하였는지라. 후에 자기 아들을 보내며 가로되 저희가 내 아들은 공경하리라 하였더니, 농부들이 그 아들을 보고 서로 말하되 이는 상속자니 자 죽이고 그의 유업을 차지하자 하고, 이에 잡아 포도원 밖에 내어쫓아 죽였느니라. 그러면 포도원 주인이 올 때에 이 농부들을 어떻게 하겠느뇨? 저희가 말하되 이 악한 자들을 진멸하고 포도원은 제때에 실과를 바칠만한 다른 농부들에게 세로 줄찌니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가 성경에 건축자들의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이것은 주로 말미암아 된 것이요, 우리 눈에 기이하도다 함을 읽어 본 일이 없느냐?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의 나라를 너희는 빼앗기고, 그 나라의 열매 맺는 백성이 받으리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의 나라를 너희는 빼앗기고 그 나라의 열매 맺는 백성이 받으리라. 이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깨어지겠고. 이 돌이 사람 위에 떨어지면 저를 가루로 만들어 흩으리라 하시니,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의 비유를 듣고 자기들을 가리켜 말씀하심인 줄 알고 잡고자 하나, 무리를 무서워하니 이는 저희가 예수를 선지자로 앎이었더라.

 

1) 악한 소작인의 비유는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이스라엘의 죄악의 역사를 회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장차 그들의 손에서 죽어야 할 예수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기름진 땅을 주셨고, 땅의 풍성한 열매를 주셨으며, 성전과 율법을 주셨으며, 예언을 주셨다. 이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모든 민족의 빛이 되고 모든 백성을 구원하기 위함이다. 즉 하나님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 거룩한 사명을 주셨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세월이 흐를수록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자신의 업적과 소유물로 삼았다. 아니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를 자신의 것으로 사유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왕국을 세웠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땅과 율법, 성전과 예언을 주신 것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함이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은 온 민족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즉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선교적 사명을 주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스라엘은 선교적 사명을 망각하고, 구원을 사유화하고 독점하였으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에게 돌렸다.

그리고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열매를 맺기 위함이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평화와 자비가 넘치는 나라를 세우시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를 사유화하고 독점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종교와 물질과 권력 등 모든 것을 사유화하고 독점하였다. 율법의 근본 정신인 사랑을 외면하고 제사 행위에만 더 몰두하였으며,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억압하고 착취하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돌이키시기 위해 예언자들을 계속 보내셨다. 아모스를 보내셨고, 이사야를 보내셨고, 호세아를 보내셨고, 예레미아를 보내셨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예언자들의 말을 듣고 겸손히 회개하고 돌이키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이 보내신 예언자들을 배척하고 죽였다. 그래도 하나님은 길이 참으시고 계속 예언자들을 보내셨으며, 끝내는 당신의 아들까지 보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아들까지 잡아죽였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하게 되었다. 사람이 돌에 떨어지듯, 혹은 돌이 사람 위에 떨어지듯, 이스라엘은 가루처럼 산산조각이 났으며, 자기 땅에서 쫓겨나 남의 나라에서 유리방황하며 살아가는 흩어진 백성이 되었다.

 

2)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분은 아마도 이것이 까마득한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였으며, 지금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실 줄 모른다. 아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 자신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도 얼마나 자주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고 왜곡하였는가? 우리도 얼마나 자주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의 소유물로 변질시키고, 하나님의 선물을 우리의 자랑거리로 만들었는가? 우리도 얼마나 자주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건강과 사업과 가정과 재물과 영광과 권력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위해 사용하였는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것이건만,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것에 대한 소유권을 당당히 주장하였는가? 하나님이 그것을 도로 내어놓으라고 하시면,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것이 마치 우리 것인 양 아까워하며 인색하였는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셨으므로, 하나님이 모두 다 거두어 가시더라도,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심지어는 욥처럼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가져가신 분도 하나님이시니, 오직 하나님에게 찬양을 드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 모든 것이 마치 우리 것인 양 강하게 움켜쥐었으며, 그 모든 것이 조금만 없어져도 얼마나 하나님에게 불평하고 원망하였는가?   

더욱이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의 은혜를 "값싼 은혜"(본회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는가? 하나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우리에게 주셨고, 당신의 아들까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우리의 죄 때문에 대신 내어주셨다.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이요, 매우 값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을 은혜로, 즉 거저, 공짜로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귀한 은혜를 얼마나 자주 싸구려 은혜로 바꾸었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에 매일 감격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으로 죽도록 충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였고 태만하였으며, 하나님과 이웃과 자신의 양심을 속이며 살아왔는가? 하나님으로부터 만 가지 은혜를 받았건만, 우리는 정말 단 몇 가지의 열매라도 맺고 있는가? 우리는 늘 받기만을 좋아하고 받기만을 위해 기도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날이 갈수록 더 알찬 열매를 맺기는커녕 시들시들 병든 나무처럼 계속 하늘만을 쳐다보며, "주여, 주여"하지 않는가? 우리는 주님이 주시는 빵에만 관심을 갖고, 또 빵을 받아먹더라도, 돌아서면 금방 빵을 주신 주님을 잃어버리지 않는가? 주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르는 자는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 오라"고 하셨건만, 우리는 자신을 부인하기는커녕 매사에 자신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가? 십자가를 지기는커녕, 오히려 남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편한 길, 안전한 길만을 찾지 않는가?   

만약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계속 망각하고 왜곡한다면, 하나님 나라의 백성답게 전도와 봉사와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지엄하신 심판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게으르고 악한 종을 심판하시고, 다른 곳에서 충성하는 종을 세우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하나님의 종을 잡아죽인, 패역한 이스라엘을 보면서 "쯧쯧"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곧 나의 모습이요, 이스라엘에 임한 심판이 곧 나에게 임할 수도 있는 심판임을 깨닫고, 날마다 회개하고, 항상 깨어 기도하며, 하나님이 받으시기에 합당한 알찬 열매를 맺어야 하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열매를 찾으실 때, "무익하고 불충실한 종이지만, 최선을 다해 거둔 이 작은 열매를 받으시고,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겸손히 고백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라는 은혜의 감격 속에서 알찬 열매를 맺는 백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 가지 열매를 주셨으니, 내 평생 슬프나 즐거우나 이 몸을 온전히 주님께 바쳐서 주님만 위하여 늘 살겠네"라는 각오로 하나님에게 늘 충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