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로 화목하라

살전 5:13

2004년 9월 26일, 현풍제일교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에게 우리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많은 분들이 고향과 가족을 찾아 먼길을 오고 갑니다. 올해는 10년만의 무더위로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만, 그래도 땀흘려 일하신 덕분에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나라의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게 되어 걱정입니다. 비록 절대 빈곤층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가난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더욱이 요즘의 젊은이들이 실업과 가난을 견디지 못하여 자살하는 사태가 속출한다고 하니, 가슴이 정말 아픕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모진 가난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갖 고생도 마다하시고 희생하시면서 꿋꿋이 살아오셨는데, 젊은이들은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불효를 마다하지 않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고귀한 생명을 쉽게 포기하는 것을 보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너무 약골이 된 것 같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주말이나 명절에 오히려 다툼과 폭력이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주말에 부부 싸움과 아동 폭력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부딪치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만, 가족들이 가까이 있을 때에 묵은 상처와 감정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의 상처와 감정을 더 건들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가정이 화목하게 지내는 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오직 출세 교육에만 혈안이 된 탓도 클 것입니다.

명절에 고향으로 가거나 관광 여행을 하다가 불행하게도 사고를 당하여 다치거나 죽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때는 명절이 오히려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더욱이 조상과 부모의 은혜를 기리고 형제 자매 간에 우애를 돈독히 다져야 할 명절에 집안 싸움을 벌린다면, 차라리 방콕에 가서(방에서 콕 박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은 그렇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는 달리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심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웃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 하시기를 바랍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용기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어려울 때에 가족만큼 더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모처럼 만났으니, 섭섭하고 서로 간에 상처를 주고받은 일이 있다면, 먼저 용서를 구하고 먼저 화해를 청함으로써, 더욱 화목한 가족을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부모님과 연장자가 되시는 분들은 모처럼의 기회를 선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금 야곱의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고자 합니다. 가정에 불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입니까? 환경과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부모의 잘못된 자세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야곱이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의 뱃속에서 쌍둥이 형 이삭과 싸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아들을 단 둘 밖에 두지 않은 작은 가정이 두 아들의 싸움 때문에 콩가루 집안이 된 것은 누구 때문입니까? 한 마디로 부모의 편애가 가장 큰 화근이 되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말하지만, 한 손에서 갈라져 나온 손가락의 모습이 제 각각이어서, 사람들은 어떤 손가락은 좋아하고 어떤 손가락은 미워합니다. 엄지손가락은 일등을 한다고 늘 치켜세우고, 새끼손가락은 제일 작다고 늘 멸시합니다.

이처럼 이삭도 장남을 편애하였습니다. 이삭이 에서를 더 총애한 이유가 무엇인지 성경은 자세히 말하지는 않지만, 추측하건대 특히 에서가 장남이었기 때문에 그를 더 우대했을 것입니다. 또 에서가 야곱보다 더 남성답고 건강해서 믿음직스러웠을 겁니다. 더욱이 에서는 사냥을 잘 해서 아버지에게 맛있는 고기를 대접하여 아버지를 기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에서는 싸움도 아주 잘 해서 짐승과 도적으로부터 가정을 잘 지켰을 겁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자연히 두 아들 중에 에서를 더 좋아했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머니 리브가는 동생 야곱을 더 좋아했습니다. 리브가는 둘째, 아니 막내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총애를 받지 못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힘센 형이 동생을 놀리거나 억누를 때마다 리브가는 늘 야곱을 동정하고 감쌌을 겁니다. 더욱이 야곱은 외모가 예쁘장하고 애교도 넘쳐서 어머니의 마음을 즐겁게 했을 겁니다. 이래저래 부모는 두 아들을 편가르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가정의 비극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모의 편애가 가정 가장 큰 불화가 된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여러분은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지난날에 자식들을 편애하신 일이 있다면, 자식들에게 진지하게 용서를 구하시고, 자식들과 화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자식들이 말을 잘 하지 않아서 그렇지, 모든 가정마다 분명히 이런 문제로 불화와 상처를 안고 있을 겁니다. 어리고 여린 자식들을 부모의 욕심과 뜻대로 기르기 위해 억압하고 때리는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만, 자식을 편애하는 것도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가정을 큰 불행으로 내몹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받는 일에서도 부모는 잘못을 범했습니다. 아버지 이삭이 눈멀고 귀가 어두워서 야곱의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칩시다. 하지만 어머니 리브가가 야곱을 편애하여 야곱에게 거짓 행위를 하도록 부추기고, 그래서 남편과 장자를 속이는 일에 적극 가담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아니 참으로 사악한 행위였습니다. 결국 부모의 편애로 인해 광야와 같은 인생살이에서 서로 의지해야 할 외로운 두 형제는 일평생 남처럼 갈라지고 원수처럼 미워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 곱게 자라던 어린 야곱은 외삼촌 집으로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무섭고 외로운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어둠이 짙게 깔리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새우잠을 자야 했고, 겨우 도착한 삼촌 집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머슴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그도 가까운 살붙이인 외삼촌에게 속임을 당해 사랑하는 라헬을 아내로 맞이하기까지 14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우리 나라의 속담처럼 야곱은 오랜 세월의 도피 끝에 형과 정면으로 맞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야곱은 야비한 수단으로 형을 속일 수 있었고, 형과 정면 충돌할 수도 있었지만, 야곱은 충돌을 피하고 화해를 위해 준비합니다. 꾀가 많은 야곱도 이번에는 뇌물과 속임수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오랜 기간 비극적으로 헤어졌던 형과 더 이상 다투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단합니다. 물론 그는 충돌로 인해 빗어지는 엄청난 손실과 손상을 염려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죄과를 청산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은 형에게 진정으로 속죄하고, 형과 화해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형을 달래고 형과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가 준 상처가 얼마나 큰 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대충 기억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려고 들지도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야곱은 그래도 솔직하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결코 잊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받은 굴욕감과 상처의 깊이는 가해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큽니다. 야곱은 이 사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자신의 죄책감을 해결하고 형의 고통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기도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국 하나님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는 얍복 강가에서 밤을 세워 기도합니다. 눈물로 회개의 기도를 올립니다. 그는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형과의 화해가 잘 이루어지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다가 야곱은 어떤 사람과 씨름을 하였습니다. 아니 어떤 사람이 그에게 씨름을 걸었습니다. 야곱을 덮친 사람은 바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이었습니다. 형과의 원수 관계로 번민하던 야곱에게 하나님은 화해의 능력과 지혜를 주셨습니다. 이제 야곱은 하나님의 용서와 인도하심을 확신합니다. 비록 끈질긴 씨름 끝에 엉덩이뼈를 다쳐서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그 결과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사기꾼의 대명사 야곱이 명예로운 이름 '이스라엘'로 바뀌었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을 제치고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름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화해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야곱은 이제 형과 극적인 화해를 이룹니다. 20년 동안 원수로 지내던 형을 만나자마자 야곱은 땅에 엎드려 일곱 번이나 절을 합니다. 그러자 뜻밖에, 아니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에서는 야곱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야곱의 고통이 얼마나 컸든지, 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형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습니다"(창 33:10). 그리도 무섭던 형님의 얼굴이 하나님의 얼굴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과 진정으로 화해한 사람은 원수의 얼굴도 하나님의 얼굴로 보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번에 가족끼리 만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이 없이, 나이와 서열을 가릴 것도 없이, 체면을 불구하고 가정의 화목과 하나님과의 화해를 위해 여러분이 먼저 여러분이 준 상처에 대한 용서를 구하십시오. 여러분의 가족들 중에는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여러분이 준 상처로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준 상처 때문에 또 다른 가족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네가 내게 입힌 상처가 더 크다."고 공격적으로 나가지 말고, "내가 너에게 입힌 상처를 용서해 달라"고, 야곱처럼 먼저 화해를 요청하십시오. 먼저 용서를 구하십시오. 먼저 화목의 사람, 아니 화목의 제물이 되십시오. 그리하신다면 여러분 때문에 하나님이 웃으실 것이고, 하나님이 여러분의 기도에 흔쾌히 응답하실 겁니다. 야곱처럼 하나님이 큰 축복을 내리실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때문에 가정과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게 되고, 세상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의 추석은  여러분에게 영원히 잊지 못하는 행복한 추석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