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성결교회의 사명

벧전 1:5-16

2003년 5월 25일, 현풍제일교회

  
이신건

 

오늘은 한국 땅에 성결의 복음이 심어진 지 95주년을 기념하는 성결교회 주일입니다. 1907년 5월 30일에 김상준과 정빈 두 사람은 일본 동경성서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에 종로 염곡, 지금의 무교동에 복음전도관을 설립하고 성결의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교단의 설립보다는 순수하게 성결의 복음을 전파하는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전도를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자 1921년에 성결교단을 조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성결교회는 일본에 동경성서학원을 세운 미국 선교사와 일본인의 도움 아래 출발하였지만, 한국인의 주도적인 활동 아래 전도활동과 교단조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성결교회를 '자생교단'이라고 일컫습니다. 비록 신학은 미국과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성결교단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비록 성결교회는 장로교회와 감리교회보다 조금 늦게 설립되었고, 평신도 선교사의 선교 활동 아래 미력하게 출발하였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선배들의 희생을 통해 한국에서 큰 교단의 하나로 성장, 발전하였습니다. 현재 성결교회의 현황을 보면, 국내와 해외를 합쳐서 3,269개의 교회와 5,222명의 교역자, 639,266명의 교인을 두고 있습니다.  

성결교회의 가르침은 '성결'을 강조한 감리교회의 창시자 요한 웨슬리와 그의 가르침을 계승하려고 노력한 미국의 성결운동가들에게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웨슬리는 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빈이 강조한 '칭의'(믿음으로 의롭다고 인정을 받음)를 계승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성결'(그리스도인의 완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성결운동가들은 그 위에 신유와 재림의 신앙을 가미하여 사중복음(중생, 성결, 신유, 재림)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성결교회는 신학과 이름으로 볼 때에는 '성결'만을 강조하는 듯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성결을 포함하여 '사중복음'을 강조하는 교회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 속에서 성결과 사중복음이 어떤 위치와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한번 알아볼까 합니다. 조금 딱딱한 말씀이 되겠지만, 그리고 여러분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계시겠지만, "성결교회가 무엇인지?"를 알아봄으로써,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특징, 우리의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까 합니다.   

인간만사에 순서가 있듯이, 구원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로마서 8장 30절을 함께 읽어보십시다.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이 구절에 의하면 하나님의 구원활동은 미리 정하심(예정)과 부르심(소명), 의롭다 하심(칭의 혹은 의화)과 영화롭게 하심(영화)이라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먼저 예정에 대해 잠깐 알아보기로 합시다. 미리 정하심, 즉 예정이란 하나님이 구원을 받을 백성을 미리 정하셨다는 말입니다. 특히 예정 교리는 요한 칼빈이 설립한 장로교회의 핵심교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장로교회와 감리교회, 성결교회의 분명한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장로교회의 창시자인 칼빈은 이른바 이중예정(二重豫定)의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구원받을 자들과 멸망할 자들을 미리 결정해 놓으셨다는 것입니다. 예정은 오직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이기 때문에 사람은 이를 거부할 수도 없고 항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칼빈에 의하면 누가 구원으로 예정되었고 누가 멸망을 예정되었는지를 잘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인류는 영원 전부터 하나님에 의해 두 가지 운명으로 갈라졌다는 것입니다.

이 교리는 성경의 여러 구절에서 지지를 받지만,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무런 잘못도 범하기 전에 하나님의 절대적인 예정에 따라 두 운명으로 결정되었다는 가르침은 하나님을 편파적인 분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신 분인데, 어찌 태어나기도 전에 한 부류의 인간에게 영원한 멸망을 결정하시는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장로교회 안에서도 아주 극단적인 칼빈주의자들 외에는 영원한 이중예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만약 절대적인 이중예정을 가르치게 되면, 하나님을 불공평한 분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운명론을 심어주어서 심지어는 전도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감리교회와 성결교회의 원조인 요한 웨슬리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은총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이 구원을 받기를 원하시며,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은총을 베푸신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예정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구원을 받기를 거부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멸망의 책임도 그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성결교회도 하나님의 예정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하나님은 사랑이시므로 모든 사람들이 구원을 받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강조할 따름입니다. 사실 성경도 구원이 하나님의 예정에 의한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지만, 멸망도 하나님의 영원한 예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예정교리는 성도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주는 점에서는 좋은 면이 있지만, 하나님을 무자비한 폭군으로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성결교회의 특징을 분명히 알려드리기 위해 장로교회의 예정 교리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구원을 위해 예정하신 사람들을 특정한 때에, 특정한 방법으로 부르십니다. 복음을 믿도록 초대하십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와 서로 다른 시간과 경로를 통해 일어납니다. 여러분에게도 하나님의 부르심의 방법과 시간이 다를 것이며, 여러분이 하나님의 응답한 시간과 과정도 다를 것입니다. 여하튼 구원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여러분의 응답을 통해 일어납니다. 때로 하나님은 여러분을 강압적으로 부르시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분을 조용히 부르시기도 합니다. 여하튼 구원은 먼저 부르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이에 응답하는 여러분의 믿음을 통해 일어납니다. 요한 웨슬리는 이를 '복음적 신인협동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회개하고 하나님을 믿은 사람들은 이제 하나님에 의해 의롭다 하심을 얻습니다. 그런데 로마서 8장 30절에는 거룩하게 하신다는 말, 즉 성결(聖潔)이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깊이 알아보면, 여기에는 분명히 성결의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고 단순하게, 한 마디로 말합니다. 그렇지만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것"에는 두 가지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를 의인으로 불러주시고, 의인으로 인정해 주십니다. 비록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를 우리에게 전가하셔서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하십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단지 죄인인 우리를 의롭다고 불러주시고 의롭다고 인정하시는 데 그치시지 않고, 우리를 실제로 의롭게 만드십니다. 이것을 카톨릭교회는 의화(義化)라고 하고, 개신교회는 성화(聖化), 혹은 성결(聖潔)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의롭다 하신다"는 말은 의롭다고 인정함으로부터 완전히 의롭게 만드시는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의롭게 되는 것, 혹은 성결 혹은 성화도 분명히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도 예수의 십자가와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듯이, 죄악이 넘치는 이 땅에서 우리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실제로 의로운 사람, 거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도 성령이 우리를 도우십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우리는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도와 말씀, 회개와 순종을 통해 우리도 거룩하게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구원의 순서는 예정하심과 부르심, 의롭다고 인정하심과 의롭게 하심, 즉 거룩하게 하심으로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영화롭게 하심으로 연결됩니다. 영화의 과정은 예수의 재림과 부활을 통해 일어납니다. 그 때가 되면, 우리는 모세처럼 주의 영광을 봄으로써 주와 같은 형상으로 변하여, 영광스러운 상태에서 더욱 영광스러운 상태로 변할 것입니다(고후 3:18).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나면서,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할 것입니다. 이로써 구원의 드라마는 끝을 맺게 됩니다.  

비록 딱딱한 교리적 설교를 듣게 되었지만, 여러분은 구원이 어떤 순서로, 어떤 방법으로 일어나는지 분명히 깨달았기를 바랍니다. 목적지와 순서를 모르고 길을 갈 수 없듯이, 목적지와 순서를 모르고 온전한 구원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예정, 소명, 칭의, 성화, 영화로 이어지는 구원의 순서를 분명히 깨달음으로써, 구원의 목적지와 길을 잃지 않기를, 구원의 길에서 방황하지 말기를, 아니 확신에 넘치며 담대히 전진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구원의 순서를 배우는 중에 성결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분명히 깨달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예수님의 재림과 부활 이후에 이루어질 일이므로 이 땅에서 우리는 고난 중에서 오직 이를 소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성결은 이 땅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구원의 목표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결교회는 다른 교회보다 더 분명히 온전한 구원을 강조합니다.

성결교회가 중생, 성결, 신유, 재림, 즉 사중복음을 주창하는 것도 바로 온전한 구원의 목표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생과 칭의(의롭다고 하심)는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칭의는 법적인 선언이라는 점에서 구원의 객관적인 사건입니다. 그리고 중생은 내면적인 변화라는 점에서 주관적인 사건입니다. 칭의와 중생은 손바닥의 양면처럼 동일한 구원의 두 측면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중생 혹은 칭의는 성결 혹은 성화로 이어집니다. 성화는 실제적인 변화입니다. 중생이 우리가 지은 모든 죄를 용서받는 사건이라고 한다면, 성화는 죄의 세력을 극복하고 의롭게 살아가게 하는 사건입니다. 성결의 은혜를 입게 되면, 우리는 죄를 이길 힘을 갖게 되고, 깨끗하고 능력있게, 정의롭게 살아가며, 하나님과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칭의와 성결만으로 온전한 구원을 얻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우리는 자주 질병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전한 구원을 갈망하는 성결교회는 영혼만의 구원을 바라지 않고 육신의 구원을 소망하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우리의 구원은 완전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재림을 소망하고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재림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의 구원은 최종적으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을 통해 우리는 영광스러운 몸, 신령함 몸으로 변화되며, 그래서 하늘의 영광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 때가 되면 죄악과 질병과 탄식과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결교회는 성결을 포함하여 온전한 구원의 목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교회입니다. 성결교회만이 아니라 다른 교회들도 분명히 이런 구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결교회는 이것을 더욱 분명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위의 사람들, 다른 교회에 나가는 교인들이 "성결교회는 무엇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구원의 핵심인 사중복음을 믿되, 특히 성결한 삶을 강조한다고 말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결의 능력은 말에 있지 않고, 생활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결교인이 되신 여러분은 말과 행실에서 더욱 깨끗하고 정직하게, 정의롭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사랑은 율법을 완성한다고 하였으니, 그리고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하였으니, 그리고 성결의 가장 분명한 열매는 사랑이라고 하였으니, 성결교인은 명실공히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 땅에 성결교회를 심으신 하나님의 간절한 소원이며, 이 땅에서 성결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입니다.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하였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