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와 매일 묵상

(바르트 지음, 그루노브 엮음, 이신건, 오성현, 이길용, 정용섭 옮김, 겨자나무, 2015년)

 

옮긴이의 머리글

이 책은 바르트가 일평생 남긴 수많은 저작들 가운데서 신학적으로 깊이가 있고 신앙적으로 감동을 주는 내용을 교회력에 따라 주제별로 모아서, 독자들로 하여금 매일 하나씩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은 리하르트 그루노브(Richard Grunow)에 의해 편집되어 1966년에 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09년에 『칼 바르트의 신학묵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학자들의 글을 통해 바르트를 간접적으로 소개받았던 독자들로 하여금 바르트의 글과 신학을 직접적으로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독자들이 특정한 시대에 한정된 바르트의 글을 읽거나 그들이 선호하는 글을 골라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바르트의 진면목을 매우 포괄적으로, 그리고 매우 다양하게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장점도 지녔습니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반갑게 여겼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책의 부피가 매우 크고, 가격도 높기 때문에 독자들이 『칼 바르트의 신학묵상』에 다가가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요약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리의 상황과 맞지 않거나 너무 난해한 내용은 삭제하여 내용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이로써 문장의 흐름과 논리적 일관성이 조금 약해지는 단점이 생기게 됐지만, 하루에 한 장씩 읽으며 묵상할 수 있도록 내용과 부피가 훨씬 가벼워졌고, 역설적으로 중요한 본문이 더 선명하게 살아나는 장점도 생겼습니다. 물론 하루에 한 장씩만 읽는 것도 좋겠지만, 한 가지 주제 아래 여러 개로 쪼개진 문장을 한꺼번에 읽는 것도 유익할 것입니다.

이미 밝혔듯이 필자 외에도 3명의 번역자가 힘든 번역의 짐을 나눠졌습니다. 봄(1월 1일-3월 28일)은 필자, 여름(3월 29일-6월 16일)은 오성현 박사가, 가을(6월 17일-9월 30일)은 이길용 박사가, 겨울(10월 1일-12월 31일)은 정용섭 박사가 맡았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바르트의 글과 사상은 매우 난해하고 복잡하여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보통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로에게 조언하였고, 문장과 표현을 통일하기 위해 필자가 글 전체를 다시 다듬었습니다.

많은 학자와 출판사의 헌신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매우 다양하고 풍성한 성서주석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한편으로는 성서를 더 깊이,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익을 누리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서 이해가 혼란하고 복잡해지는 단점도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단점을 충분히 보완해 줄 것입니다. 특히 탁월한 주석적 능력과 체계적 신학 지식을 겸비한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칼 바르트가 남긴 글을 통해 독자들은 그의 신학과 신앙을 제대로 맛보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여러분들의 신학과 신앙이 날로 더 풍성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을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번역자들과 함께 감사와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2015년의 끝자락에서 옮긴이를 대표하여

이신건 씀