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동역자, 아론

출 4:10-17

 

2003년 4월 6일, 현풍제일교회

 

 

아프리카 정글을 탐험한 학자들이 재미나는 실험을 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곳에 사는 수많은 종류의 짐승들을 한 종류씩 없애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실험해 보았답니다. 먼저 새를 없애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새소리가 없는 정글은 마치 공동 묘지처럼 적막한 숲이 되어 버렸답니다. 그 다음에는 원숭이들을 쫓아내 보았답니다.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다니며 나뭇가지를 꺾고 숲을 망가뜨리는 원숭이들인 줄 알았는데, 원숭이들이 떠난 숲은 나무들이 서로 엉키면서 썩어 들어가더랍니다. 마지막으로 징그러운 뱀들을 다 제거해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천적이 없어진 쥐들이 그 숲에서 판치며 날뛰기 시작했고, 쥐들로 인해 해충을 잡아먹던 벌레들이 모두 없어짐으로써 숲이 병들어 죽어 갔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은 서로 함께 존재하고 활동할 때에 건강하고 질서가 잡힌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만물이 서로 돕고 살아가도록 창조하셨습니다. 성경은 서로 도와서 함께 일하는 것을 동역(同役)이라고 표현합니다. 특히 동역이라는 말을 가장 자주 쓴 사람은 사도 바울인데, 그는 성도에게 "하나님의 동역자"(고전 3:9)라는 존귀한 명칭을 쓰기까지 했습니다. 비단 자연과 인간만이 동역자가 아닙니다. 하나님도 동역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종종 자연과 인간을 동역자로 삼으셨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하나님은 삼위일체로서 존재하시면서 서로 동역하십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은 창조와 구원의 역사를 위해 동역하십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하나님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 독재는 하나님의 모습과도 어울리지 않지만, 자연과 인간의 본성과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지만, 자연도 겉으로 서로 잡아먹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내막을 깊이 알고 보면, 참으로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갑니다. 인간도 겉으로는 굉장히 이기적인 존재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유전자도 굉장히 이기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에 반대하는 다른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이타적 유전자"입니다.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이 가장 뛰어나게 된 것은 서로 협동하는 사회를 이루었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 도울수록 사회는 번영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경이 보여주는 많은 동역 가운데서 특히 "모세와 아론의 동역"을 보려고 합니다. 특히 아론의 입장에서 그가 어떻게 모세와 협력하였는지, 그로부터 우리가 배울 장점과 버려야 할 단점이 무엇인지를 배우려고 합니다.  

아론은 모세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도와주었습니다. 모세는 타고난 성격이 매우 급하고 독불장군(獨不將軍)처럼 보입니다. 더욱이 애굽의 왕궁에서 귀한 왕자로 자라났으니,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자주 깔보았겠습니까? 하지만 혈기가 넘치고 자신만만하던 그가 실패하여 광야로 도망한 후, 특히 하나님을 만난 후, 모세는 점점 더 겸손한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모세는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만큼 매우 겸손해졌습니다. "애굽에 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해 내어라"고 하나님이 명하시니, 모세는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본래 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고 말씀하시면서 용기를 주심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계속 사양합니다. "하나님, 나보다 말을 더 잘 하는 다른 사람을 보내십시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앞에서 말을 잘 해야 큰 일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탁월했던 지도자는 대개 웅변술, 대중 설득력이 뛰어난 자들이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화를 내시며, 모세의 형 아론을 붙여 주셨습니다. "네 형 아론이 있지 아니하냐? 그가 말을 잘 하니, 너는 그에게 말하고 그 입에 말을 주라. 내가 네 입과 그의 입과 함께 하며, 네가 행할 일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가 너를 대신하여 백성에게 말할 것이다. 그는 네 입을 대신할 것이고, 너는 하나님처럼 그를 부릴 것이다."

모세의 입장에서는 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겠지만, 형 아론의 입장에 한번 서 보십시오. 형과 동생의 서열이 지금보다 훨씬 크던 그 옛날에 형이 동생의 조수 노릇을 하기가 쉬었겠습니까? 더욱이 동생이 시키는 대로 말을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할 노릇인데, 동생이 마치 하나님처럼 형을 부린다고 하니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겠습니까? 그런데도 형은 아무 불평도 없이 동생을 끝까지 도와주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론은 나이와 체면을 가리지 않고, 동생의 일, 아니 하나님의 일에 묵묵히, 아니 담대히 협력했습니다.  

이점을 우리도 배워야 합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저보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습니다. 구역장의 나이가 구역식구보다 더 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을 함께 하는 데서는 나이를 따져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저도 모세처럼 부족한 면이 분명히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에 뒤에서 걱정만 하거나 혀만 끌끌 찬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저와 지도자의 결점이 보일수록, 여러분은 그 결점을 보완해 주어야만 합니다. 그럴 때에 비로소 교회는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으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일단 지도자들을 세우셨음을 믿는다면, 나이와 능력을 묻지 말고 그를 따라야 하며, 진심으로 그와 협동해야 합니다.  

 아론이 모세와 얼마나 아름답게 동역했는지는 여호수아가 군대를 이끌고 아말렉과 전투할 때에 잘 드러납니다. 아말렉과 싸울 때, 모세는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산꼭대기에 섰습니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겼습니다. 모세의 팔이 피곤할 때, 아론과 훌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돌을 가져다가 모세를 돌 위에 앉혔으며, 양쪽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모세의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아니하므로, 여호수아가 아말렉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출17:8-13). 저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힘과 용기를 잃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불평과 원망을 늘어놓기보다는 여러분이 어떤 일을 도울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실제로 도울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은 오직 협동과 동역을 통해서만 훌륭히 이룰 수 있습니다. 만약 아론의 동역이 없었더라고 한다면, 모세는 하나님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론으로부터 우리가 해서는 안 될 결점도 보게 됩니다. 모세가 시내 산에 올라가 하나님의 계명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백성의 곁을 떠나 있는 동안 백성은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백성이 아론에게 나아와 "모세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하니,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아론은 "너희 아내와 자녀의 귀의 금고리를 빼어 내게로 가져 오라"고 합니다. 모든 백성이 금고리를 아론에게 가져오자, 아론은 그것으로 송아지 우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이다."고 선언합니다. 그 이튿날에 백성은 송아지 우상에게 제사를 드리고, 먹고 마시며 뛰놀았습니다. 하나님은 이 광경을 보시고 진노하시면 모세를 내려보내셨습니다. 이를 본 모세는 크게 노하여 계명을 새긴 판을 산 아래로 던져 깨뜨리고, 송아지를 불살라 가루를 만들어 물에 뿌린 후 이를 마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레위인을 시켜서 삼천 명 가량을 죽였습니다.

모세가 아론에게 "이 백성이 네게 어떻게 하였기에 그들이 큰 죄에 빠졌느냐?"고 물었는데, 이 때에 보여준 아론의 모습은 참으로 비겁했습니다. "이 백성이 악한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그들이 내게 우리를 인도할 하나님을 만들자고 귀찮게 졸라대니까, 내가 금붙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것을 내가 불에 던졌더니, 거기서 저절로 송아지가 나왔다. 그래서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어쩌란 말이냐?"(출 32:1-28)

지도자를 잃은 백성은 갈팡질팡합니다. 목자를 잃은 양은 이리저리 헤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지도자를 세우십니다. 하지만 특별한 일로 지도자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 동역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백성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지도자를 위해 기도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모세는 놀려고 산에 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아론은 백성을 잘 지도하면서 모세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군중심리에 밀려 백성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었으며, 거짓말을 하면서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하였습니다. 지도자의 공백이 있을 때, 백성과 동역자의 잘못된 행동이 얼마나 큰 손해를 가져오는지를 여기서 우리는 잘 알게 됩니다.

아론의 또 다른 실수는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을 때에 미리암과 함께 모세를 비방한 일입니다. 그리고는 자기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보신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회막으로 부르신 후 "내 말을 들으라! 너희 중에 선지자가 있으면 나 여호와가 이상으로 나를 그에게 알리기도 하고, 꿈으로 그와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내 종 모세와는 그렇지 아니하다. 내가 그에게는 얼굴을 마주보고 명백히 말하고, 은밀히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하여 내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고 진노하시니,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아론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모세에게 미리암을 고쳐 달라고 애원합니다. 하나님도 모세의 애원을 듣고 미리암을 고쳐주셨습니다(민 12:1-16).

앞의 사건에서는 아론이 군중 심리에 현혹되어 우상을 만드는 큰 잘못을 범했다면, 이제 아론은 여인과 더불어 시샘에 빠져 비난과 월권 행위를 범합니다. 지도자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지도자도 때로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도자를 비난하기 앞서서 그의 입장을 헤아리려고 노력해야 하며, 더욱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비난을 일삼아서는 안 됩니다. 비록 지도자가 조금 모자라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하나님이 세우신 사람으로 인정하여 그를 위해 기도하거나, 조용히 그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듣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도자가 한번 심하게 흔들리면, 공동체는 매우 큰 혼란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동역자가 지도자 행세를 한다면, 공동체는 큰 혼란과 분열의 위기에 빠지고 맙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아론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으로 인해 생겨난 남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을 섭니다. 문제는 잘 못 일으켰지만, 그래도 문제 수습은 잘 한 셈이니,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일의 동역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믿음의 분량대로 직분을 맡기셨습니다. 그러므로 각자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성실히 행하면서, 다른 사람의 결점을 덮어주고 보완하면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갑시다. 그래서 날로 성숙해지고 날로 성장하며 날로 아름다워지는 교회를 만들어 갑시다. 예화로 설교를 시작했으니, 예화로 설교를 마감하겠습니다.

어느 날 목공소의 연장들이 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사회는 평소와 같이 망치가 맡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회의 도중에 회원 몇 명이 반기를 들고 사회자 망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망치는 항상 깨고 부수는 자요, 늘 소란을 피우는 자니, 여기서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망치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나 스스로도 나의 결점을 인정하므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떠나야 할 자가 있으니, 바로 대패입니다. 왜냐하면 대패가 하는 일에는 전혀 깊이가 없고, 늘 남의 껍질을 감싸기보다는 벗기기 때문입니다." 이에 화가 난 대패가 말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줄자도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줄자는 자기만 옳은 듯이 항상 남을 측량하므로 모두에게 덕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줄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톱을 지적하면서, "톱은 연합 운동보다는 분리 운동만 하고 있으니, 여기서 가장 불필요한 자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톱은 사포를 향해 소리쳤습니다."사포! 너도 너무 거칠어." 이렇게 서로가 한창 다투고 있을 때, 목수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  모든 연장들을 총동원하여 순식간에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서로 약점만을 들추며 다투던 그들은, 결점이 많은 자신들이 이처럼 좋은 일에 쓰임을 받은 사실에 감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기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모두 나사렛 목수의 동역자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