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소서!

- 대강절 둘째 주일 -

 사 64 : 1-9

2003년 12월 7일, 현풍제일교회

 

 

오늘은 대강절 둘째 주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사야 64장 1-9절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를 원합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우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개인이라기보다 유다 백성 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다 백성은 하나님을 '주'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하나님에게 진솔하게 아뢰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다 백성은 어떤 형편에 처해 있습니까? 페르샤의 왕 고레스의 칙령에 따라 주전 538년에 유다 백성은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다 백성이 하나님의 은혜로 고향 땅에 돌아왔으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가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던 성전 재건도 빨리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약속의 땅에 돌아오긴 하였지만, 나라의 주권을 완전히 되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과 고향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겼으며,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과 불의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이사야는 하나님의 백성을 대리하여 하나님을 향해 탄원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소서"라는 기도는 하나님의 강림을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로서 탄원 기도의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르시고 강림하소서"라고 하는 기도는 하나님의 역사 개입을 염원하는 기도입니다. 유다 백성은 어떤 확신에 근거해서 하나님의 강림을 염원하고 있습니까? 하나님은 생각 밖에 두려운 일, 놀라운 일을 행하신 적이 있는 능력의 신이시며, 그 같이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신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며, 하나님 외에는 이런 일을 행하신 신은 예로부터 들은 자도 없고 귀로 깨달은 자도 없고 눈으로 본 자도 없다는 확신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백성이 범죄하여 부정한 자와 더러운 옷을 입은 자와 같이 되어서 하나님 앞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확신이며, 하나님이 친히 당신의 백성에게 가까이 오셔야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당신의 백성을 돌보시고 구원하실 수 있는 아버지가 되신다는 확신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도 본문에서 보게 되는 유다 백성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은혜로 일본 제국주의 통치로부터 해방된 지 50년이 넘었건만, 이 땅에서는 아직도 가난에 시달리는 백성들이 많습니다.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에도 아직 결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록 나라의 주권은 되찾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중국과 소련,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정학적으로 대륙의 끝에 붙어 있는 작은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똘똘 뭉쳐서 살아도 힘겨울 판인데, 남북과 동서로 분열된 채, 서로 아귀다툼을 일삼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정치가들은 백성의 궁핍한 형편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구한날 서로 물고 듣고 싸우고 있으며, 백성들도 그들에게 질 새라 온통 싸움으로 날을 지샙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정치 지도자들의 부정, 부패 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나라 형편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는 대통령이나 정당이 바뀐다고 해서 그리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래 묵은 불의와 부패라고 하더라도, 정권 초기부터 터져 나오는 온갖 불의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살기 어려운 형편에 백성들은 마지막 용기까지 놓고 있습니다. 가출하는 사람들,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합니까? 이 민족의 고질적인 병폐를 누가 고쳐줄 수 있습니까? 참으로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상황은 그 옛날 유다 백성이 처해 있던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도 하나님을 향해 간절한 탄원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여, 하늘을 가르시고 강림하소서. 우리의 허물을 용서하시고 진노를 거두소서. 우리를 기억하여 주소서."라고 애타게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참담하여, 하나님이 강림하셔서 놀라운 일을 행하지 않으신다면, 구원의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면을 아무리 둘러봐도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우리의 살길이기 때문에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도울 자는 오직 하늘에서 강림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을 우러러 "주여, 하늘을 가르시고 강림하소서"라고 탄식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2천년 전에 탄생하신 주님의 탄생을 기억하면서, 다시 오시기로 약속하신 그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어떤 지혜롭고 힘있는 지도자도, 그 어떤 탁월한 제도와 획기적인 변화도 이 땅에 진정한 평화와 넘치는 기쁨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지도자들을 만나 보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를 실망시켰습니다. 우리는 온갖 제도를 실험해 보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새로운 제도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온갖 것들에게 희망을 걸어보았지만, 그 희망들은 잠깐 우리를 들뜨게 하고는 허망한 거품처럼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우리 민족은 과거에 저지른 흉악한 죄악들을 제대로 털어놓지 않고 있으며, 그래서 진정으로 뉘우치지도 않고 있습니다. 동족끼리 서로 음해하고 시기하고 속이고 죽인 더러운 죄악이 아직도 강토를 흥건히 적시고 있습니다. 곳곳마다 온갖 우상들을  섬기고, 아직도 힘있는 자들에게는 굽실거리고 힘없는 자들은 업신여기는 추악한 죄악을 아직 다 회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고 진정으로 감사하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며,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일만을 골라가면서 저지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님에게 돌아온 사람들도 아직은 과거의 죄악에 매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두운 세상의 빛과 더러운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보이지 말아야 할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둘째를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심각한 교회 분열과 수많은 이단 종파와 사이비 교주들의 출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칙적이고 탈법적인 교회 세습, 은밀히 행해지는 헌금 유용과 횡령, 뇌물로 얼룩진 교단 선거, 한국 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공공연한 멸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를 한국 교회는 아직도 뻔뻔스럽게 저지르고 있습니다. 양심적인 사람들이 수없이 이를 지적해도 화인을 맞은 사람처럼 이를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를 바라보아야 하겠습니까? 누구에게 기도해야 하겠습니까? 오직 우리를 지으시고 선택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죄악대로 다 갚지 않으시고 우리를 향해 길이 참으시는 하나님, 영원히 진노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뻐하시며 지금도 기다리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나님, 아니 우리의 죄값을 당신의 아들에게 다 지우시고 회개하고 돌아오는 자들에게 영원한 구원의 길을 활짝 열어 주시는 하나님에게 하소연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에게 하소연하겠습니까? 주님이 아니라면, 곤고한 우리를 누가 구원해 주시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놀라운 사건만을 바라보지 않고 장차 오실 주님의 놀라운 강림을 바라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그분에게 더욱 간절하게 기도합시다. 우리의 탄식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곤궁한 자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는 자비로우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자세로 살아가십시다. 고통 가운데 빠져 있는 우리 민족과 세계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실 주님의 강림을 갈망하면서,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믿음의 등불을 환히 켜고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기를 위해 더 노력합시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임하기를 기도합시다. 주님이 다시 오실 그 때까지 쉬지 않고, 간절히, 실망하지 않고 기도합시다. "마라나타!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라고 외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